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하는데…이명박 인수위를 통해 본 보수 진영의 능력을 봤을 때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담하다. 지난 10년간 절치부심했다는 보수 진영의 능력이 그것 밖에 안되나?지난 대선의 참패는 진보 진영이 절실하게 반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상대방이 처음부터 '똥볼'을 너무 차니까 마치 이 쪽이 정당성을 얻은 것 같은 분위기고 올 총선도 해볼 만하다는 얘기가 벌써 나온다. 상대방의 잘못을 통해 얻는 이런 효과는 대단히 좋지않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거저 승리했다가 엄청난 후폭풍을 겪었다. 이명박 정부가 '이제는 보수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들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다. 인수위를 비판하면서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아주 실망스럽다."(서동만 상지대 교수)2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는 시민단체 주최로 '이명박 정부 , 어디로?' 인수위 활동 평가와 정책 제언' 토론회가 열렸다. 진보 쪽 시민단체들이 준비한 토론회인 만큼 차기 정부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지만 이 당선인과 인수위의 숱한 좌충우돌 때문인지 처음부터 비난 목소리가 더 강했다.
"진보가 절실하게 반성하는 계기 될 수 있는데..."외교·안보·통일 정책 분야에 대해 발제를 한 구갑우 경남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북한은 적이고 미국은 친구라는 '적과 친구'라는 이항대립에 기초하고 있다"며 "MB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철학적 기초는 실용주의가 아니라 선험적으로 선과 악을 구분하고 힘의 우위에 입각한 정책을 실천하고자 하는 '도덕적 현실주의'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북한을 교정이 필요한 열등한 존재, 스스로 변할 수 없고 외부의 개입에 의해서만 바뀔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북한의 붕괴를 예상하면서 개념계획 5029를 작계 5029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토론자로 나선 서 교수는 "이명박 당선인은 외교·통일 경험이 전혀 없고, 한승수 총리는 경험은 많지만 무색무취하고 카멜레온처럼 변신해왔던 인물"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외교·안보·통일의 조종탑이 제대로 가동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통일부 장관 내정자인 남주홍 교수에 대해 그는 "지금 시대에서 그가 이전에 내뱉었던 냉전적 발언들은 대북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기보다는 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동아일보>가 보도하고 인수위가 부인했지만 큰 논란이 벌어졌던 국정원 개편에 대해 맹비난을 했다. 서 교수는 지난 2003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했다.
"국정원 개편의 핵심은 북한 담당인 3차장 폐지인 것 같다. 이는 통일부 폐지와 맞물려 있다. 3차장실은 북한과 관련된 거대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통일부도 국정원 없이는 대북 정책을 펼 수 없다. 3차장실을 없애겠다는 것은 통일부를 폐지하겠다는 구상 이상으로 상당한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3차장실 가운데서도 특히 교류·협력 부서가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그러면서 제 3국에서의 휴민트(대인 정보) 강화를 얘기하는 모양이다. 이는 지난 10년간 남북관계 변화를 완전 무시하는 발상이다. 1970년대만 해도 평양시내 시가지 사진 한 장 얻기 어려워 공작을 벌여야 했다. 지금은 연인원 2만명이 평양을 방문하는 등 남북교류 협력이 강화되면서 공개 정보가 아주 늘었다. 북한같은 폐쇄사회에서 공작으로 어떻게 김정일 위원장에게 직접 접근할 수 있나? 남북교류협력으로 2명의 대통령이 그를 만났고 남북경협을 하는 사람들도 김정일을 직접 만났다. 여기에서 얻어지는 정보는 대단히 고도의 것이다. 공식관계라는 한계가 있지만 이는 미국과 일본이 절대로 확보할 수 없다. 화해협력에 따른 대북 정보야말로 정말 고급인데 이명박 정부는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중국도 이제는 '성장'이란 말은 안 쓴다"중국 전문가인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앞으로 변화 가능성이 있고 진보 진영이 성급하게 판단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면서도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우선 이명박 정부의 성장 우선주의를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가 성장을 강조하는데 시대착오적으로 보인다. 성장하면서 중국을 사례로 드는데 정작 중국 정부의 각종 보고서에는 '성장'이라는 단어가 없어졌다. 대신 '발전'이라는 말을 쓴다. 성장만 강조하다가 빈부격차·지역격차로 나라가 결단나게 생겼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주의를 내세운다. 그러나 '검은 고양이·흰 고양이론'의 폐해를 너무나 겪은 중국은 이제 그런 얘기 안 한다."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실용을 강조하는데 정작 그 너머에 뭐가 있는지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중관계와 관련 그는 "한국 정부도 관망중이고 중국 정부도 관망 중이다, 박근혜 대표가 특사로 중국에 오니 대접을 잘해줬는데 원래 중국 사람들은 모호할 때는 손님 접대를 아주 잘 한다"며 "이대로 가면 한중관계는 공동의 이익관계가 아니라 공동의 회피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촌평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한미 동맹에 편승하겠다고 하면서 '글로벌'을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 맞는다"고 의문을 제기했고,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은 "남주홍 교수의 통일부 장관 임명은 부시가 '유엔무용론자'인 존 볼튼을 유엔대사로 임명한 것과 똑같다"고 빗댔다.
그러나 그는 "이명박의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분위기 때문에 남북관계에서 큰 파행을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도덕적 현실주의라고 평한 구갑우 교수의 평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무조건 미국 우선 등 또 하나의 이념에 갇혀있다는 점에서 표리부동형 현실주의, 산만한 현실주의"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 안에서도 '팍스아메리카'의 종말을 많이 얘기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패권을 영원한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