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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국정홍보처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정부조직개편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계속하면서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측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여야 협상의 최대 쟁점인 해양수산부 존폐 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이 "물류 측면에서 보면 통합이 맞다"며 해수부 폐지에 찬성한 것. 특히 노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의 협상 시한인 1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는 점 때문에 민주당 측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청와대 대변인 "'통합이 일리 있다'고 얘기한 것은 사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당선인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지난해 12월28일 첫 회동 당시, 노 대통령 퇴임 전에 다시 한번 만나기로 이미 약속이 돼있었다는 게 양측의 회동 배경 설명이다. 회동은 1시간 45분에 걸쳐 진행됐고, 분위기는 "덕담을 나누며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과 이 당선인 회동 직후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정 전반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특히 한미FTA 비준 문제에 대해 이명박 당선인이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에 국회에서 처리됐으면 한다는 희망을 피력했다"며 "이에 노 대통령도 적극 공감했고, 두 분은 이를 위해 적극 협조하기로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또한 주호영 대변인은 정부조직개편과 관련 "물류(해양물류 포함) 측면에서는 (해상, 육상 부문의) 통합이 맞는 것 같다"는 노 대통령의 언급을 소개한 뒤 "(해수부를 폐지하고) 국토해양부로 통합하는 우리쪽 개편안이 맞는 것 같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주 대변인은 이어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청와대에서도 노 대통령의 발언을 확인해줬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해수부 존폐 여부와 관련해서 편안히 대화하는 중에 '물류 측면에서는 통합이 일리가 있다'고 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다만 "이 발언은 인수위의 조직개편안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며 협의 차원에서 이뤄진 언급도 아니다"고 강조한 뒤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해 국회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국회 논의의 최종적 단계까지 지켜보겠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또 "청와대가 거부권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행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 간 협상 걸림돌인 해수부 문제에 대해 이명박 당선인측 손을 들어줬다고 해석될 수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는 "(대통령의 발언을) 상호간 공개하기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발언은 "해수부 폐지는 나라의 미래를 버리는 것"이라며 해수부 사수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해온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에게 '한방'을 먹이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측에 재를 뿌리는 꼴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의 비공개 회동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의 비공개 회동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국정홍보처

끝까지 통합민주당에 재 뿌리고 가는 노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떠나는 대통령에게 서명을 강요할 일이 아니라 새 정부의 가치를 실현하는 법은 새 대통령이 서명 공포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떠나는 대통령에게 서명을 강요할 일이 아니라 새 정부의 가치를 실현하는 법은 새 대통령이 서명 공포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이종호

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에도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여야간 협상이 본격화되기 전임에도 기자회견을 갖고 '거부권 행사'를 시사해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측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정보통신부·교육부·과학기술부·여성부·통일부·경제부처·국가인권위원회 등 대부분의 부처를 거명하면서 개편에 따른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조목조목 짚었지만, 유독 해수부에 대해서만은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과학기술부는 참여정부가 철학과 전략을 가지고 만든 부처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는 참여정부의 핵심가치가 담겨 있다. 예산처는 그 동안 탑다운 예산제도를 도입하여 재정운용을 합리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 미래를 위한 예산을 늘려 왔다.

이것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철학에 근거한 것이다. 정보통신부는 국민의 정부 이전에 생긴 것이어서 철학을 말할 일은 아니지만, 훌륭한 성과를 가지고 있다. 이런 부처들을 통폐합한다는 것은 참여정부의 철학과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그래서 재의 요구를 거론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국회에 맡겨둘 일이지 대통령이 왜 미리 나서느냐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면서도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이) 통일부와 여성부 존치를 주장하고 있을 뿐, 다른 부분은 대체로 인수위의 주장을 수용하는 것 같아 지켜만 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 형식을 빌어 거부권 시사 발언을 한 것은 대통합민주신당의 국회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문제점을 낳았다. 모든 관심의 초점이 청와대로 쏠렸기 때문에, 통합신당은 빠지고 마치 '노무현-이명박' 간의 협상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당시 최재성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늘 (노 대통령이) 지적한 내용이 국민의 생각과 같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해결하는 방법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공이 국회로 넘어왔다.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해결할 것"이라고 말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노무현과 이명박의 결합이니까 '노명박'?"

이번 이명박 당선인과의 만남에서 나온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통합민주당은 공식적인 대응을 피하는 가운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상호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고 거부권까지 시사했던 분이 이명박 당선인과 나란히 앉아 같은 얘기를 하니까 황당하다"며 "지난번 기자회견에 이어 또 한 대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 도무지 (노 대통령의 의중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이어 "어쨌든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의 미래 가치와 바다를 통한 해외진출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해수부의 존치가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며 "두 사람 간에 어떤 취지로 대화가 오갔는 지 알 수는 없으나, 논평할 가치를 못 느끼지만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당내 한 의원은 "노무현과 이명박의 결합이니까, '노명박'이 맞네"라며 쓴 웃음을 짓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정부조직개편안#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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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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