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에 대한 특별검사를 검토 중이다.
홍영만 금융감독위원회 홍보관리관은 26일 "삼성 특검팀으로부터 삼성증권에 대한 수사협조를 요청받아 착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특검의 요청사항이 금융실명법 위반 또는 금융정보분석원(FIU) 보고사항 등 소관사항으로 판단되면 검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윤정석 특검보는 "지난 21일 특검법 6조 3항에 근거해 금감원에 공문을 보내 수사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삼성 특검법 6조 3항에 따르면 "특별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필요한 경우 관계 기관의 장에게 사건과 관련된 사건의 수사기록 및 증거 등 자료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있다.
영장 없이 감독당국의 고유권한으로 의심 계좌에 대한 조사에 나설 수 있는 금감원이 삼성증권 조사에 나서 삼성 비자금 의혹 수사는 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특별검사, 설마 또 '솜방망이'?
김상조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도 금감원의 조사에 기대를 드러냈다.
"FIU보고 즉 혐의거래보고 위반 조사 경우 사실상 특검의 차명의심계좌 수사나 마찬가지다. 혐의거래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계좌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심될 만한 거래를 한 계좌들의 거래내역을 들여다봐야 한다. 특검이 계좌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영장이 필요하지만 금감원은 영장 없이 진행할 수 있어 특검보다 신속하게 광범위하게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그러나 금감원이 이번 조사를 통해 자금의 성격이나 출처를 밝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금감원은 김용철 변호사의 차명계좌가 개설된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에 대해 검사를 벌여 금융거래실명확인 의무를 위반한 우리은행에게 '기관경고'를 내렸다. 하지만 이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우리은행의 경우 "3년 동안 증권사나 보험사 등 다른 금융회사의 최대 주주가 될 수 없는" 기관경고는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교수도 "사실상 지금 같은 상황에서 금감원이 마냥 뭉개고 아무 것도 안 할 수 없지 않겠냐"며 "금감원이 자금의 성격이나 원천 등까지 조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얼마만큼 차명계좌를 파악하고 원천까지 알아내느냐는 금감원의 의지에 달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홍 홍보관리관은 이날 "자금의 성격 등은 금감원의 권한 밖의 사안"이라며 미리 이번 특별검사 범위를 한정지었다.
"삼성, '사슴'보고 '말'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특검팀은 비자금 의혹 수사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오늘(26일)로 보름째 삼성증권 수서 전산센터에서 차명의심계좌 3800여개의 거래내역 등을 확보하고 있고 회계사 등을 추적해 특본으로부터 인계 받은 계열사들의 회계분석자료를 검토 중이다. 또 일부 임원들의 계좌에서 삼성 계열사로부터 흘러온 자금을 발견하는 등 자금 성격 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차명계좌 혐의로 소환된 임원들의 완강한 부인으로 1차 수사 기한이 마무리되는 지금까지 자금의 성격과 원천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지금까지 특검팀이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소환한 삼성 전현직 임직원 수는 모두 60여명. 이들 중 차명계좌임을 시인한 임원은 민경춘 삼성사회봉사단 전무 등 4명 뿐이다.
윤 특검보는 이날 "차명의심 계좌에서 발견된 돈의 일부가 비자금이라는 점을 확인했냐"는 질문에 고사성어를 소개하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비자금으로 보이는 돈을 발견한 것은 맞지만 저 쪽에서는 아니라고 하니깐 개인적으로 위록지마(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란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우리가 보기에는 금인데 저 쪽에서는 쇠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비자금으로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