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공천 혁명'을 일으킨다고 한다. '금고형 이상의 범법자'는 이번 4월 총선에 공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고형 이상의 범법자라? 금고형이란 교도소에 수감되어 형살이를 하는 범죄에 해당한다. 흔히 교도소에서 노동까지 하는 징역형과 달리 주로 비파렴치범에게 선고된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분명히 이는 단순 벌금형 정도가 아니고, 이에 비해 형살이까지 한다는 점에서 중죄에 해당한다.
지난번 장관 인사청문회를 기억해 보자. '비리종합세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논문표절, 자기논문표절, 논문중복게재,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자녀국적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몇몇 후보자들은 낙마했다. 부도덕성이 문제라는 것이다. 국민의 일상적 도덕 수준에 비추어 볼 때 지탄을 받을 만큼 부도덕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
그러나 융단폭격식 비리 의혹 제기를 보고 있노라면 항상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은 과연 깨끗한가 하는 의문 때문이다.
어느 장관 후보는 부동산 투기로 몰렸다. 평당 140만원에 산 땅이 110만원으로 떨어졌지만, 그것은 ‘투기 잘못’일 뿐 투기는 투기라는 것이다. 물론 투기를 목적으로 산 땅이라면 설사 손해를 보았다 하더라도 투기는 투기다. 모든 부동산 투기꾼이 다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도덕적 잣대를 가진 국회의원들은 어떠한가?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이 있다. 높은 도덕적 수준은 고사하고 법이라도 지키면 최소한의 도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금고형이 국회의원공천의 마지노선이라? 다시 말해 국회의원은 형살이를 할 정도로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괜찮다는 뜻 아닌가? 장관에게는 준법성 정도가 아니라 높은 도덕성을 요구해야 하지만, 국회의원은 높은 도덕성이 아니라 중죄인이 아닐 정도면 된다는 뜻 아닌가?
물론 정치인들이 금고형 이상의 선고를 받았다 하더라도 이들을 중죄인으로 몰아붙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권력 투쟁 과정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도 사면 복권이 된 이상 국회의원에 출마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억울함은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공당의 공천을 받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은 다른 문제이다. 공당은 자신의 정체성과 국민적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정치적 노선뿐만 아니라, 도덕성까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사람이다. 따라서 이들이 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고, 법을 어긴 사람이 공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법을 집행하는 사람인 행정부 장관에게는 준법성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이 왜 자신들에게 한 수준 낮은 준법성만을 평가 잣대로 삼는가? 국회의원후보로 공천된 사람 중에는 자기 글을 표절한 사람도, 땅을 사서 손해 본 사람도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