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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전리 각석 기하학 모양의 다양한 바위그림
천전리 각석기하학 모양의 다양한 바위그림 ⓒ 전국역사교사모임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를 흘러 지나는 대곡천과 그 일대, 이곳은 다양한 크기의 바위들이 물살을 맞으며 있는 멋진 풍경, 주변의 너른 바위 위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공룡 발자국들, 그리고 기하학 형태의 여러 무늬와 글과 그림이 있는 바위그림까지 볼 수 있는 곳이다.(부산은행 편, 울산, 역사의 향기를 찾아서 중에서)

같은 바위그림이지만 천전리 각석은 반구대 암각화와 느낌이 전혀 다르다. 반구대 암각화가 고래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새겼다면, 천전리 각석은 새겨진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개를 갸웃거릴 만큼 추상적인 도형과 무늬 등이 새겨져 있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고래 및 각종 동물을 사냥하며 살았던 고대인들의 삶의 자취가 물씬 풍긴다면, 천전리 각석에서는 신비스럽고 절대적인 힘에 의지하려 했던 고대인들의 신앙과 종교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천전리 각석에 담긴 의미

물에 잠긴 반구대 암각화와는 달리 천전리 각석은 고스란히 자신의 모습을 답사 팀에게 드러내고 있다. 각석 윗부분이 앞으로 15도 정도 기울어 있다. 덕분에 비바람으로 인한 손상을 적게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각석 윗부분에 자라는 나무들이 많아 뿌리가 각석의 틈새를 파고 들어올 경우 손상될 위험 또한 많다.

천전리 각석2 15도 정도 기울어진 각석
천전리 각석215도 정도 기울어진 각석 ⓒ 이기원

“바위그림에 많이 등장하는 동심원을 예전에는 태양을 상징하는 것으로 추정했지요. 그런데 요즘에는 태양보다는 물을 상징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유치원에 가서 아이들에게 태양을 그려보라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요? 해바라기 모양처럼 그리거나, 둥근 원을 그리고 햇살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그림이 되겠지요?”

잔잔한 물에 돌을 던지면 동그란 물결이 인다. 그 모양을 떠올려보면 바위그림 동심원과 닮았다. 동그라미 그리면서 퍼져나가는 물결을 바위 위에 새긴 고대인들의 생각은 어떤 것이었을까?

오랜 가뭄 속에 곡식이 말라가면 사람들은  물을 간절하게 원하게 된다. 그 간절한 마음이 바위그림으로 나타났다. 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만들어내는 동심원의 모양으로 그들의 마음을 바위에 새긴 것이다.

설명 울산모임 김광률 선생님
설명울산모임 김광률 선생님 ⓒ 이기원

울산모임 김광률 선생님께서 천전리 각석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마름모가 여성의 성기를 상징한다는 견해부터 시작해서, 곡물, 대지, 한국 선사 문화 속의 비너스 상, 청동기 시대 논이나 밭을 상징한다는 견해 등 다양한 해석도 들을 수 있었다.  

대곡천 계곡의 공룡 발자국

천전리 각석 앞을 흐르는 대곡천은 산을 돌아 반구대로 흘러간다. 더운 여름날 흐르는 물에 발 담그고 앉아 쉬기에 적합한 널찍한 바위가 대곡천 수변에 수없이 널려 있다.

“여러분, 이 주변에 공룡 발자국이 많이 있습니다. 어떤 게 공룡 발자국인지 찾아보세요.”

이번 답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하고 추진한 울산모임 김문술 선생님의 얘기에 사람들은 발 밑 바위 면을 요리조리 살펴보며 공룡 발자국을 찾았다. 이게 공룡 발자국 맞느냐고 울산 선생님들을 붙들고 묻는 이들이 많았다.

공룡발자국 화석 대곡천 주변의 공룡 발자국 화석, 사람 발의 크기와 비교하면 그 크기가 짐작된다.
공룡발자국 화석대곡천 주변의 공룡 발자국 화석, 사람 발의 크기와 비교하면 그 크기가 짐작된다. ⓒ 이기원

바위 위에는 곳곳에 물이 고인 웅덩이가 많았다. 그게 다름 아닌 공룡 발자국이라 했다. 대곡천 주변에 남아있는 공룡 발자국은 200여 개나 된다고 한다. 공룡 발자국이 일정한 방향으로 향한 게 아니라 불규칙하게 흩어져 있는 것으로 미루어 공룡이 지나던 길이 아니라 집단 서식지로 추정한다.

역사의 자취를 찾아 떠난 답사에서 사람이 아닌 공룡의 흔적을 보는 기분도 색다르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죽어간 사람들도 많다. 그들도 흔적은 남겼다. 천전리 각석이 대표적 흔적이다.

공룡발자국 화석2 다른 모양의 발자국 화석
공룡발자국 화석2다른 모양의 발자국 화석 ⓒ 이기원

이곳에 살았던 고대인들은 각석을 남겨 자신들의 간절한 마음을 후세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이곳에 살았던 공룡들은 수많은 발자국을 남겨 자신들의 존재를 후세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각석과 공룡 발자국을 답사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는 어떤 흔적을 남기고 죽을까?”

덧붙이는 글 | 1월 14일부터 1월 17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전국역사교사모임이 주관하고 울산역사교사모임이 준비한 자주연수가 있었다. 이번 자주연수의 주제는 '고래와 노동의 도시, 울산'이었다. 이 기사는 둘째 날 오후 천전리 각석과 공룡 발자국 화석 답사 관련 기사다.



#천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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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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