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사회에서 행사를 개최할 경우 의전 서열 문제는 항상 골머리다.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 중 누구를 먼저 소개하고 누가 먼저 축사를 하느냐를 놓고 눈치보기에 신경도 쓰인다. 국회의원이 서넛되는 기초단체의 경우 이같은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지기 마련이다.
직급이 분명한 경우야 나름대로 서열을 확인해 자리 배치하기가 쉽지만 도지사가 주재하는 도내 시장·군수회의 등에 있어 좌석 배치는 어떻게 할까. 똑같은 단체장들이긴 하지만 인구가 많고 적음에 따라 순위가 책정됨에 따라 희비가 엊갈리고 있다.
경기도가 2001년 3월 결정된 이후 7년 가까이 유지돼온 시·군의 순서를 인구변화에 맞춰 오는 18일을 기해 개정해 인구 서열 5위인 안양시는 7위, 13위인 군포시는 15위, 23위인 의왕시는 25위로 두단계씩 밀리는 등 31개 시·군의 순서가 이달 중순부터 바뀐다.
경기도와 안양시 등에 따르면 인구에 의해 결정되는 '경기도시군순서규정'은 시장군수 회의시 좌석의 배치는 물론 각종 현황이나 통계표 작성시 순서를 매기는 데 적용되며 법적인 의미는 없다 하지만 자치단체 위상을 나타내는 의미도 있어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이번 순서 개정으로 31개 시·군중 20개 시·군이 상·하향 되고 나머지 11개는 그대로 유지된다. 도내 시·군의 순서는 지난해말 현재 인구 106만7천명의 수원시가 첫번째며 성남(95만3천명), 고양(92만4천명), 부천(86만4천명)의 순서로 4대 도시는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종전 5위였던 안양시(62만4천명) 자리에는 종전 7위였던 용인시(86만4천명)가 차지하며 6위에는 안산시(70만5천명), 7위에는 5위에서 밀려난 안양시가 대신하게 된다.
또 종전 8위인 의정부시(42만1천명)와 종전 9위였던 남양주시(49만2천명)는 서로 순위를 맞바꾸게 되며 종전 11위였던 광명시(31만3천명)는 13위로, 13위였던 군포시(27만5천명)는 15위로, 16위였던 이천시(19만5천명)은 18위로 각각 두단계 내려앉는다.
도내 인구 최소지역인 과천시(6만2천), 가평군(5만5천명), 연천군(4만5천명)은 29∼31위로 변동이 없다.
이에 바뀌는 경기도내 지자체 순위를 살펴보면 1위부터 10위까지는 수원, 성남, 고양, 부천, 용인, 안산, 안양, 남양주, 의정부, 평택 순이다. 11위부터 20위까지는 시흥, 화성, 광명, 파주, 군포, 광주, 김포, 이천, 구리, 양주의 순이다. 21위부터 31위까지는 안성, 포천, 오산, 하남, 의왕, 여주, 동두천, 양평, 과천, 가평, 연천 등의 순이다.
경기도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시·군 순서는 법적인 의미는 없으나 시장군수 회의때 좌석배치나 각종 현황, 통계표 작성시 시·군의 순서를 나타내는 것으로 위상과도 직결된다"며 "일부 시군에서 순서 개정을 요구해 현실에 맞게 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도내 5대 도시에서 7위로 밀려난 안양시의 경우 지난 1980년대만 하더라도 수원시에 이어 경기도내 2위급 도시였지만 개발할 가용면적이 전무해 인구수의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인구수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시·군 서열에서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안양시의 한 공무원은 "단체장 회의 등 의전 서열 영향을 미쳐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같은 순위가 주민 삶의 질 순위와 직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오히려 도시 기반시설이 갖춰진 도시의 특성을 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