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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 풍경
서점 풍경 ⓒ 이승철

서점에 들어서자 우선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진열대의 많은 책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둥그런 탁자에 둘러앉은 학생들과 엄마들은 모두 책을 읽고 있었다. 자신이 구입한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책을 읽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서점에서 모두 책을 읽어 버리니까 책이 안 팔리는 것 아닐까?”

서점에 같이 들어간 일행이 조금은 염려스럽다는 듯 하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럴 듯한 말이었다. 읽을 만한 책을 구입하여 자신의 집이나 다른 장소에서 읽어야 책이 팔릴 것 아닌가.

 

엊그제 집 근처의 백화점을 찾았을 때였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는 없었던 서점이 들어선 것이다. 백화점의 맨 위층이 서점과 문구점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문을 열었다는 것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서점으로 올라서자 다른 층과는 달리 창밖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시원하다.

 

서점과 문구점은 여느 날과 달리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새 학기를 맞아 책과 문구들을 사려는 학생과 학부형들이 많이 찾았기 때문이다. 책과 문구를 고르는 엄마와 아이들의 표정이 포근하게 풀린 날씨만큼이나 밝고 건강한 모습들이다.

 

 무슨 책이 그리 재미있을까?
무슨 책이 그리 재미있을까? ⓒ 이승철

타원형의 둥근 탁자를 중심으로 모여 앉아 책을 읽는 아이들 사이로 엄마들도 함께 책을 읽는 모습들이 정답다. 책을 사러 나왔다가 즉석에서 몇 권의 책을 읽고 가는 아이들도 많았다. 초등학교 4학년이라는 여자 어린이는 벌써 세 권 째 책을 읽고 있다고 했다.

 

새로 맞이하는 봄과 함께 학생들에게도 새 학기가 시작되는 계절이다. 겨울 동안 추위에 움츠렸던 대자연이 기지개를 켜며 새싹과 꽃망울 터뜨릴 준비를 하듯 학생들도 어깨를 활짝 펴고 새롭게 한 학기를 시작하는 계절인 것이다.

 

“이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거든요, 그래서 공책이랑 필요한 문구들을 사려고 나왔어요.”

어느 젊은 엄마는 예쁜 딸아이의 손을 잡고 예쁜 공책과 문구를 고르고 있었다.

 

어린이에게 학교에 가는 것이 좋으냐고 물어보았다.

“학교 가면요,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예쁜 선생님도 만나게 되니까 좋아요.”

아직 병아리처럼 어려보이는 어린이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진열대 사이에서 책읽기에 푹빠진 어린이
진열대 사이에서 책읽기에 푹빠진 어린이 ⓒ 이승철

중고등학생들 몇 명도 책을 펼쳐보며 고르는 모습이다. 다가가 어떤 책을 찾느냐고 물어보았다. 학생들은 새 학기에 필요한 참고서와 함께 아직 읽지 못한 세계명작 문학작품을 고르는 중이라고 했다. 어떤 학생들은 책 진열대 아래 바닥에 주저앉아 책을 읽고 있다.

 

학습용 만화책을 읽고 있는 어린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라고 한다. 이 어린이도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세 권 째라고 한다. 오늘 책을 살려는지 물어보았다.

“아뇨, 그냥 몇 권 읽고 갈 거에요.”

어린이들은 몇 명이 진열대 밑에 늘어앉아서 열심히 책을 읽고 있었다.

 

다른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한 어린이만 공책이랑 문구들을 사가지고 갈 계획이었지만 책을 살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도심의 대형서점처럼 대학생이나 어른들이 그렇게 책을 읽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요즘은 하루 몇 백 명씩은 될 걸요, 주로 아이들이 많이 읽고 갑니다.”

책을 사지 않고 서점에서 책을 읽고 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느냐는 물음에 진열대에서 책을 정리하고 있던 여직원이 한 대답이었다.

 

“책을 읽고 가는 건 괜찮은데 책을 찢거나 낙서를 해놓는 일이 생겨서 문제지요. 물론 어쩌다 발생하는 아주 극소수의 일이지만….”

 

여직원이 살짝 귀띔하는 말이었다. 서점 이름을 밝혀도 괜찮겠느냐고 물으니 서점이름은 절대 밝히지 말아달라고 한다. 서점 이미지에 손상이 갈까봐 하는 말인 것 같았다. 

 

 책읽기에 여념이 없는 이 어린이들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책읽기에 여념이 없는 이 어린이들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 이승철

그래도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은 정답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포근하게 풀리고 있는 날씨 속에 서점을 찾은 어린이들과 엄마들의 표정에서는 봄날 같은 싱그러움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새 학기를 맞아 문구점과 서점은 모처럼 활기에 넘쳐 있었다. 필요한 문구들을 고르고 서점 탁자와 바닥에 나란히 앉아 책을 읽는 어린이들과 엄마들의 모습이 밝고 건강해 보인다. 어느 곳에서건 책을 읽는 모습에서는 밝고 희망찬 미래를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승철#책읽기#서점#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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