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언행과 정치력이 오늘(18일) 신문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한겨레>와 <조선일보>가 거의 유사한 맥락에서 이명박 당선인의 '정치력 부재'를 문제 삼은 것이 주목된다. <경향신문>과 <중앙일보>는 '노명박'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이명박 당선인의 '언행의 문제'에 주목했다. <국민일보>는 이명박 당선인과 한나라당의 '대형사고'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국일보>는 새 정부의 '정무 기능'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겨레> "이명박의 '자신감', 그 안에 정치는 없다"
<한겨레>는 성한용 선임기자의 이명박 정치력 분석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이명박 당선인 측이 지난 주말 국정 워크숍 과정에서 보인 오락가락 행보와 통합민주당에 대한 압박성 발언 등에 포커스를 맞췄다. 성한용 기자는 '이명박 스타일'의 특징으로 '즉흥성'과 '지나친 자신감'을 들었다. 주말 국정워크숍에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참석을 발표했다가 결국 백지화한 과정이나 숭례문 국민 성금 발언, 당선인 측근들도 우려할 정도의 영남 편중 장관 인사나 소망교회 인맥인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깜짝 발탁 같은 경우를 예로 들었다. 이명박 당선인의 '즉흥성'과 '지나친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성한용 기자는 '정치부재'를 가장 주요한 배경으로 꼽았다.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독단적 의사 결정에 익숙하며, 결과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려한다는 것이다. 이 당선인이 16일 워크샵에서 통합민주당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협상이 진행 중인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문제를 두고 이 당선인은 통합민주당의 태도를 '발목잡기'로 매도하고, 총선에서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마디로 정치와는 거리가 먼 행보다. 성한용 기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노무현 대통령과는 또 다른 '신판 포퓰리즘'의 우려를 제기했다. 노무현 대통령처럼 이 당선인 주변을 결국 예스맨으로 채울 위험도 제기됐다. <조선일보> "당선인·인수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 <조선일보>가 소개한 'MB측 자성론'(배성규기자)은 <한겨레> 성한용 기자의 분석과 거의 맥을 같이한다. 지난 한달간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보여준 모습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적잖다"고 했다. "기본적인 대야 협상을 타결짓지 못해 새 정부 출범에 차질을 빚는 등 정무에 비상등이 켜졌다"고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정치 협상에서 맺고 끊어야 할 맥을 제대로 짚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야 협상의 콘트롤타워도 없고, 참모진의 보좌기능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 야당 대표에 대한 직접 협상 제의가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진 것과 같은 협상 기술과 태도의 문제는 물론 협상 가이드라인조차 실무진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않아 합의에 이르렀던 협상이 헝클어지는 파행으로 치달았다는 분석이다. 국정과제 워크숍에 국무위원 내정자들이 참석한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백지화한 것에 대해서는 법적 마인드가 결여돼 있다고 질타했다. <한국일보>도 이를 두고 '새 정부 정무기능 이상 없나'(이동훈 기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국무위원 내정자들의 국정운용 워크숍 참석을 둘러싸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데 대해 이 당선인 측은 국민들과 통합민주당을 겨냥한 양수겸장의 '계획된 연출'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이 기사는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무 보좌 기능에 문제가 있으며 교수들로 짜인 청와대 진용의 경험 부족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경향신문> "국정운용 워크숍서 보인 당선인 모습 '노명박'같다" <경향신문>은 이명박 당선인의 언행이 꼭 노무현 대통령 같다고 지적했다. 다변과 직설적인 화법, '나를 따르라'는 식의 정치 스타일이 그렇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지난 15일 열린 한국정치학회 토론회에서 "이 당선인의 설화가 잦다 보니 노대통령에게 빗댄 '노명박'이라는 말이 생기"(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16일 국정운용 워크숍에서 보인 이 당선인의 모습이 꼭 '노명박'같다"고 했다. <국민일보>와 <중앙일보>는 칼럼으로 말했다. <국민일보> 백화종 편집인은 '백화종 칼럼-하인리히법칙과 한나라당'에서 이명박 당선인과 한나라당에 대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것을 권했다. 앞서 다른 신문들이 지적했던 모든 일들이 이른바 '하인리히 법칙'에 따른 경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인리히 법칙이란 미국의 보험회사 간부가 통계를 기반으로 만든 '대형사고 증후군'에 관한 법칙이다. 대형 사고가 나기 전에 평균 29번의 가벼운 유사 사고와 300번 이상의 징후가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김두우 논설위원 역시 오늘 기명칼럼 '잔뜩 위축된 대통령'에서 이명박 당선인과 새 정부의 '언행'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김두우 논설위원은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말을 서슴지 않았던 노무현 대통령을 이명박 당선인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의 가슴에 속 불이 붙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데 "새 정부가 이런 교훈을 너무 쉽게 잊어버린 듯" 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보수언론과의 '허니문' 언제까지 갈까 <한겨레>에서 <조선일보>까지, 또 <경향신문>에서 <중앙일보> <국민일보>와 <한국일보>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이명박 당선인과 새 정부에 대해 '적신호'를 켰다. 이명박 당선인은 언론의 이런 비판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 당선인은 국정운영 워크숍에서 "부정적인 비판이 있다고 해서 주춤하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며 "옳다면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한다"는 국정운영관을 피력했다. 이명박 당선인과 보수언론과의 '허니문'이 의외로 빨리 깨질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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