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친일파 유치진(호 동랑, 1905~1974)의 호를 딴 ‘동랑희곡상’이 제정되어 논란을 빚고 있다. 그것도 자치단체가 앞장서서 친일문인의 이름을 내건 '희곡상'을 만들어 더 그렇다. 통영시와 통영연극예술축제위원회는 한국신극 100주년을 맞아 국내 창작극 활성화를 위해 통영 출신 극작가인 동랑 유치진의 호를 딴 “제1회 동랑희곡상'을 공모한다고 19일 밝혔다. 통영시와 통영연극예술축제위원회 측은 “통영 출신 연극예술가 유치진의 연극정신을 기리고 극작가들의 창작여건 마련과 창작극 활성화, 우수 창작극의 무대화를 위해 상을 제정해 시상하고자 한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통영 출신인 극작가 유치진은 1931년 희곡 <토막(土幕)>을 발표한 뒤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1931년 홍해성·서항석 등과 ‘극영동호회’를 창립하고, 이어 이헌구·이하윤 등과 함께 ‘극예술연구회’를 만들었으며, 해방 이후 국립극장장과 반공통일연맹 이사, 동국대 교수, 드라마센터 소장 등을 지냈다. ‘동랑희곡상’의 응모자격은 신인 또는 기성작가로, 소재와 장르는 제한이 없이 90분 내외로 공연 가능한 창작희곡작품이어야 한다. 당선작(1편)에는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되며, 시상식은 6월 20일에 열리는 통영연극예술축제 개막식 때 할 예정이다. 통영연극예술축제는 극단 '벅수골'이 소극장 공연을 발전시키기 위해 2005년부터 개최해오고 있다. 이번 수상작은 내년에 개최되는 통영연극예술축제 개막작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통영 문인 “통영시장이 해도 너무 한다” 대표적 친일파의 호를 딴 희곡상이 제정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으로 통영에서 활동하는 문인 최정규씨는 “진의장 통영시장이 해도 너무한다”면서 “유치진 기념사업은 이미 정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다시 불러내서 기념사업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당연히 반대다. 최근 새 정부는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자고 하는 각종 위원회는 폐지하려 하고, 일본의 과거 문제에 대해 반성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속에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자치단체장들이 이미 정리가 끝난 친일파들을 되살리려 한다”면서 “관련 단체와 논의해서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영에서 유치진과 관련된 기념사업을 벌일 가능성은 지난해부터 예상되었다. 극단 ‘벅수골’이 지난 해 6월 통영에서 '2007 통영 전국 소극장 축제'를 열면서 “한국 신극 100년사에 미친 동랑의 영향”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던 것. 당시 심포지엄은 통영시와 한국연극협회 등의 후원으로 열렸다. 또 당시 민족문제연구소 회원 10여명은 심포지엄 장소 앞에서 “미국의회는 일본정부에게 사과 촉구하는데, 한국 통영시는 ‘위안부’ 할머니들 가슴에 대못을 받는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유치진 친일 행적 너무나 뚜렷 유치진의 친일행적은 뚜렷하다. 그는 친일조직인 일진회를 중심으로 일한(日韓) 합병을 열망하는 작품 <흑룡강>을 1941년, 친일의 선봉 이용구(李容九)를 찬양한 작품 <북진대>를 1942년에 발표했다. 또 그는 작품 <대추나무>를 친일 관변연극 대회인 제1회 연극경연대회에 올려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48년 김구 선생의 지시로 임시정부 국무위원 김승학 선생이 작성한 '친일파 263인' 명단과 1992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친일파 99인>에도 유치진은 포함되어 있다. 유치진은 2005년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1차 명단을 발표할 때 포함되기도 했다. 통영에서도 유치진은 친일파로 지목받아 왔다. 한 단체에서는 1990년 통영 남망산 기슭에 유치진의 흉상을 설치했는데, 그의 친일행적이 밝혀지면서 1995년 자진 철거되었다. 그의 흉상이 있던 자리는 지금은 비어 있다. 문화관광부는 1991년 '4월의 문화인물'로 유치진을 선정했다가 시민단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취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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