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 고장으로 추락중인 첩보위성을 미사일로 격추시키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미 국방부는 14일 "궤도를 벗어나 추락중인 2.3톤 무게의 첩보위성에 사람에 해로운 로켓 연료가 탑재되어 있다"며 "향후 2주 내에 이 위성을 미사일로 격추하겠다"고 밝혔다.
첩보위성 격추작업은 해군 함정에서 개조한 미사일을 발사해 이루어지며 사실상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격추하는 것과 유사한 작전이다.
부시 대통령은 "위성이나 우주 물체가 지상에 추락하면 사람이 죽거나 다칠 수 있다"며 위성격추작전을 지시한 배경을 설명했다.
미 국방부 합참부의장 제임스 카트라이트 장군은 "위성이 향후 3~4일 내에 격추가 가능한 궤도에 진입한다"며 "1차 시도가 실패할 경우 위성이 대기권에 진입하기 전 두번째 격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조차 이번 작전이 안전을 빙자한 위성격추실험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은 지난 해 중국이 미사일방어체제를 테스트하기 위해 고장난 기상위성을 우주에서 격추하자 이를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도 지금까지 328대의 위성이 추락했지만 단 한 명도 지상에서 피해를 입은 적이 없었음을 인정했고, 5년 전 우주왕복선 콜럼비아 호가 텍사스 주 상공에서 폭발해 잔해가 광범한 지역에 떨어졌을 때도 피해자가 없었다"며 이번 작전의 의도가 의심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중국의 지난 해 위성격추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안전을 빙자한 위성격추실험을 하겠다는 것이 진짜 의도라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시각이다.
신문은 또 위성을 제 때 격추시키는 것 역시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너무 늦게 격추할 경우 위성이 예측 불가능한 궤도로 떨어지고, 너무 일찍 격추하면 위성의 잔해가 우주에 퍼져 국제우주정거장과 다른 위성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
위성전문가들은 이 첩보위성이 록히드 마틴이 제작한 특수촬영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위성은 발사 직후 관제불능 상태가 됐다.
국가안보위원회 고든 존드로 대변인은 "이 첩보위성이 지구 상공 273Km 지점을 선회하고 있으나 최근 19Km까지 궤도가 낮아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위성에 실린 '히드라진'이라는 로켓 연료에 사람이 접촉할 경우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