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또바기도서관 전경 아이들과 어른이 소통하는 아름다운 공간. 또바기 마을어린이도서관.
또바기도서관 전경아이들과 어른이 소통하는 아름다운 공간. 또바기 마을어린이도서관. ⓒ 한미숙

또바기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서 자원봉사자가 청소를 하고 있다. 비로 한 번 쓸고  스팀이 나오는 물걸레로 구석구석 깨끗이 닦고 있는 중이었다. 첫날부터 지각을 한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나머지 청소를 하겠다고 하니, "벌써 다 했다"면서 오는 길이 힘들었을 텐데 차 한 잔 하란다.

 책도 보고 숙제도 하고 종이접기도 열심히 해요.
책도 보고 숙제도 하고 종이접기도 열심히 해요. ⓒ 한미숙

 영어동요듣기와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진 어린이들.
영어동요듣기와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진 어린이들. ⓒ 한미숙

지난 18일 오전 10시 30분경. 아직 어린이도서관에 아이들이 오진 않았다. 초등학교가 개학을 하면서 오전시간엔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고 이번 주 금요일에는 종업식을 한다. 아이들은 봄방학 일주일을 끝내고 3월 초에는 한 학년씩 진급한다.

18일(월)부터 22일(금)까지 일주일동안 어린이도서관 체험을 해보니 오전시간엔 주로 엄마들이 도서관에 모인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겪었던 일이나, 아이 교육에 대한 이야기, 동네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엄마들로부터 나온다.

한 엄마는 요리학원에서 잡채를 했다고 도서관에 가지고 왔다. 계란지단으로 고명을 올린 잡채를 엄마들과 봉사자들이 둘러앉아 서로 나눠먹었다. 고명이 ‘당신을 위해서 손을 대지 않은 음식’을 뜻한다는 것을 듣곤, 모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 그런 뜻이 있었구나!’ 서로 바라보며 웃는 얼굴이 친근하고 다정하다. 마을사랑방이 따로 없었다.

연극놀이 하기 전 <곰 사냥을 떠나자> 이 책으로 연극놀이 할 거에요.
연극놀이 하기 전<곰 사냥을 떠나자> 이 책으로 연극놀이 할 거에요. ⓒ 한미숙


몸풀기 개울가에 올챙이 한마리... 연극놀이 하기 전에 몸을 먼저 풀었어요.
몸풀기개울가에 올챙이 한마리... 연극놀이 하기 전에 몸을 먼저 풀었어요. ⓒ 또바기어린이도서관

요술지팡이 신문지를 말아서 만들었어요. 연극놀이하는 동안 요긴하게 쓰일 요술지팡이
요술지팡이신문지를 말아서 만들었어요. 연극놀이하는 동안 요긴하게 쓰일 요술지팡이 ⓒ 한미숙

곰사냥 하는 이유 "곰을 사냥해서 우리 도서관에 데리고 오면 같이 친구하고 싶어요." "통과~"
곰사냥 하는 이유"곰을 사냥해서 우리 도서관에 데리고 오면 같이 친구하고 싶어요." "통과~" ⓒ 한미숙

 요술지팡이가 이번엔 모닥불로... '어서 불을 지피자 어휴~ 추워!'
요술지팡이가 이번엔 모닥불로... '어서 불을 지피자 어휴~ 추워!' ⓒ 또바기어린이도서관

 아이들은 책을 통해 스스로 자라요.
아이들은 책을 통해 스스로 자라요. ⓒ 한미숙

또바기 마을어린이도서관(관장 홍춘기)은 대전 대덕구 와동에 위치하고 있다. 2006년 9월 와동지역(와동, 신대동, 연축동, 장동)주민들이 모여 마을어린이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준비모임을 시작하고 작년(2007년) 3월 30일에 개관식을 했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대전지회의 ‘어린이도서관 테마지원사업’에 당선되면서, 도서관 공간마련과 내부시설, 도서구입 등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마을주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서관은 와동지역 어린이들에게 건강한 도서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한 몫 한다. 동화읽는어른들의 모임에서 선정한 좋은 도서를 권장한다. 또 주민들에게는 자원봉사와 여러 가지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 공동체 의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일주일 동안 아이들은 책 읽어주는 '낯선' 아줌마인 내 주변으로 다가와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되는 영어동요듣기와 그림책으로 해보는 연극놀이는 함께 해서 더 즐거웠다.  

도서관에서 내가 하기로 한 것은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주기였다. 내가 두어 권 골라서 읽어주고 나면 아이들에게 다시 한권씩 골라오게 한 다음 그 책을 읽어주곤 했는데, 목이 말라서 물 한잔 먹고 올 틈도 없이 계속 책을 들고 왔다. 집에 가려고 옷을 입고 있는데 내 옆에 꼭 붙어서 열심히 듣고 있던 수빈(5살)이가 하는 말,

“아줌마, 집에 가지 마세요!”
“?!”

운영위원회 회의 어린이도서관장과 상근사서들, 자원봉사하는 엄마들로 꾸려진 운영위원회 회의입니다.
운영위원회 회의어린이도서관장과 상근사서들, 자원봉사하는 엄마들로 꾸려진 운영위원회 회의입니다. ⓒ 한미숙

책을 통해 스스로 세상을 만나고 호기심과 잠재력을 키우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 그 가운데 아름다운 공간 또바기 마을어린이도서관이 있다. ‘또바기’라는 말은 언제나 한결같이 또박또박 걷는 아이라는 뜻으로, 세상을 향해 자신 있게 나아가는 아이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다고 한다. 

책읽어주기를 들었던 어린이가 자기보다 더 어린 아이를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는 모습은 보석처럼 예뻤다. 도서관이 어른과 아이들이 소통하며 꿈과 희망을 키우고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또바기 마을어린이도서관: http://cafe.daum.net/yoadongdb (042)320-3060



#또바기#어린이도서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