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동탄신도시 일부 아파트 단지가 화재발생시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고층아파트 진화 및 인명구조를 위한 고가사다리소방차는 아예 들어가지 못하는 아파트단지도 있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1일 오산소방서에 따르면 동탄신도시 21개 단지 184동 중 단지 내로 고가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곳은 두 개단지(13개 동). 그 외 5개 단지 35개 동은 고가소방차 이동이 안 되거나 각도상 사다리를 펴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문제가 확인된 7개 단지 48개 동은 화재발생시 출동한 소방차량들이 아파트단지 입구에서 구경만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입장이다.
일부 아파트가 이처럼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버린 데는 아파트 정문격인 문주(門柱), 조경공사 등 단지특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탄지역 대부분의 아파트는 문주를 꾸미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 단지의 얼굴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전보다 겉치레에 비중을 둔 까닭에 4m를 간신히 넘도록 만들어 3.8m 높이의 소방차량이 지나가기엔 버거운 곳이 많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화재 발생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단지 내 조경시설은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조경에 신경을 쓴 나머지 소방차가 진입할만한 공간을 남겨두지 않은 것. 게다가 대형 조경수들로 인해 소방차는 사다리를 전개할 수 도 없는 상태다.
일부 아파트는 또 단지 입구의 경사 각도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돼 차체가 바닥에 닿아 진입조차 못하는 곳도 있다.
단지 입구에 지하 주차장 통로를 설치한 것도 화재 발생 시 진화에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멋 부리려다 화를 부른 꼴이다.
동탄의 홍모씨는 “아파트가 예쁘게 조성돼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시와 건설사에서 하루빨리 화재에 대한 방책을 마련해 주길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고가차량의 단지 내 진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A아파트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준공검사를 하면서 소방시설관련 점검을 마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할 기관에서 정식 공문을 통한 연락이 오면 점검해 보겠다”고 말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준공검사 과정이 주로 소방 시설위주인데다 주택건설 입안단계부터 소방전문가가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요즘 아파트 추세가 조경, 문주 등 특화를 많이 하다 보니 안전을 미처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05년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됨에 따라 아파트 화재가 발생할 경우 확산을 막을 수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탄의 경우 발코니에 방화유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함에도 이를 어긴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화 아파트가 화근? 아파트 특화를 외치며 최첨단 고품격 아파트를 선언한 동탄신도시가 특화로 인해 발목이 잡히는 결과를 낳게 됐다.
동탄신도시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불이 났을 경우 낮은 문으로 인해 소방차의 진입이 어렵고, 들어간다 하더라도 조경공사 등으로 인해 소방차를 댈 수 없어 초기진화조차 이뤄질 수 없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결국 아름다움을 표방한 아파트특화가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화근이 되는 결과를 낳았다.
문주나 조경 등은 동탄신도시내 건설사들이 선언한 특화로 A아파트의 경우 조경, 문주 등 특화를 내새워 녹지율 63%를 자랑하며 아파트 분양당시 1순위에서 최고 158대 1로 분양을 마감하기도 했다.
특화란 개념은 1997년 IMF 파동이후 아파트미분양사태가 진행되면서 특등 급 건설사가 ‘특화’를 통한 브랜드차별화를 선언하면서 생겨난 용어다. 처음 특화 당시에는 서비스로 제공되던 특화비용이 현재 건설사 분양에 일반화되면서 분양가에 포함되는 추세다.
적게는 단지별로 70억 원에서 많게는 120억 원이 넘게 특화비용으로 지불되며 이 모든 금액은 일반 분양자들의 몫이 되는 셈이다.
분양 후 동탄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특화비용을 현실화하라는 제안을 통해 ‘없던 것을 있게 만든 신화’를 이뤄냈다. 결국 동탄신도시는 특화신도시라 할 정도로 건설사간의 경쟁을 통해 어느 도시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건설사간의 경쟁과 입주민들의 제안이 결국 화근이 되어 안전에 발목이 잡히는 결과를 낳게 됐다.
현재 상황을 파악한 동탄신도시 입주민인 김현숙(가명)씨는 “입주민들이 특위를 결성하면서 전문화를 내세웠던 터라 현재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앞으로는 입주민들의 요구가 아름다움과 안전을 함께 고려하는 제안들이 이뤄져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