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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예기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수요일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여성 로비스트 비키 아이스만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의혹을 터뜨리자 위기감을 느낀 공화당이 결집하는 양상이다.

 

보스턴의 우파 라디오쇼 진행자인 제이 세버린은 22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악의적이며 미국의 영웅을 부정적으로 덧칠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언론권력의 끔찍한 부패와 오만 그리고 위험을 직시하라"며 <뉴욕타임스>를 비난하고 나섰다.

 

 존 매케인과 로비스트의 염문설을 첫 보도한 <뉴욕타임스>의 기사
존 매케인과 로비스트의 염문설을 첫 보도한 <뉴욕타임스>의 기사 ⓒ NYT

흥미로운 사실은 제이 세버린이 그간 존 매케인 의원을 비판하는 입장에 서 있었다는 것. 골수 공화당원들은 공화당 본류와 어긋나는 매케인 의원의 초당파적 의정활동과 발언 등을 문제삼아 심지어 그를 좌파라고 비판해 왔고 제이 세버린 역시 마찬가지 입장을 취했다.

 

존 매케인 의원은 특히 공화당이 소위 '좌파'로 규정한 미국의 주류 언론과 가깝게 지내 골수 공화당원들은 그를 배신자로 생각해 왔다. 이 중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원들이 혐오하는 가장 대표적인 '좌파' 신문. 

 

하지만 '적의 적은 아군'인 것일까? 수요일 존 매케인과 로비스트 비키 아이스만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폭로기사가 나온 뒤 공화당의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배신자, '좌파 협력자'라는 비난은 어느 새 사라지고 매케인 후보는 이제 좌파 언론에 핍박받는 공화당 대표선수로 위상이 달라졌다.   

 

심지어 백악관조차 <뉴욕타임스> 때리기에 거들고 나섰다. 백악관 부대변인 스콧 스탄젤은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전당대회 전이면 매달 한 번, 그 후에는 매주 한 번 꼴로 공화당 후보를 겨냥한 폭탄을 터뜨린다는 것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보도의 배경에 정치적 의혹을 제기했다.

 

워싱턴D.C의 한 변호사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원은 <뉴욕타임스>를 증오한다"며 "지금 이들은 '매케인, 그 더러운 놈들을 때려눕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나온 뒤 존 매케인 후보에 대한 후원금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매케인 캠프는 또 유권자들의 이메일 회신률 역시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의 기세로는 <뉴욕타임스>의 기사가 그간 미지근했던 공화당원을 결집시켜 오히려 매케인에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고 있는 셈.

 

<폭스뉴스>의 한 평론가는 "많은 공화당원들에게 <뉴욕타임스>에게 공격을 받는 것은 영광의 훈장이나 다름 없다"며 이번 사건의 파장을 분석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공화당의 이런 움직임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신문은 21일자 관련기사에서 "매케인 후보의 <뉴욕타임스> 공격은 '신문과의 전쟁'을 선거전략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매케인 후보가 그간 언론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 등으로 공화당 주류로부터 불신 받았음을 지적한 뒤 "매케인은 공화당이 좌파신문이라고 비난하는 신문에 대한 공격에 가담함으로써 이제 공동전선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에 현재 2천여건이 넘는 비판 댓글이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신문은 해당 기자와 편집국 간부를 중심으로 독자들의 질문에 대한 상세한 답변을 온라인판에 올려 놓고 있다.

 

오바마와 힐러리가 치열한 대결을 벌이는 와중에 뉴스의 중심에서 밀려난데다 이념적 분열로 지리멸렬하던 공화당은 <뉴욕타임스>를 먹이 삼아 드디어 결집에 성공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확실하지 않다. 특히 이익집단으로부터의 독립을 후보의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던 존 매케인이 다름 아닌 로비스트와 염문설이 나돌고 게다가 그의 핵심 참모 태반이 로비스트 출신인 사실이 인구에 회자되면서 <뉴욕타임스>와의 전쟁은 오히려 역풍이 되어 그에게 타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

 

미국 대선은 이제서야 대선다운 면모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존 매케인#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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