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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을 정부 예산보다는 국민성금으로 복원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을 정부 예산보다는 국민성금으로 복원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숭례문은 국민 모두에게 아주 상징적인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국내외 국민들이 (화재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다. 빠른 시간 내에 복원해서 국민들의 허전한 마음을 빨리 달래야 한다.

 

마침 해외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한다. 복원에 참여하고 싶다는 강력한 의사를 오늘 아침 보내줬다. 오히려 정부 예산보다는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참여하는 성금으로 복원하는 것이 국민들에게도 위안이 되고 의미있지 않겠느냐."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풍양속 중 하나가 버스나 지하철에서 노약자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풍속입니다. 하지만, 이 미풍양속이 '강제'인 양 그리고 '의무'인 양, 여기는 노인분들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일부 노인들의 행동이 오히려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눈치없는 이명박 당선인의 '대 국민 염장지르기'

 

무슨 의미인지 아실 것입니다. 양보를 하려고 마음먹다가도, 양보를 받는 대상이 눈치 없이 "젊은 놈이 일어나야 한다"는 식으로 먼저 양보를 이야기할 경우에는 양보할 마음이 싹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명박 당선인이 지금 딱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 국민처럼 성금 잘 내주는 국민들이 없습니다. 휩쓸려서 이성을 잃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지, 정이 많은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큰 사고가 발생하면 앞장서서 분노하고, 앞장서서 성금도 모읍니다. 숭례문 화재 현장을 지켜보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눈물을 흘린 그 마음으로 작은 정성을 보태셨을 분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숭례문 화재의 책임 소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분이 '국민 성금'을 운운하니,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게다가, 이명박 당선인은 돈 되는 일이라면 위장전입이나 위장취업과 같은 불법적인 수단과 방법도 마다지 않은 사람입니다. 청계천 복구공사나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그리고 숭례문 개방도 자신의 서울시장 임기 안에 마친다는 의미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국민 성금' 운운하면 앞뒤가 안 맞을 수 밖에요. 전두환 전 대통령도 이런 식으로 '평화의 댐'을 제안했던 적도 있습니다. 최소한의 눈치가 있다면, 저런 소리는 하지 못할 것입니다. 보세요. 날아온 이야기는 결국 "이명박 당신 재산으로 복원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저게 바로,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우리 속담의 가치를 증명한 사례입니다.

 

숭례문 개방과 이명박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

 

 국보 1호 숭례문이 지난 2006년 3월 3일, 100년만에 개방되었다.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유홍준 문화재청장, 문화재 관계자, 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숭례문 개방식'을 갖고 숭례문의 중앙통로인 홍예문을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오른쪽에서 4번째가 이 당선인.
국보 1호 숭례문이 지난 2006년 3월 3일, 100년만에 개방되었다.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유홍준 문화재청장, 문화재 관계자, 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숭례문 개방식'을 갖고 숭례문의 중앙통로인 홍예문을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오른쪽에서 4번째가 이 당선인. ⓒ 이동현

"그러나 이날 홍예문 개방 후 시민들이 한꺼번에 중앙통로로 밀려 일대 혼잡을 빚어 안전사고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 시장 등 행사 참석인사들이 개방 대상에서 제외된 2층 문루에 오르자 시민들이 우루루 몰려들어 이를 제지하는 공무원과 실랑이를 빚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2층 문루는 높은 사람들만 볼 수 있는 곳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 <세계일보> 2006년 3월 4일자 기사 <한세기만에 열린 숭례문 들어가보니…>의 일부

 

이명박 당선인이 서울시장으로 있던 시절에 '숭례문 개방식' 행사가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숭례문의 중앙통로 홍예문을 개방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이때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대북을 세 번 치면서 홍예문이 열리고 수문장 행렬이 중앙통로로 숭례문 광장에 들어서는 '포토제닉 행사'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것으로 모자라 시민에게는 개방을 금지한 곳에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을 포함한 '높으신 나으리'들이 올라서서 시민들을 내려다보는 명장면이 연출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시민들이 "우리는 사람 아니냐"면서 항의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현재 논란이 되는 '경부대운하' 공약에서부터, 이명박 당선인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 수준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자, 국가적 프로젝트를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치적으로 연결지으려 하는지도 잘 엿볼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명박 당선자는 2002년 11월 14일자 <주간조선> 기사 <[장밋빛 서울의 허실] 이명박 시장은 반박한다>에서 드러난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그동안 숭례문은 국보 1호인데도 시민들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멀리서만 바라봐야 했습니다. 건널목을 만들어 가까이서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광화문도 마찬가지입니다. 광화문에서 세종로·태평로 가기가 얼마나 불편합니까. 장애인들은 아예 건널 수조차 없습니다. 사람 중심의 거리로 복원하자는 것이죠. 그래도 제가 개발론자입니까?"

 

의도야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관리를 어떻게 했느냐는 것입니다.

 

숭례문 야간 경비 비용은 처음부터 '30만원'

 

숭례문이 최초로 개방된 시점은 2005년 5월 27일입니다. 중요한 정보가 발견된 것이 있다면, 이 시점부터 지난 1월 31일까지 숭례문의 무인경비업무를 담당한 보안업체는 삼성그룹 계열사 에스원이라는 사실이죠.

 

황당한 것은, 숭례문의 야간 무인경비시스템에 들인 예산은 매달 30만원이라는 사실입니다. 기본적인 화재 감지기는 단 하나도 갖춰놓지 않은 채, 적외선 감지기 9세트가 전부였다는 뜻이죠. 기본적인 CCTV나 화재 감지기도 전혀 설치가 안 됐다는 의미로 봐야 합니다.

 

물론, 자청해서 무료로 무인경비서비스를 제공하는 KT텔레캅도 순찰점검서비스와 적외선 감지기만을 제공했을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화재감지기와 영상보안시스템은 설치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업체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해명합니다.

 

"숭례문이 복원공사중인 관계로 복원공사 종료 예정일인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첨단 영상보안시스템인 '텔레캅 아이'를 제공하기로 서울시 중구청과 상호 합의했다. 설치 직전 사고가 발생해 유감이다."

 

'성과우선주의'나 '전시행정'의 이면에, 이와 같은 '부실한 관리'가 숨어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경우는 한두 번이 아니죠. 숭례문의 화재 보험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시가 숭례문을 포함한 23개 문화재에 대해 일괄적으로 가입시킨 한국지방재정공제회의 재해복구공제보험에 따르면, '숭례문'에 대해 1년간 납부한 보험금은 83,120원이며,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9508만 2000원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누각만 포함된 금액입니다.

 

기세 좋게 '포토제닉 행사'는 다 해놓은 장본인께서, 정작 그 이면에서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기본적 관리에 대해서는 무심했다는 이야기로 봐야겠습니다. 이명박 당선인, 이게 당선인께서 말씀하신 '사람 중심의 거리'입니까?

 

"물 속에 무슨 문화재가 있으며 웬 돌덩어리 가지고 난리를 치느냐"

 

 10일 밤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인해 국보 1호인 서울 남대문로 숭례문의 누각 1,2층이 모두 붕괴된 가운데 11일 오전 한 시민이 폐허가 된 숭례문의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고 있다.
10일 밤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인해 국보 1호인 서울 남대문로 숭례문의 누각 1,2층이 모두 붕괴된 가운데 11일 오전 한 시민이 폐허가 된 숭례문의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고 있다. ⓒ 권우성

<오마이뉴스> 11일자 기사 <숯덩이 숭례문과 '이명박 운하'에 수장될 문화재>에서 우리는 놀라운 증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 속에 무슨 문화재가 있는가. 문화재 조사는 하겠지만 지방문화원과 지역의 NGO, 지역의 전문가들이 조직을 구성토록 해서 안을 내도록 할 것이다."

 

"청계천 복원사업 때 이명박 당선인은 당시 청계천에서 출토된 조선시대 유구에 대해 '웬 돌덩어리 갖고 난리냐'라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하지만 신라시대 토기까지 나왔다, 경부운하 구간에서는 청계천보다 수십배의 유물들이 나올 수 있다."

 

전자는 인수위 장석효 '한반도대운하 TF' 팀장의 반응이며, 후자는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의 증언이었습니다.

 

이명박 당선인은 그러면서도, 미당 서정주의 봉산산원에 대해서는 "미당을 친일파라 그러는 사람은 다 내 앞으로 데려오라"는 반응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문화재에 대한 의식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닌듯하지만,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숭례문의 야간무인경비에 월 30만원 밖에 쓰지 않았다는 점이 굳이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화재 사태를 맞이해 '국민 성금'을 제안하다니요. "이명박 당선인의 재산으로 복원하라"는 누리꾼들의 목소리가 예사롭기 들리지 않았던 이유인가 봅니다.

 

이명박, 문화재의 폐허에서 운하를 외치다?

 

대운하가 건설되면, 수많은 문화재들이 수몰될 것입니다. 황평우 위원장의 증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명박 당선인의 눈에는 조선시대 투구나 신라시대 토기는 '웬 돌덩어리'입니다.

 

"충주, 괴산, 문경, 제천, 단양 등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조령터널 구간 부근 지역의 문화재와 역사유적지는 총 314점"이라는 앞서 언급한 <오마이뉴스> 기사의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운하가 수몰시킬 문화재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닐 것입니다.

 

누군가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쳤다'고 했지만, 이명박 당선인은 '문화재의 폐허에서 운하를 외칠 것'입니다. 짚어봤듯이 숭례문 화재에 따른 이명박 당선인의 책임도 막대하다면 막대합니다. 그런 판에, 충분히 우려할 수밖에 없는 대운하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니, '숭례문 화재'는 전조에 불과한 것입니다.

 

'전시행정'을 위해 그 이후의 뒷감당에 대해서는 부실로 일관하거나, 밀어붙이기로 무마시키는 방식은 이미 수십 년도 된 옛 스타일의 행정입니다. 그런데 이 방식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숭례문 화재'와는 비교도 안 될 수백·수천의 문화재들이 수몰될 위험에 놓여 있으니,

 

'국민 성금'이 '염장 지르기'로 보이는 것도 우연은 아닌듯합니다. '국민 성금' 이전에, '경부대운하'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해명부터 하고, 부실로 일관했던 서울시장 재임 시절의 '숭례문 관리'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발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명박 당선인, '대국민 염장'은 이제 그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숭례문 화재#이명박#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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