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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세 살이 되면 아이는 어른을 모방하는 데 열심이다. 처음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앵무새처럼 엄마 말을 따라하고, 인형을 앉혀 놓고 엄마가 했던 말들을 그대로 흉내내는 아이를 보면서 마냥 귀엽게만 여겼다.

 

그게 세 살 아이의 발달 단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을 모른 채, '내 아이가 특별해서 벌써 저렇게 말을 잘 하고 인형놀이를 잘 하는가 보다' 하고 행복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자녀교육서를 주기적으로 읽는 이유는 '휘발성 메모리'에 다름 없는 취약한 기억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잊어버릴 만 하면 한 번씩 내 아이의 발달 단계에 대해 환기하고 그에 맞는 놀이와 대화법을 상기해 내기 위해서다.
 
그렇게라도 엄마 노릇을 노력하지 않으면 굳이 일을 하지 않고 전업으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유가 희석되는 것 같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한 살부터 여섯 살까지 나이별로 한 권씩 분리돼 편집된 육아서이다. 대개의 육아 관련 책들이 특정 교육론이나 특정 나이대에 집중해 출판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 책은 기존에 나온 책들에 비해 훨씬 세분화 된 '전집'에 가깝다. 본전 생각하면 두 권으로 압축해 1-3세, 4-6세로 묶었을 것 같은데, 각 권마다 해당 나이에 필요한 정보가 알차게 담겨 있다.

 

딸아이 쿠하가 우리 나이로 세 살, 25개월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3권 <세 살, 우리아이 어떻게 키울까?>를 제일 먼저 읽었다. 뒤이어 네 살 이야기도 읽을 예정인데, 요즘 아이들이 워낙 발달이 빠르기도 하고, 미리 아이의 변화를 알아두면 그에 맞는 대처가 좀 더 유연해질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다.  

 

세 살은 개월 수로 구분하면, 25개월에서 36개월 사이의 어린아이를 가리킨다. 이 시기에 아기들은 '위대한 흉내쟁이'가 된다. 세 살 어린이들은 혼자 노는 쓸쓸한 세계를 사랑하지 않는다.

 

자기 둘레에 어른이 있어야 하고, 그 어른이 행동하는 것을 흉내내기 바쁘다. 모든 일을 시험해 보는 장난꾸러기가 되는데, 어른들 몸짓 흉내와 언어 흉내는 물론 감정까지 흉내내기도 한다. 쿠하도 요즘 주변 어른들의 말투와 몸짓, 감정을 흉내내기에 한창이다.

 

세 살, 위대한 흉내쟁이


20년 넘게 보육 현장에서 어린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며 얻은 노하우를 여섯 권의 책으로 묶어낸 오사카보육연구소가 내린 단 한 줄의 세 살 아이의 특징은 '위대한 흉내쟁이'이다. 어른들 몸짓을 흉내내고, 짓궂게 장난을 치면서 손과 손가락이 정교하게 발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가위로 한 순간에 종이를 잘라낼 수 있게 되는 때인 만큼 손을 움직이며 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기 좋은 흙놀이에도 단계가 있다. 두 살 아기였을 때는 모래놀이가 제격이지만, 세 살이 되면 모래보다는 흙이 좋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점토를 가지고 놀게 하다가, 점점 소근육이 발달한 세 살 후반기에는 찰흙으로 바꿔주도록 한다. 세 살 시기의 아이들은 역할놀이와 상상놀이를 좋아하는데, 모래로는 상상하던 형태를 만들 수가 없기 때문에 조물조물 형태를 만들어 볼 수 있는 흙이 좋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화 필요해 

 

동그라미가 제법 동그란 형태로 그려지는 것도 이 시기 아이들의 그림 그리기 수준이다. 두 살 아기는 동그라미를 그저 동그라미로 인식하지만, 세 살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동그라미는 곧 토마토이고, 사람 얼굴이고, 둥근 빵이고, 사과로 생각한다.

 

상상력이 폭발하는 시기이므로 아이의 상상 세계에 재를 뿌리지 말고, 아이가 말하는 대로 맞춰주면서 상상력을 더 자극하는 어른이 필요하다. 가르치겠다고 생각해서 꼭지를 그리지 않은 둥근 형태를 보고 "그건 사과가 아니라 동그라미잖아. 사과는 꼭지가 있어야지"라는 식으로 말하다가는 아이 마음에 상처를 줄 뿐 아니라, 점점 아이의 상상력을 말살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시리즈는 일본 오사카보육연구소에서 60여명이 넘는 학부모, 교사, 연구자들이 경험을 통해 길어올린 성과이므로, 어린이집 등 보육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좋은 자료집이다. 

 

가정에서 부모가 어린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보육 기관에서 아이들을 올바르게 돌보는데 필요한 내용들이 꼼꼼하게 적혀 있다.

 

이 책의 번역자 이학선 할머니는 과천에서 '이야기 할머니'로 통한다. 올해 여든 다섯의 고령을 감안하면 지난해 출간된 여섯 권의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문구를 그대로 증명하고도 남는다.

 

출판 무렵 언론 보도에 따르면, 1세부터 6세까지 아이들의 보육에 관한 이 책을 번역하느라 3년 동안 하루 4시간씩 대학노트 24권에 옮겨썼다고 한다. 손으로 꾹꾹 눌러 번역한 이 책은 아이를 공동육아에 의지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에게는 물론 처음 아기를 키우는 초보 엄마들에게, 보육교사와 관련 교육자들에게 살아있는 육아 교과서가 될 것이다.


세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오사카보육연구소 지음, 이학선 옮김, 보리(2007)


#세 살 #육아#쿠하#교과서#유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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