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집 보내도 되겠다." 얼마전 설에 집에 내려가니 어머니가 익숙하게 설거지를 하는 나를 보면서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부모님 품을 떠나 먼 곳에서 학교를 하는 작은딸이 철이 든 것 같아 보인다며 흐뭇해하셨다. 올해로 나의 자취생활은 3년째를 접어든다. 3월이 되면 캠퍼스에는 풋풋한 신입생들이 들어온다. 그 중에는 3년 전의 나처럼 부모님곁을 떠나 먼 곳으로 유학온 새내기 자취생들도 있을 것이다. 아직은 집을 떠난다는 실감이 안 날 새내기 자취생들에게 보잘 것 없지만 3년 동안 내가 얻은 교훈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불규칙한 식사, 직접 요리에 도전해보세요 원래 대학 근처에 위치한 식당들은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학생들의 가벼운 주머니를 감안한 것인데, 이것도 이젠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연일 치솟는 물가에 캠퍼스 근처 식당들도 적게는 500원, 많게는 1000원씩 음식값을 올린 곳이 많다. 또한 사먹는 음식은 아무래도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 있어 건강에도 그다지 좋지 않다. 조금만 부지런해져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생각보다 꽤 많은 용돈을 아낄 수 있다. 예를 들어 3500원짜리 김치찌개로 한끼를 해결하는 것보다 못하는 요리라도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이 더 좋다. 한번 만들어 놓은 국은 적어도 두 끼 이상을 해결할 수 있고 매 식사마다 요리하는 것이 귀찮다면 국물을 따로 봉지에 담아 얼려두면 된다. 식사 때마다 냉장고에 얼려둔 찌개봉지를 꺼내 냄비에 담아 녹여 먹으면 생각보다 손쉽게 집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맛이 나지 않더라도 인터넷에 간단히 김치찌개를 만드는 요리법들을 찾아 요리를 해보면 그 재미도 쏠쏠하다. 여건이 된다면 전자레인지를 하나 장만하는 것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오래 두어 딱딱해진 밥을 데우거나 혹은 밖에서 싸가지고 온 음식을 나중에 먹을 때도 도움이 된다.
계획적인 용돈 관리 습관이 중요 아마 가장 힘든 부분이 용돈 문제일 것이다. 처음 자취를 하는 경우 한달의 용돈을 한번에 받는 경우가 많다. 나같은 경우도 처음에는 용돈을 계획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보름도 못가 용돈이 모자라곤 했다. 계획적으로 용돈을 사용하지 않으면 금세 용돈이 바닥나 버린다. 게다가 새학기에는 이런저런 작은 모임이 많아 계획대로 지출을 하기가 더 힘들다. 이런 경우 가계부를 작성해 지출 항목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알뜰주부들만 가계부를 쓰는 것이 아니다. 돈을 버는 직장인 자취생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에게도 가계부를 쓰는 습관은 새어 나가는 돈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대학생들은 수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직장인들에 비해 가계부 작성이 편하다. 꼼꼼하게 모든 것을 다 쓰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일단 생각나는 것부터 먼저 기록해둔다. 처음부터 다 기록하려고 하면 나중에는 제 풀에 지쳐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건 구입시마다 받는 영수증도 모아 두면 나의 소비생활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용돈 절약에 도움이 된다. 명심해야 할 것은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주일 혹은 한달 단위로 평가를 내려보는 것이다. 그 평가를 통해 나의 지출을 반성하고 다음달의 지출 규모도 예측할 수 있다. 대개 대학생 자취생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착실하게 가계부를 쓰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한번 가계부 작성의 습관이 들면 평생 가계부를 쓸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가계부를 쓰는 것이 여간 힘든일이 아니었다. 몇번의 실패 끝에 이젠 가계부 쓰는 것이 제법 익숙해졌다. 요즘은 가계부작성 프로그램도 나와 있으나 나의 경우는 손으로 직접 쓰는 가계부가 생각날 때마다 쓸 수 있어 훨씬 편리했다. 덧붙여 약간의 현금은 항상 집에 비상금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예상치 못한 사건에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비싼 방세, 하우스 메이트 어떠세요?
요즘 대학가 방세는 정말 '장난'이 아니다. 신촌에 위치한 공인중개소에선 "지난해보다 4-5만원씩 올랐다"면서 "홍대 근처에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1만원이 최저 가격이다"라고 말했다. 고정된 수입이 없는 대학생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것 중 하나가 방세이다. 부모님이 대신 부담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비싼 방세를 혼자 부담하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다. 혼자서 살다보면 여러가지 생활에 필요한 잡동사니나 세금도 혼자 부담해야 한다. '하우스 메이트'를 구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우스메이트는 방이 두 개 혹은 세 개인 집에서 자취를 해야 하는 학생들이 같이 모여 사는 것이다. 만약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다면 같은 방을 쓰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나같은 경우 하우스메이트가 있어 외로움을 많이 이겨낼 수 있었다. 한달에 40만원하는 방세도 반값만 낼 수 있어 방세의 부담도 덜었을 뿐만 아니라 생활비도 상당히 절약할 수 있었다. 만약 집에서 통학을 한다면 쓰지 않아도 될 지출, 예를 들어 샴푸나 반찬값을 하우스 메이트와 반씩 부담하면서 부족한 용돈을 아끼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하우스 메이트의 좋은 점은 이뿐이 아니다. 부모님곁을 떠나 처음 주어지는 자유를 너무 누리다 보면 생활이 엉망이 되거나 나태해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 같이 사는 친구가 있다면, 서로 고민도 들어 줄 수 있고 생활의 규율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다. 물론 '마음이 통한다'라는 것이 기본 조건이 되지만 말이다. 가장 중요한 건 "잘 해낼 수 있다"는 용기 내가 3년 동안 자취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마냥 혼자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부모님의 속박에서 벗어나 어른이 된 것만 같았다. 현실은 상상과 달리 냉혹했다. 부모님 품에 있을 때는 내가 빨래 걱정을 하지 않아도, 세금고지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얼마전에는 잘 돌아가던 보일러가 고장이 났다. 어쩔 수 없이 냉방에서 목도리와 양말까지 입고는 하룻밤을 자야만 했다. 정말 그때는 "내가 무슨 영광을 보려고 이 고생을 하나"라는 생각에 서러움이 복받쳐 올랐다. 부족한 용돈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집 떠난 부담감"이었다. 혼자 뭐든 결정하고 해내야 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그러나 평생 부모님 곁에서 어리광만 부리며 살수는 없다는 것을 이내 깨달았다. 아마 집을 떠나 산다는 생각에 많은 새내기 자취생들이 들떠 있거나 혹은 겁을 먹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칫 마음을 못잡고 어영부영 하다가는 집 떠나 고생한 보람도 없이 엉망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처음 본격적으로 세상에 혼자 살아나가 게 될 새내기 자취생들, 그들에게 "잘해낼 수 있을 거야" 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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