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전날 잠들기 전에 내일은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아융강에서의 레프팅이 유명하다는 글을 비행기에서 읽은 기억이 나서 'Sobek'이라는 업체에 미리 예약을 했습니다.
예약 할 때 말이 안 통하면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을 조금 했는데, 기우였습니다. 발리에 관광객들이 워낙에 많다 보니, 발리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은 단어만 대충 이야기해도 귀신같이 알아먹더군요. 레프팅과 함께 우붓에서 하이킹을 하고 원숭이 포레스트를 구경 하고, 맛집으로 소문난 가게를 찾아가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우선 저희 일행은 레프팅 업체에 예약부터 하기로 하고, 전화를 걸어서(전화번호는 발리 관련 책을 찾아보거나, 호텔 프런트에 물어보면 알려줌) "Are you Sobek? We hope rafting"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이게 문법이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쪽에서는 알아먹더군요. 몇명이냐고 물어보곤, 낼 픽업하러 오겠다고 해서 호텔이름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약간의 해프닝이 생겼습니다. 아침 9시에 데리러 오겠다고 업체에서는 이야기를 했는데, 저희 일행은 과연 저희가 9시까지 일어 날 수 있을까?해서 10시에 오면 안되겠느냐고 했더니, 그 업체에서는 알았다며 10시에 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음날 저희는 10시에 시간 맞춰서 호텔 앞으로 나갔습니다.
호텔 앞에서 서성이고 있더니 어떤 사람이 와서 소벡으로 레프팅 하러 가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데리러 왔다며 가자고 하더군요. 차는 조그만 봉고차였습니다. 그 차를 타니 4명의 사람들이 더 있더군요.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그 분들과 통성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서울의 성균관대에서 오신 분들이었습니다. 그 분들이 갑자기 "왜 이렇게 늦게 오신건가요? 늦잠 주무셨나요?" 라고 물으시더군요. 저는 의아해서 "늦잠을 잔거 같긴한데, 그런데 저흰 약속시간에 정확하게 나왔는데요?" 라고 했더니, 그 분은 "네? 저흰 8시 30분에 도착해서 1시간 반이나 기다렸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아! 순간 레프팅 업체의 시스템이 추측되더군요. 레프팅 예약을 하면서 어느 나라 사람인지 확인해서 일행들을 같은 나라 사람들로 구성을 하고, 그 사람들을 한꺼번에 수송하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픽업 시간이 상이하면, 먼저 픽업된 사람들이 나중에 픽업되는 사람들을 기다려야 하는 겁니다.
예약시간은 서로 협의하나 그 업체에서는 최대한 관광객의 시간을 수용하는 편이니, 먼저 픽업된 사람들은 1~2시간 정도는 다른 관광객을 기다리는 경우도 발생하는 겁니다.
이런 생각이 어느정도 맞구나 싶은게 레프팅을 시작하는 장소에 도착하고 보니, 교관이 유창한 한국어로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겁니다. 그리고 레프팅 중의 모든 행동을 한국어로 제어하더군요. 즉, 국적끼리 사람을 따로 모아서 픽업을 하는 것입니다.
저희 일행이 묵었던 호텔은 발리의 누사두아 지역에 있는 호텔이었습니다. 레프팅을 하기위해 도착한 아융강은 우붓지역에 있습니다. 누사두아에서 우붓까지는 약 1시간 30분 정도 차로 이동해야 하는 거리입니다. 광주에서 목포정도의 거리지요.
이 정도 거리를 달려 아융강에 도착하고, 간단한 교육을 받은 후 장비를 지급받고 레프팅을 하기위해 이동했습니다. 소벡이 위치한 곳은 산 중턱이었는데 레프팅을 위해선 약 15분 정도 걸어서 계단을 내려가야 했습니다. 내려가는 중에 경치가 굉장히 아름답고 곳곳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지루하진 않더군요.
보트 하나에 대개 교관 1명과 3~6명의 인원이 타더군요. 저는 레프팅은 처음이라 보트가 뒤집히면 어떡하나, 물에 빠지면 어떡하나 조금 걱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레프팅 비용이 인당 50달러였는데(픽업 요금, 레프팅후 뷔페식 점심 포함) 기껏해야 10~20분 보트타고 마는 것 아닌가 해서 돈이 좀 아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레프팅 코스가 무려 50분짜리 였습니다. 아융강은 물결이 또 잔잔한 편이어서 초보들이 즐기기에 적절한 곳이었구요. 중수나 고수분들이 즐기기에는 지루한 코스라고 교관이 그러더군요. 중간에 폭포가 하나 있었는데 그 곳이 중간에 쉬어가는 곳이었습니다.
폭포에 도착하면 아무말 없이 현지인들이 이온 음료를 내밉니다. 조금 순진하신 분들은 서비스인줄 알고 마시기도 합니다만, 절대 서비스가 아닙니다. 가격도 매우 비싸서 우리나라에서 1000원에 팔리는 이온음료를 무려 5배에 가까운 5달러에 파는 것입니다.
레프팅을 하는 중에 또하나 즐길 거리가 있다면, 다른 일행들이 탄 보트와 마주쳤을 때입니다. 노로 물장난도 치고, 서로 밀어내기도 하지요. 저희는 일본인이 탄 보트와 경쟁이 붙었습니다만, 결과는 저희의 완승이었습니다.
레프팅이 끝나는 곳도 역시 국적에 따라 다릅니다. 물길을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종착지가 있는데, 한쪽은 한국인 전용 종착지이고, 다른 한쪽은 일본인 전용 종착지입니다. 위의 사진은 일본인 종착지를 한국인 종착지에서 찍은 것입니다.
레프팅을 마치고 현지식으로 뷔페를 먹고, 아융강 인근에 있는 원숭이 포레스트을 가기로 했습니다. 이때 아침에 만난 성균관대 일행과 동행하기로 했지요. 원숭이 포레스트 인근에 위치한 재래 시장까지 레프팅 업체에서 데려다 주었습니다. 우붓 시내라고 하더군요. 여기서 자전거를 빌려 원숭이 포레스트를 구경하고, 맛집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자전거를 빌리는 곳은 길 곳곳에 있었고, 비용은 굉장히 저렴했습니다. 물론 흥정을 해서 가격을 많이 낮추었지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인당 5000루피아(약 500원)로 합의를 보고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빌리는 과정도 굉장히 간단합니다. 그저 현재 묵고 있는 호텔 이름과 방번호만 알려주면 되거든요. 이렇게 자전거를 빌려 약 10분 정도를 달리니 원숭이 포레스트가 나왔습니다.
이 곳 원숭이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에게 올라타서 장난치곤 하지요. 그리고 사람이 귀중하게 여기는 것은 귀신같이 알아챈다고 합니다. 디카나 휴대폰 같은 것을 주의해서 들고 다니지 않으면 낚아 채서 나무 위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 일도 많다더군요.
책에서 읽은 내용 중 하나는 이 곳의 원숭이가 한 여성이 착용하고 있는 귀걸이를 낚아 채서 도망가는 바람에, 그 관람객의 귀가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원숭이를 난폭하게 다루거나 잡을 수는 없다고 합니다. 발리(즉, 인도네시아)에선 원숭이가 귀한 존재라고 하더군요.
원숭이 포레스트를 돌아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강아지 한마리가 나타났습니다. 갑자기 웬 강아지인가 싶어서 지켜봤습니다. 원숭이들과 서로 마음에 안 맞는 일이 있었는지 서로 노려보더군요.
처음엔 2마리의 원숭이와 으르렁 거렸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원숭이들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비닐 봉지 하나를 두고 서로 차지하기 위해 감정싸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싸움은 강아지가 이겼습니다. 강아지가 짖으니 원숭이들이 깜짝 놀라 사라지더군요.
원숭이들이 관광객들에게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 귀엽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곳의 원숭이는 애완용이 아닙니다. 즉 누군가가 신경써서 목욕을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원숭이가 어깨위나 다리에 매달리게 되면, 냄새가 심하게 난답니다.
원숭이 포레스트는 말그대로 원숭이 밖에 없습니다. 15분 정도 돌아보니 더 이상 볼 것이 없더군요. 그대로 원숭이 포레스트를 나와서 발리 관련한 책에 소개되어 있는 맛집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시 달리는데, 맙소사 경사가 어마어마한 겁니다. 언덕에 언덕, 언덕 뿐이었습니다.
저희 일행이 하도 땀을 뻘뻘 흘리며 자전거를 가지고 언덕을 올라가자 지나가는 현지인들이 자기들이 태워주겠다며 제안을 하더군요. 이게 웬 떡이냐 싶어 "OK! Thank you!"를 외쳤는데 10달러를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No, Thank you"라고 했습니다.
40여 분을 언덕과 씨름하며 일행 모두 땀에 절어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책에는 노리스아줌마의 가게라고 적어져 있었는데 간판에는 NURI'S라고만 적어져 있더군요. 이 가게 바로 앞에는 미술관이 하나 있었는데, 발리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이라고 하더군요 이름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군요.
이 곳에 들어갔더니 벽에 거대하고 걸려 있는 평면 TV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국내의 S전자에서 생산한 제품이었는데,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가게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대개 우리나라에서도 맛집이라고 하면 조그만 공간에 식탁 몇개 있는 곳이 연상되듯이 이 가게도 역시 그리 큰 규모가 아니었습니다. 이 곳은 숯불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인데, 저희가 참고한 책에는 야채 수프가 별미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저희가 먹은 것은 립스테이크와 닭다리, 그리고 야채수프입니다. 시원한 맥주와 콜라, 그리고 음료수도 같이 먹었지요. 가격이 굉장히 저렴합니다. 립스테이크가 우리나라 돈으로 약 4000원, 닭다리는 약 1800원, 맥주 1컵에 약 300원이었습니다. 콜라를 주문했더니 병채로 주는데, 병은 우리나라의 콜라보다 작습니다. 그리고 현지에서 생산한 것이라서 그런지 뚜껑을 따고 나선 반드시 뚜껑이 있던 부분을 깨끗이 닦아야 합니다. 굉장히 지저분하거든요.
립스테이크와 닭다리는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잘 맛는 듯 하더군요. 바베큐 소스를 바른 숯불구이를 생각하시면 얼추 비슷할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 음식은 대체로 향신로가 강하고 느끼합니다만, 이 곳의 음식은 그렇지 않더군요. 반면 책에서 추천한 야채수프는 너무 담백해서 느끼하기까지 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다시 우붓 재래 시장으로 자전거를 타고 왔습니다. 올 때는 언덕을 내려오는 일 뿐이어서 10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마주오는 바람을 느끼며 질주하다가 자전거를 반납하고 이후의 일정을 이야기 했지요. 일정을 정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우붓시내를 돌아 다녔으니, 이젠 꾸다 시내를 돌아다녀야지요.
우붓이 과거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발리에 진출하기 전의 발리의 '시내'라면, 꾸따는 외국 기업들이 진출한 이후 새롭게 활성화된 '시내'라고 합니다. 꾸따에는 각종 유명 쇼핑몰들이 위치해 있고,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하드록카페'가 있지요. 오늘은 일단 이 정도로 이야기를 마치고, 다음 기회에 계속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나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 다음 블로거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