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논란 속에서 치러진 중학교 1학년 전국학력평가 문제가 지역 상황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문제의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시험 문제 중 하나인 4교시 과학 13번 문제는 태안사태 관련 그림을 보이고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과 해상크레인을 실은 배가 충돌하였다. 이 사고로 유조선에 들어있던 많은 기름이 바다로 흘러나와 주변 환경이 크게 오염되었다"고 설명한 뒤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지역의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개인이나 가정이 실천할 수 있는 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기름을 제거할 물품을 대량으로 만든다. ② 오염된 지역을 재난 지역으로 선포한다. ③ 기름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시설을 늘린다. ④ 기름이 흘러나오는 유조선의 구멍을 막는다. ⑤ 면으로 된 헌 옷을 보내거나 자원봉사를 한다. 태안에 사는 어린이들은 가족들과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일로 어떤 답을 선택했을까? 정답은 ⑤번이다. 과연 태안 앞바다에 사는 중 1학년 학생들에게도 맞는 답일까? 기름을 제거할 물품을 대량으로 만든다를 선택하지는 않았을까? 서울중심 학력평가
충남 태안읍 원북면 대기초에 근무하는 유일상 교사는 이 시험문제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그는 "태안 사람들은 타지역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지만 헌옷을 보내거나 자원봉사한다는 것은 태안 아이들에게는 전혀 해당사항이 아니다"면서 "삶이 극도로 파괴되어 분노하고 있는 태안 아이들과 가족들에게는 국가와 특정기업이 책임지고 태안을 살려내라고 요구하는 일이 지금은 가장 큰 일"이라고 태안 지역 실상을 전했다. 그는 "전국단위 학력평가에서 환경교육차원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특정기업의 책임에 대한 언급없이 이런 문제를 낸다는 것은 태안에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국학력평가 문제는 서울시교육청에서 만들었다. 지극히 서울과 타지역 중심의 출제인 셈이다. 김진철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기획국장은 "제대로 된 진단평가라면 지역사회의 특수성, 아이들과 가정환경의 특수성 등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면서 "학교 단위에서 가르치는 교사들이 협력하여 가장 타당한 문제를 내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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