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홍예석이 떨어져 숭례문 2층 누각에 올라간 일이 있다. 그때 깜짝 놀랐다. 누각 안이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한심했다. 삽도 있고, 대걸레도 있고. 1960년 보수공사 당시의 자재를 방치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강찬석 문화유산연대회의 대표는 10일 밤부터 11일 새벽까지 숭례문이 숯덩이가 돼가는 처참한 광경을 밤새 목도했다. 평소 문화유산 지킴이로 살아온 터라 숭례문이 불에 타 죽어가는 장면을 지켜본다는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차라리 분노였다.
<오마이뉴스>는 11일 오전 그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검은 연기가 그의 목줄기를 타고 밤새 흘러 넘어가 이미 그는 쉰목소리가 된 터였다. 그는 밤샘노동의 고단함을 뒤로 하고, 국보급 문화재 관리 부실을 질타하고 나섰다.
강 대표는 "대한민국 국보급 문화재 관리에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이 같은 사고는 이미 예고된 현실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대표는 "문화재청 관계자들은 인력과 돈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관리부실을 덮고 넘어가려고 한다"며 "정말 어이가 없다"고 개탄했다.
강 대표는 "일본은 산불이 나도 물차단막을 설치해 문화재를 덮치지 않도록 해놨다"며 "우리나라는 연기감지기를 설치한 곳도 사찰 4군데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최소한 자동화재탐지기를 다 설치해야 하며, 불이 나면 CF가스(물로 인한 진화는 문화재에 피해를 줄 수 있다) 등이 터져 자동으로 화재를 막을 수 있도록 장치를 미리 해놨어야 했다고 가슴을 쳤다.
특히 이번 사고는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 모두 큰 책임이 있다면서 "구조상 숭례문 천장 속에 적심이라는 나무가 채워져 있는데 정황으로 볼 때는 필경 밑에서 불이 올라와 천장을 태워나간 건대 소방대가 겉으로 보이는 것은 다 탔지만 안에 있던 적심이 타는 것을 모른 것 같다"며 "적심이 타고 있으니까 불꽃은 안 보이지만 연기가 계속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가 10일 촬영한 사진에는 서까래 위에서 불꽃이 막 튀어나오는 장면이 찍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복구와 관련해 그는 "완벽한 복구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실측보고서가 있어서 겉으로 보이는 부분은 복구가 가능하겠지만 안의 구조 등은 실측이 안 된다"며 "어떻게 복원하느냐에 따라 문화적 가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강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3년 전 숭례문 곳곳을 현장방문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당시 관리 상태가 어땠나? "당시 홍예석(승례문 가운데 무지개형으로 뚫린 곳)이 떨어져 방송국 취재차 2층 누각에 함께 올라가본 적이 있었다. 당시 2층 누각 안이 엉망진창이었다. 한심했다. 삽과 대걸레가 덩그마니 놓여 있었다. 국보가 잘 관리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1960년 보수공사 당시의 자재를 그대로 쌓아놓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국보를 이렇게 관리한 것은 정말 충격적이다."
- 숭례문 관리주체는 어디인가. "국보는 원래 문화재청이 관리한다. 그러나 실제는 지방자치단체 관할이다. 그러다보니 숭례문은 중구청에서 관리한다. 내가 관리사무소를 찾아가봤다. 관리사무소가 지하에 있었다. 사무실이 땅 속에 있으니 밖에 도둑이 들어가는지, 불이 났는지 알게 뭔가. 또 어제는 연휴 기간이었다. 그러니 관리인도 없다. 휴일은 사설경비업체에서 관리하니 사실 무방비 상태에서 사고가 난 게다."
- 화재원인이 조명시설에서 방화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 같은데. "일부 사람들은 누전 차단기가 붙어있기 때문에 누전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또 문화재청,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들은 2층 누각에 전기장치가 없다고 한다. 이런 주장들의 진위여부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1960년 숭례문 보수공사에 참여한 신응수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한국 최고의 도편수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그분께 2층 누각에 전기배선을 했는지 안 했는지 들어봐야 한다."
- 숭례문 전소로 국내 목조문화재 관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목조 문화재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문화재청이 목조문화재 화재에 대비한다고 계속 이야기한 후에 실제로 한 게 무언가. 국회에서 관련 공청회를 열어 사찰 4군데에 대비한 것말고 해놓은 것이 없다. 사실 숭례문은 서울시 한복판에 있는 '섬'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경복궁이나 창덕궁에 불이 안 난다는 법이 있나. 누가 술 먹고 들어가서 불 지를 수 있는 것이다.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다 숭례문과 같은 구조다. 그런데 군데군데 소화기만 몇 개 있을 뿐이다. 이래선 안 된다."
- 문화재청 관계자들은 이 같은 지적에 어떤 입장인가."10일 TV 뉴스를 보니 인력과 돈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정말 어이가 없다. 일본은 산불이 나도 물차단막을 설치해 문화재를 덮치지 않도록 해놨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연기감지기를 설치한 곳도 사찰 4군데밖에 없다. 자동화재탐지기를 다 설치해야 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CF가스(물로 인한 진화는 문화재에 피해를 줄 수 있다) 등이 터져 자동으로 막을 수 있도록 해놨어야 했다."
- 초동 화재진압에 실패해 숭례문이 전소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보도도 나왔다. "숭례문 전소는 소방 방재청과 문화재청 양측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문화재 화재를 진화하는데 5시간이나 걸린 것도 말이 안 된다. 소방당국이 2층 누각의 불은 다 껐는데 천장과 지붕 사이의 적심에 불이 붙은 것을 몰랐다. 적심의 불을 끄려면 소방관이 안에 들어가서 꺼야 한다. 소방당국에서 그걸 모르고 일부 소방대는 철수한 것이다. 또 진화작업을 시작하고 40분 뒤에 문화재청과 협의했다고 하는데, 문화재청이 문화재니 과잉진압하지 말라고 이야기한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
- 적심에 대해 설명해 달라. "구조상 천장 속에 적심이라는 나무가 채워져 있다. 정황으로 봤을 때 밑에서 불이 올라와 천장을 태워나갔고 소방대가 겉으로 보이는 것은 다 껐지만 안에 있던 적심이 타는 것을 모른 것이다. 적심이 타고 있으니까 불꽃은 안 보이지만 연기가 계속 나온 게다. 10일 촬영한 사진을 보니 서까래 위에서 불꽃이 막 튀어나오는 형국이었다."
- 복구에는 문제가 없겠나. "완벽한 복구는 불가능할 것이다. 국보1호다 보니 실측보고서 등이 있어 겉으로 보이는 부분은 복구가 가능하겠지만 안의 구조 등은 실측이 안 된다. 따라서 어떻게 복원하느냐에 따라 문화적 가치가 달라질 것이다. 오늘 복구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