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새 정부의 기조 및 정책의 골간을 세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는 'MB에게 보내는 편지' 제하의 공개편지를 통해 새 정부가 각 분야에서 역점을 둬야 할 중점 사항 등을 정리해 10여 차례에 걸쳐 내보낼 예정입니다. 이 글은 참여연대 사이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그 여덟 번째 글을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이 보내왔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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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자께. 안녕하십니까. 새 정부 출범이 채 한 달이 남지 않았습니다. 당선자께서는 새로운 정부의 정책방향을 수립하고 함께 일할 사람들을 고르느라 매우 바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선자께서는 지난 월요일 국무총리에 한승수씨를 지명했고,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에 맞춰 각료 인선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당선자께 편지를 쓰게 된 것은 새 정부 첫 번째 인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리고, 각료 인선에 있어 어떤 인사기준을 세워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에서 지난 5년간 참여정부의 인사를 모니터해 온 담당자로서 감히 몇 자 적고자 합니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란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장차관급 공직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장차관급 공직자에 대한 인사는 임명권자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으며, 합리적 기준과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서 자리에 걸맞은 인사가 임용되어야 합니다. 국민이 당선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은 제대로 된 기준에 의한 제대로 된 인사를 임명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며, 모든 권한을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위임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명확한 기준과 엄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자의적 인사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는 단순히 임명권자에 대한 비판으로만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국정의 공백과 혼란, 정책의 혼선 등 국가적인 문제가 됩니다. 어떤 사람을 쓰는가가 새 정부의 성패를 가른다 하여도 과장만은 아닐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인사 문제로 많은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집권 초기인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두관씨를 행정자치부장관에 임명했고,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 해임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습니다. 또한 윤성식 감사원장 내정자는 끝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 감사원장에 임명되지 못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은 고위공직자에게 엄격한 도덕성과 업무능력을 요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05년에는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임명된 지 1주일이 지나지 않아 판공비 등 도덕성 문제로 낙마하였고, 이헌재 재경부총리는 부동산 위장전입 문제로 결국 사임했습니다. 2006년에는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논문표절 의혹으로 13일 만에 사임하기도 했습니다. 사전검증이 국정공백 막는 최선 도덕성 시비로 중도 사퇴하는 고위 공직자가 늘어나자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습니다. 인사청문회법이 개정되었고, 모든 국무위원들과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국가정보원장도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일련의 사건들이 한국의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기준을 높이는 계기가 된 셈입니다. 하지만 일부 문제가 있던 인사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여 임명된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작년 위장전입문제가 불거졌던 이규용 환경부장관은 큰 문제없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했고, 김용철 변호사에 의해 뇌물검사로 지목되었던 임채진 검찰총장은 무난히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사검증 기준이 정치적 상황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선자께서는 현재 각료에 대한 인선작업에 바쁘실 것입니다. 아직까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아 인수위에서 임의로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증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인사검증에서 탈락하는 인사가 많아 조각에 어려움이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하루 빨리 법률을 통과시켜 법에 따라 제대로 검증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인사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고위공직자가 임기 중에 도덕성 문제가 불거져 중도에 사퇴할 경우 발생하는 국정공백은 큰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도덕성이 문제되어 신뢰를 상실한 공직자를 그대로 둘 수도 없는 일입니다. 미리 철저하게 검증하여 이런 국정공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따라서 인선을 위한 합리적 기준을 세우고 후보자에 대한 엄정한 검증절차를 거쳐서 임명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공직자만이 책임감 있게 공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공직자 임명의 몇 가지 인사기준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도덕성은 공직자 검증의 기본중의 기본 그 첫 번째는 도덕성입니다. 공직자에게 있어 도덕성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납세와 병역에서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는지, 재산형성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재산으로 인한 이해충돌은 없는지, 부패와 연루된 전력이 없는지, 과거 범죄행위는 없었는지 꼼꼼히 따져야합니다. 요즈음엔 논문 표절과 같은 과거에는 없었던 기준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많은 능력 있는 인사들이 도덕성 검증기준에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도덕성에 대한 기본적 검증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후보는 절대로 기용해서는 안 됩니다. 도덕성은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가장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실용적인 인사를 추구한다며 도덕성에 하자가 있는 인사를 기용한다면 새 정부는 출발부터 도덕성 시비로 국력을 낭비하게 될 것입니다. 국민들의 눈이 높아졌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도덕성 인사기준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과거 전력입니다. 현재 총리로 지명된 한승수 씨는 1980년 국가보위비상입법회의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한 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보위는 헌정질서를 파괴한 기구입니다. 이런 기구에서 활동한 경력을 단지 27년 전 일이라고 넘어가서는 안 되는 문제입니다. 민주주의 파괴 전력을 가진 사람을 어떠한 반성이나 사과 없이 중요 직책에 기용한다면 그 정부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 당선자께서는 시민사회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국보위 입법위원 경력을 가진 이경숙씨를 임명한 바 있습니다. 사실상 명예직인 인수위원회와 달리 국무위원은 그 검증기준이 더욱 엄격해야 할 것입니다. 청문회과정에서 철저히 검증되겠지만 이런 전력을 가진 인사를 당사자의 최소한의 사과도 없이 기용하는 것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입니다. 한승수씨에 대한 총리 지명은 재고되어야 합니다. 정책적 비전과 지향을 같이하되 열린 인물 기용해야
두 번째 인사기준은 정책에 대한 태도입니다. 대통령이 자신과 정책적 비전과 지향을 같이하는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과거 한나라당과 일부 신문은 노무현정부의 인사를 코드인사라며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옳지 않습니다. 대통령과 의사소통이 잘되고 정책적 비전을 같이하는 인사를 임명하십시오. 하지만 최소한 다른 입장에 귀 기울이고 옳은 의견이라면 수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열린 인물을 기용하십시오. 또한 대통령이 잘못 생각하거나 행동할 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강직한 인물을 임명해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는 업무수행 능력과 관련된 인사기준입니다. 최소한 정책실패에 연루되어 책임이 있는 인사를 임명해서는 안 됩니다. 인재풀은 한정되어 있고 과거 이러저러한 정책에 참여하지 않은 인사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노무현정부나 과거 정부에서 기용되었던 장관이나 고위 관료를 다시 기용한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물론 능력 있는 인사를 기용하는 데 과거 정권에서 기용된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기용되었던 인사들의 경우 과거 정책실패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전 정권이 실패했다고 말하면서 그 책임이 있는 공직자를 그대로 쓴다면 그것은 말과 행동이 다른 행위입니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고위공직자 후보자 중에서 정책실패에 책임이 있는 인사는 배제해야 합니다. 외환위기를 불러왔던 당시의 공직자나 교육과 부동산 등 주요한 정책실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공직자들을 다시 기용한다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인사검증을 엄격하게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갖추는 것은 그 만큼 고위공직자들의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입니다.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와 관련하여 새 정부 내각에 대한 인사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기간을 인물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하는 기간으로 활용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것입니다. 검증은 아무리 철저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철저한 검증으로 깨끗하고 능력 있는 신선한 인물을 기용하여 새 정부 성공의 기반을 닦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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