메뉴 건너뛰기

close

올해 1월은 펀드 가입자나 주식투자자들에게는 매우 힘든 시기 중 한 때로 기억될 듯싶다.  작년 여름에도 힘든 때가 있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상승으로 전환되어서 하락의 충격은 단기에 그쳤고 증시는 다시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지금도 많이 빠졌기 때문에 작년과 같은 반등 또는 재상승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일본, 유럽 등 대부분의 주식시장이 올해 들어 상당폭 하락했다.  재미있는 건 서브프라임 사태의 진원지인 미국증시의 하락률이 오히려 적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국내의 경우 2003년부터 시작한 장기상승 랠리에 대한 피로감에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여파까지 겹쳐서 강하게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고 보여진다.  게다가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중국 등 주요 경제국가들의 경기침체 (또는 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현재의 주식시장에 미리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의 가장 큰 악재는 막대한 공급물량

 

국내 펀드는 국내 주식시장 전망에 따라 대응하면 된다. 문제는 해외펀드 투자에 대한 판단이다.  올해 1월초까지만 해도 가장 유망한 투자대상으로 많은 전문가들(정확히 말하면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이머징국가, 특히 브릭스(BRICs)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를 추천했다.  여기엔 중국도 브릭스에 포함되어 추천 명단에 올랐다.  향후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곁들여진다.

 

하지만 중국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선 막대한 물량 공급이다.  지난달 중국 2위 생명보험사(손해보험업무도 영위)인 핑안보험(또는 평안보험)은 신주발행과 전환사채를 포함해 총 1500억위안(약 20조원)의 증자를 발표했다.  한 기업의 증자치고는 그야말로 엄청난 물량이다. 

 

M&A를 위한 자금확보가 증자의 주된 이유라고 한다.  전체적으로는 올 한해 동안 약 2000억달러 규모의 주식이 상하이 증시에 공급될 전망이다.  이는 상하이 A증시 시가총액의 약17%에 달한다.  증시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규모다.  결국 중국정부가 증시의 과열을 막기 위해 공급량을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느낌이다. 주식 격언에 “수급은 재료에 우선한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호재가 있어도 공급이 많으면 주가는 하락한다는 의미다.

 

중국의 또 다른 고민은 최근의 높은 물가상승률이다.  지난해 11월과 12월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각각 6.9%와 6.5%를 기록했다.  최근 원자재와 곡물가 상승 등을 감안할 때 1월 물가상승률도 높게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중국정부는 자국내의 과도한 유동성을 억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래저래 중국 정부가 금리인하 정책을 쓰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이 또한 주식시장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취약한 중국 상장사의 이익구조

 

증시가 침체되면 중국 기업들의 실적도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기업들이 증시에 투자하여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반적으로 중국기업들은 부채비율이 높은 편이다.  경기둔화가 현실로 다가온다면 상장기업들의 실적악화 내지는 부실기업의 도산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호경기 때 빚을 내서 투자한 중국기업들의 타격을 예상해 봐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당연히 중국 증시에는 충격을 줄 수 있다.

 

아직도 올해 중국 시장을 막연히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 국제박람회까지는 주식시장이 좋을 것이고 중국 정부가 증시침체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데로 공급물량 증가와 경기침체 우려라는 주식시장의 최고 악재가 가까이 있는 한 중국시장은 당분간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과거 국내 증시도 공급물량 증가와 경기침체가 있었을 때마다 어김없이 약세장이 지속되곤 했다.  특히 공급물량 확대는 증시에 중장기적으로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머징은 대안이 아닌 투자의 보완수단

 

문제는 중국뿐만이 아니다.  브릭스 중의 하나인 러시아도 세계경기가 둔화되면 유가하락으로 인해 경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는 원유를 비롯한 천연자원이 국부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세계경기가 침체되면 브라질 국부의 원천인 원자재 가격도 불안해 진다.  또한 투자자금들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게 되어 증시 수급에 악영향을 끼친다.  러시아나 브라질 모두 제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나라들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증시가 침체되면 브릭스 또는 이머징국가가 대안이라는 펀드 판매사의 구호는 유명무실하게 된다.

 

친디아 펀드로 많은 투자자를 모았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모 증권사의 중국펀드에 대한 최근 신문광고를 보면 애처로운 생각마저 든다.  광고의 핵심은 중국의 장기적인 성장성은 유지되며 지금이 매력적인 투자기회라는 메시지다. 단지 적립식을 강조함으로써 투자위험에 대한 책임을 살짝 피하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작년에 비해 달라진 점이다. 

 

물론 옳은 말이다.  장기적으로 중국은 좋은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좋은 쪽만 투자자들에게 광고하다 보니 투자자들이 한 국가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때 나쁜 점을 보지 못하게 하는 큰 단점이 있다.

 

올 상반기는 여러 가지 이유로 보수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기회가 오고 있는 만큼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 또한 요구된다.


#중국펀드#이머징마켓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