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를 운영하며 쉼터를 찾는 이들에게 가장 미안할 때는, 쉼터를 이용하는 이들이 쉼터 시설에서 불편함을 겪는 것을 보게 될 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쉼터를 이용하는 이들이 쉼터시설이야 조금 불편할지라도 내 집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가급적 간섭을 하지 않고, 심신의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하지만 결혼 이주 여성들의 경우 가정을 꾸리고 살다가, 가정 폭력 피해나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으로 인해 비교적 오랜 기간 쉼터를 이용할 때가 많은데, 평소 그들이 살던 집이 비록 누추하더라도 쉼터 시설이라는 것이 공동생활이다 보니 가정집에 비할 바 못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올초에 쉼터를 이용하기도 했던 결혼 이주여성 후엔(Huyen·26·가명)의 남편으로부터 쉼터 시설이 좋지 않아, 아내의 쉼터 거주를 허락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미안함과 함께 어이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후엔이 쉼터에 오게 된 경위는 강간 미수 사건의 피해자로, 경찰의 안내를 받고 왔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후엔은 건설노동자로 일하는 남편의 잦은 외박으로 인해 홀로 지낼 때가 잦았는데, 건장한 체격의 남성들로부터 폭행 위기에 처하자 완강하게 저항했고, 그 와중에 손가락 골절을 당했다고 했습니다.
상담을 하며 참 이상했던 것은 상처받은 아내의 편이 되어 보듬어줘야 할 남편의 태도였습니다. 경찰 조사 후에 처음 우리 쉼터에 와서, 아내가 임시 거하게 될 숙소를 보고는 “쉼터 시설이 좀 그렇다, 차라리 집에서 쉬게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찰로부터 성폭력피해자를 인계받은 입장에서는 “아무리 집이 편하다 해도, 사고 났던 곳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피해자를 혼자 있게 둔다는 것이 상식적인가?”하며 남편을 설득했지만, 그의 태도는 너무나 완강했습니다.
정작 말도 통하지 않는 아내의 보호막이 되어 주어야 할 남편은...남편이라는 사람은 경찰이나 상담단체에 대해 늘 ‘내가 바쁘니 빨리 끝내라’는 식의 태도로 비협조적이었는데, 피해자인 아내의 심신의 안정을 꾀하고, 어떻게 가해자를 잡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피해 조사차 진료를 받았던 병원에서는 “골절 치료는 제때 받아야 하는데, 꼭 받으라고 전해주세요”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말도 통하지 않는 아내의 보호막이 되어 주어야 할 남편은 오히려 ‘아내가 재수 없이 번거로운 일을 만들었다’고 비난하는 듯하는 태도로 일관해서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쉼터를 떠났던 후엔씨가 지금 우리 쉼터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것도 쉼터 시설의 누추함을 타박하며 아내를 데려갔던 남편에게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각목으로 구타를 당하여 쉼터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쉼터 이용 첫날 다른 여성의 부축을 받고 걷는 모습을 보고 어찌 된 영문인지를 알 수 있었는데, 후엔에 의하면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해 왔었다고 합니다. 특별히 지난 일요일(2일)에는 핸드폰을 갖고 나가지 않았던 남편이 외부에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며, 귀가하자마자 각목으로 온몸을 팼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구타 흔적이란 것이 사진으로만 봐도 끔찍할 정도로 온몸이 피멍 범벅이었습니다. 골반부위와 허벅지, 팔뚝 가릴 것 없이 피멍이 가득했는데, 허벅지에 든 멍들은 양측에 벌건 피멍자국이 있는 반면, 가운데는 주위에 비해 하얀 곳들이 눈에 띄어 각목으로 힘껏 내리쳤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남편이라는 사람은 아내인 후엔을 한마디로 짐승 패듯이 구타했던 것이었습니다. 구타 흔적을 보며 그 끔찍함에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습니다.
짐승 패듯 아내를 구타한 그, 짐승보다 못한 남편
짐승 패듯 아내를 구타한 그는 후엔에게는 짐승보다 못한 남편이었던 것입니다. 쉼터 시설을 타박하기 전에 심보부터 고쳤어야 했던 그는 지금 가정폭력 건으로 고소를 당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구타 행위에 대해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지 연락 한 번 없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구타를 가한 비인간적인 행태의 흔적을 보며 끊는 분노와 함께, 이 땅의 또 다른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는 이런 폭력이 가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