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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의 아름다운 섬. 사람과 자연이 자웅을 겨루지 않는 곳. 굽이굽이 휘몰고 가는 나루터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시골 사람들의 소박함과 자연의 어울림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일까? 이곳 전남 고흥의 음식은 될 수 있으면 자연 그대로이고 싶어한단다. 고흥에 처가가 있던 사람들이 서울에 가면 꼭 자랑한다는 그 맛이 있다고 해서 찾아간 곳이 고흥 시장터.

시장 어물전에서는 설맞이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바쁘다. 고흥 시장에서 40여 년을 거리 장사를 해 왔다는 한 할머니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가 거북스러웠던지 한사코 이름만은 밝히기를 부끄러워한다.

환하게 웃는 할머니의 모습 속엔 추위 따윈 도외지인들의 사치처럼 여겨졌다.

“할머니, 혹시 피굴 만들지 아세요.”
“그것 모르면 고흥 사람 아니제.”
“근디, 아저씨는 뭐-랄라고 물어 보요.”

긴 설명이 필요 없이 할머니의 입담은 이미 피굴 한 접시를 상에 올려놓은 듯하다.

할머니의 입담을 요약하면,

1) 생굴 덩이를 바닷물에 잘 씻는다.

망태에 담겨 있는 생굴. 굴은 생으로 먹어도 아주 향긋한 맛이 난다.
▲ 생굴 망태에 담겨 있는 생굴. 굴은 생으로 먹어도 아주 향긋한 맛이 난다.
ⓒ 윤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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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솥에 적당량의 물을 넣고 물이 끓기 바로 직전에 생굴을 넣고 삶는다. (물은 조금 넉넉하게 넣은 것이 좋다. 후에 국물로 시용함.)

막 삶아낸 굴 덩이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는 모습
▲ 삶아낸 굴 덩이 막 삶아낸 굴 덩이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는 모습
ⓒ 윤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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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느 정도 불을 지피다 굴 껍질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굴을 꺼낸다. (완전히 벌어지면 담백하고 탱탱한 맛이 없으므로 약간 껍질이 벌어지면 꺼낼 것)

4) 삶고 난 국물은 버리지 말고 다른 용기에 모아서 가라 앉혀 놓는다.

삶은 굴 국물을 다른 용기에 받아 놓고 가라 앉기를 기다리고 있다.
▲ 삶은 굴 국물 삶은 굴 국물을 다른 용기에 받아 놓고 가라 앉기를 기다리고 있다.
ⓒ 윤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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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삶은 굴은 칼 등을 이용하여 알맹이만 까서 모아 둔다.
5) 가라 앉혀 놓은 국물을 조심스럽게 따라서 다른 용기에 놓는다.
6) 국물에 삶은 굴과 파, 참께, 김 등을 첨가하면 환상적인 피굴이 완성된다.

참께, 파, 김 등이 들어간 완성된 피굴의 모습
▲ 완성된 피굴 참께, 파, 김 등이 들어간 완성된 피굴의 모습
ⓒ 윤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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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냉장고가 없던 시절. 선조들은 숙취를 해독하고자 시원한 맛을 내면서도 영양가 높은 음식을 맛보고자 피굴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혹자는 피굴이야 말로 고흥의 참맛이 담긴 것이라고 자랑한다.

굴은 이미 여러 가지 요리법이 개발되어 있지만 숙취해소엔 그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음주 후 알코올을 해독하는 과정 중에 간은 다량의 아미노산을 잃게 되는데 단백질 덩어리인 굴이 아미노산을 공급해 준다고 한다. 그래서 굴은 술안주로도 좋지만 술 마신 다음 날 숙취를 해소하는데도 그만이란다.

살아서 움직일 것 같은 피굴 알갱이의 탱탱한 모습
▲ 피굴 살아서 움직일 것 같은 피굴 알갱이의 탱탱한 모습
ⓒ 윤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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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긴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미 피굴의 시원한 맛이 느껴졌다. 설이면 평생을 만들었다는 피굴. 그러나 올해에는 만들지 않겠다고 한다. 자식들이 올해 설에는 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도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은 할머니 모습.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미안함에 매생이 한 묶음을 사려고 하자 만드는 방법도 모르면서 사간다고 한사코 거절하신다. 그게 시골 사람들의 정이리라 생각하니 발걸음이 쉬 떨어지지가 않는다.


태그:#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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