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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희망입니다>표지
<그래도 희망입니다>표지 ⓒ 현암사

우리 사회에 희망은 있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희망을 '경제'를 염두에 둔 '희망'을 말한다. 좀더 많이 벌고 많이 먹는데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돈벌이가 잘 되는 사회인가 아닌가로 희망을 얘기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그것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경쟁제일주의, 개발지상주의로 온갖 생명들을 난도질하려는 데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희망이 아닌 제 몸을 갉아 먹는 아귀같은 욕망이다. 욕망은 또 다른 욕망에 대한 갈증만 증폭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이 절망적인의 현실 속에서 "그래도 희망 입니다"라고 말하는 책이 나왔다.

<그래도 희망입니다>(현암사 펴냄)는 문규현 신부가 글을 쓰고 홍성담 화백이 그림을 그렸다. 이 책은 '여느 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문규현 신부가 부안성당 주임신부로 있으며 겪었던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유치 반대운동 이후 부안독립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산물이기도 하다.

저자소개(책에서 옮김)

문규현 신부/ 1976년 천주교 사제가 된 이래 정의와 평화의 올곧은 여정을 걸으며 항상 양심의 소리, 희망의 빛에 따르는 삶을 살 것을 강조해 왔습니다. 지금은 전주 평화동 성당의 주임신부이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생명평화마중물을 비롯한 여러 생태환경운동과 시민운동을 주관하여 생명과 평화를 위한 삼보일배를 계속해 가고 있습니다.

홍성담 화백/ 정의와 민중에 대해 고민하여 미술을 통한 실천운동과 미술 대중화 운동을 펴 왔습니다. 판화 걸개그림, 깃발 등의 친숙한 매체를 통해 민중의 삶과 해방운동, 통일운동 등을 그림으로 그려내며 ‘5월 화가’ ‘통일 화가’라는 수식어로 알려졌습니다. 지금은 동아시아의 문화적 원형에 관심을 기울이며 그림을 통해 폭력에 맞서 싸우는 일을 쉬지 않고 있습니다.

이 책은 '시대의 양심'을 말하고 있지만 시대 상황에 머물러 있지 않다. 성직자이면서 종교를 초월한 수행자이기도 한 문규현 신부의 시대를 뛰어 넘는 깊은 성찰이 담겨져 있다.

단순함 속에서 깊은 생각을 뿜어 올리는 열댓 줄씩의 짧은 글 스물다섯 편, 거기에 색감 짙은 선화(禪畵)같은 그림이 덧붙여 있어 '명상록'으로 읽히는 책이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독재 권력에 온몸으로 맞서 왔던 문규현 신부와 '명상록'은 어딘가 모르게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문규현 신부의 명상록은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관념론자들의 명상록과는  다르다. 몸으로 새긴 '명상록'이라 할 수 있다.

문규현 신부를 두고 '타협을 모르는 싸움꾼'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책을 접하다 보면 저들이 말하는 '타협을 모르는 싸움꾼'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사랑하고 용서하는 시간보다 상처를 주고 받는 일에 더 큰 시간과 마음을 쏟곤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듯이 그의 싸움은 사랑과 용서에 있다.

그는 "고통스런 현실에 맞닥뜨리더라도 피하고 외면하면 결코 치유되지 않는다, 이 악물고 아픈 현실에 맞서라"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 또한 용서와 화해를 위한 것이다. 내 안의 힘이 튼튼해야 화해 할 수 있고 용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용서할 수 있는 강인함을 길에 핀 작은 들꽃과 같은 아름다운 생명에서 찾기도 한다.

 <그래도 희망입니다>에 들어있는 홍성담 화백의 그림
<그래도 희망입니다>에 들어있는 홍성담 화백의 그림 ⓒ 현암사

내 안의 힘이 튼튼해야 용서할 수 있고 화해할 수 있다

용서와 화해를 할 수 있는 힘은 곧 희망이다. 그 희망은 들꽃처럼 아름답고 바람처럼 자유롭다. 바람은 어디든 가고 싶은 대로 분다. 바람에게 넘어서지 못할 턱, 도달하지 못할 곳은 없다.

"바람의 미덕은 흐르는데 있습니다. 자유로움에 있습니다. 저 가고 싶은 데로 불어 균형을 이루는데 있습니다. 경계와 경계를 허물고 구석구석 다가가 소외의 벽을 넘어섭니다."

바람처럼 자유롭게 올곧은 여정을 걸어온 문규현 신부 역시 고통스런 현실 속에서 숱한 두려움과 맞닥뜨리고 있다. 그의 용기는 그 두려움을 가차없이 떨쳐내려는 '싸움꾼'들의 용기와는 분명 다르다. 그의 용기는 두려움과 함께 간다.

"지금보다 괜찮게, 잘 해 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관계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그런데 종종 두려움이 먼저 앞을 가로막습니다. '과연 잘 될까' '상처 받고 실패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은 우리를 그냥 이대로 살라고 유혹합니다. 그러나 열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분명 용기가 필요합니다.

용기는 늘 두려움과 함께 갑니다. 두려움을 떨구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안고 그냥 한걸음 들어서는 것이 용기입니다."

삼보일배의 고통 속에서 희망으로 피어난 제비꽃

지난 2003년 삼보일배로 부안에서 서울까지 아스팔트 길 위에서 65일을 보낼 때 그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웠지만 마음만큼은 평화로웠다고 말하고 있다.

"새만금 갯벌을 살려 달라 호소하며 부안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 하던 그때 사실 참 행복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고되었지만 마음만은 평온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기쁘고 황홀했던 순간은…. 이마를 대고 절하는 순간 아스팔트 길 틈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보라색 제비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비꽃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방긋 웃는 모습이었습니다."

삼보일배의 고통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제비꽃을 피워 낸 문규현 신부. 그의 '명상록'은 '물아일여'(物我一如)', 자연과 내가 하나이고 너와 내가 하나임을 말하고 있다. 모든 것이 하나임을 알게 될 때 희망의 꽃이 보인다. 그 희망은 또한 쓰레기조차 끌어안는 '생명의 바다'에 있다.

"바다는 생명의 시작점, 모태입니다. 또한 우리들이 내지르는 모든 쓰레기를 품어 정화하는 것 역시 바다입니다. (...) 바다를 죽이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을 죽이는 것이고 바다와 화해하는 것은 우리 자신과 화해하는 것입니다."

쓰레기조차 품어 안고 그가 독재에 맞서 살아온 일생이 그러했듯 그의 의지는 강인하지만 그의 희망은 부드럽다. 거친 파도에 온몸을 내던져 부서지고 깎이고 다듬어져 반질반질한 조약돌처럼 그의 희망은 모가 나 있지 않다.

그는 벼논 앞에 서면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는 나락에게서 희망을" 배우고, 어린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을 대하면서 "탁하고 나태하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수없이 하게" 된다.

"아이는 희망의 다른 이름입니다. 현재를 사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일구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어른들도 성장 합니다."

 <그래도 희망입니다>에 들어있는 홍성담화백의 그림
<그래도 희망입니다>에 들어있는 홍성담화백의 그림 ⓒ 현암사

희망은 모든 생명 속에 깃들어 있다

하여 문규현 신부의 희망은 모든 생명 속에 깃들어 있다. 태양의 기운이 모든 생명을 비추듯이 그 모든 생명 속에서 희망을 찾는다.

"…늘 한결 같은 태양이 있습니다. 언젠나 똑같이 뜨고 지고 뜨고 집니다. (...) 어디에 살든 무엇을 하든 차별없이 기운을 내립니다. 지구상 모든 생명에 태양이 있습니다. 밥상 위 밥 한 그릇, 쌀 한 톨에도 태양이 있고 우리 몸 구석구석과 핏줄에도 우주가 흐릅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 희망이 있다. 하지만 그는 틀에 박힌 관념적인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모든 것에 희망이 있지만 그의 희망의 종착점은 따로 없다.

"간혹 가망 없는 길 위를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희망을 현실로 만나는 건 언제일까 부질없는 질문을 던져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 외엔 달리 해답이 없습니다."

그 희망을 성취하는 길은 느리게 걷는 길이며 또한 길고 긴 여정이다.

"생명이 제 몸으로 다른 생명에게 길을 만들어 주고 함께 가는 길(...) 그 길은 벗들의 손을 놓지 않고 믿음과 사랑을 잃지 않으며 용기와 신념으로 한 걸음 한걸음 내딛어야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 위에 희망이 있습니다. 그렇게 가는 길 자체가 희망의 성취입니다. 길을 가는 우리 자신이 희망입니다."

"이 시대에 희망이 있는가?" 묻는다면 이 책은 대답한다.

"당신이 바로 이 시대의 희망입니다"

 <그래도 희망입니다> 저자 문규현 신부
<그래도 희망입니다> 저자 문규현 신부 ⓒ 송성영
첨부파일
저자 소개.hwp

덧붙이는 글 | <그래도 희망입니다> 그림 전시회및 저자와의 대화

o 그림 전시회 일정 : 2008년 2월 21일(목) 오후 1시~ 23일(토) 오후 4시

o 장소 : 서울 중구 정동 '갤러리 품'(프란치스코 교육회관, 경향신문사 맞은 편)

o 저자, 화백과 함께 하는 시간 : 2008년 2월 21일 19:00~20:30



그래도 희망입니다

문규현 지음, 홍성담 그림, 현암사(2008)


#그래도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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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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