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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학자금대출 포털 홈페이지(www.studentloan.go.kr)
정부학자금대출 포털 홈페이지(www.studentloan.go.kr) ⓒ 이경태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에 사는 이아무개(50)씨는 5일 오전 일찍 은행에 들렀다. 며칠 전 고3인 딸아이가 대학에 합격, 정부학자금대출 서비스 받은 돈으로 등록금을 내려했던 것. 그런데 이게 웬일. 통장에 들어왔어야 할 대출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은행 직원에게 물어보니 전산망이 다운돼 버렸단다.

이씨는 황망했다. 내일부터 구정 연휴인지라 딸 아이의 입학 등록날이 하루 밖에 남지 않았는데, 자칫하다간 딸 아이가 대학에 합격하고도 돈 없어 못 들어가게 생겼기 때문이다. 당장 교육인적자원부 민원실에 전화를 걸었다. 이미 민원실은 이씨와 같은 이유로 전화가 폭주 중이었다.

정부학자금대출 전산망 다운... 서민들 마음도 '덜컥'

이씨의 목소리는 격분에 차 있었다.

"분명 다들 설 연휴 때문에 사람이 몰릴 것을 예상하고 있었을 것 아닙니까. 그러면 당연히 서버를 증설하거나 관리를 철저히 했어야지. 이게 뭡니까. 돈 있는 사람이야 돈 내고 아이 입학시키면 되지만 이건 순전히 다 돈 없는 서민을 위한 건데 서민들 죽는 꼴 보려고 이러나요?"

이씨는 "딸보다 한 살 많은 아들 등록금 역시 정부학자금대출을 받아 마련했는데 항상 마음을 졸여왔다"며 "교육인적자원부가 정말 서민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정부학자금대출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재정복지팀 관계자와 통화했다.

그는 "전산망이 다운된 것은 사실이지만 정오가 지나 복구가 됐고 현재까지 2천여 건 이상의 대출 신청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또 "구정 연휴로 인해 등록기간이 짧아 신청이 폭주하면서 전산망이 다운된 것 같다"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저희도 이런 사태를 염려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1월 초부터 3월까지 대출 접수를 받고 있었습니다. 신입생의 경우에는 대학 등록 이전에도 대출 신청이 가능하거든요. 또 지난해 12월부터 이에 대해 홍보도 진행했습니다."

작년 정부학자금대출 신청 모두 31만건... 올해 더 늘어날 듯

 참여연대 주최로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 앞에서 열린 '대학 등록금 폭등에 대한 인수위 대책촉구 기자회견'에서 대학생들이 등록금 동결을 호소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대학생들은 인수위와 국회가 등록금 상한제, 등록금 후불제, 등록금 차등책정제 등 등록금 제도의 대안 채택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주최로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 앞에서 열린 '대학 등록금 폭등에 대한 인수위 대책촉구 기자회견'에서 대학생들이 등록금 동결을 호소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대학생들은 인수위와 국회가 등록금 상한제, 등록금 후불제, 등록금 차등책정제 등 등록금 제도의 대안 채택을 촉구했다. ⓒ 연합뉴스 전수영

지난해 정부학자금대출 신청은 학자금과 생활금 대출까지 합쳐 모두 31만건이다. 올해 주요 사립대학 등록금 인상률이 6%에서 10% 인상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신청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청만 한다고 모두가 대출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정부학자금대출 대상은 전체 대학생 300만 명 중 1/5 밖에 불과하고 이자율도 7%에 육박한다.

그래도 제2금융권이나 카드 대출보다는 낫다는 게 중론이다.

6년 전 학자금대출을 받은 한 사람은 "정부학자금대출은 몇 년간 거취가 가능해서 대학교 다닐 동안은 이자만 갚다가 취직한 후에 몇 년에 걸쳐 상환하면 되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최근 취업포털 '커리어'에서 대학생 99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 중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을 통해 등록금을 마련하는 학생이 전체의 89.2%나 됐다. '등록금 1천만원 시대' 서민을 위한 정부의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이씨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다행히 해당 은행에서 오후 2시 30분부터 전산망이 복구됐다고 해 재빨리 확인하고 돌아오는 길이란다. 이씨가 빌린 돈은 입학금 78만9천원을 포함해 총 532만원. 인터넷으로도 확인 가능하실텐데 왜 그리 급히 은행을 찾으셨냐고 물어봤다.

"아이구. 대출 신청 인증 받는데도 하루가 걸리는데 마음이 얼마나 급합니까. 아까 그런 일까지 겪어서 그런지 통장에 찍힌 번호를 직접 봐야 안심이 되겠더라고요."

어려운 일을 처리했다는 홀가분한 웃음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하지만 "돈 없는 사람 가슴 좀 안 졸이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지막 말 만큼은 묵직했다.


#대학등록금#정부학자금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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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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