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스위치(switch) .. 남이 지어 준 집, 도배까지 해 놓은 집에 스위치만 올리면 불이 켜지고, 조절 장치 틀면 방이 적당히 덥혀지는 이른바 현대식 주택과 견주면 이건 집이 아니라 헛간입니다 .. 《전우익-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현암사,1993) 41쪽 ‘적당(適當)히’는 ‘알맞게’나 ‘골고루’로 다듬어 줍니다. ‘도배(塗褙)’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벽에 종이까지 바른”이나 “벽종이까지 발라 준”으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 스위치(switch) : 전기 회로를 이었다 끊었다 하는 장치. ‘여닫개’로 순화 │ - 전원 스위치 / 스위치를 켜다 / 스위치를 끄다 / 스위치를 내리다 / │ 밥통 스위치를 누르다 / 이 스위치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 ├ 스위치만 올리면 불이 켜지고 │→ 단추만 누르면 불이 켜지고 │→ 여닫개만 올리면 켜지고 └ … 보기글에서는 ‘단추’나 ‘여닫개’로 고쳐쓰면 됩니다. 다른 자리에서는 ‘불’이라고 다듬으면 되고요. “전기밥솥에 불을 올렸다”라든지 “불을 켜다”나 “불을 끄다”처럼 말이지요. 요새는 잘 안 쓰지만, 예전에는 ‘똑딱’ 소리가 나는 여닫개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똑딱이’ 같은 말을 써서 다듬을 수 있는데요, 우리 둘레 물건 생김새나 소리를 살피며 알맞는 말을 찾아보아도 좋겠습니다. ㄴ. 스포츠(sports) .. 추운 날 보리밟기는 몸을 덥히는 농부의 스포츠다 .. 《후루노 다카오/홍순명 옮김-백성백작》(그물코,2006) 78쪽 보기글은 글차례를 살짝 바꿔서 “추운 날 보리밟기는 농부한테는 몸을 덥히는 운동경기이다”로 적으면 토씨 ‘-의’를 덜어낼 수 있습니다. ┌ 스포츠(sports) = 운동 경기. ‘운동’으로 순화 │ ├ 농부의 스포츠다 │→ 농사꾼한테 운동이다 │→ 농사꾼한테 놀이이다(놀잇감이다) └ … 제아무리 ‘스포츠’를 ‘운동’으로 고쳐써야 한다고 국어사전 말풀이에 달면 무엇 할까요. 글쓰는 사람이고, 기자이고 교사이고 부모들이고 자기 말투를 바로잡지 않는걸요. 텔레비전이고 라디오고 어디에고 나오는 사람들은 죄다 ‘스포츠’를 말합니다. 방송에서는 ‘스포츠뉴스’만 들려줄 뿐입니다. 인터넷에서도 ‘스포츠’ 소식을 찾을 수 있지 ‘운동(경기) 소식’이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나라 사람 거의 모두가 쓰고 있는 ‘스포츠’라는 말입니다. 잘못이나 골칫거리라고 느끼지 않고 스스럼없이 쓰고 있는데, 이 말을 ‘운동-운동경기’로 바로잡거나 다듬을 수 있을까요. 글쎄, 아무래도 꿈같은 일 같은데. ㄷ. 트레일러(trailer) .. 안드레는 12시쯤 빨간 트럭에다 우리 셋이 쓰기에 충분한 트레일러를 달고 도착한다 .. 《니타 골든 겔만/강수정 옮김-나는 유목민,바람처럼 떠나고 햇살처럼 머문다》(눌와,2005) 95쪽 ‘충분(充分)한’은 ‘넉넉한’으로 고치면 좋습니다. ‘도착(到着)한다’는 ‘온다’나 ‘닿는다’로 다듬어 줍니다. ┌ 트레일러(trailer) : 동력 없이 견인차에 연결하여 짐이나 사람을 실어 나르는 차량 ├ 부수차(附隨車) = 트레일러 │ ├ 셋이 쓰기에 충분한 트레일러를 달고 │→ 셋이 쓰기에 넉넉한 짐칸을 달고 │→ 셋이 쓰기에 넉넉한 짐수레를 달고 └ … “짐이나 사람을 실어 나르는 차량”이라면 ‘짐차’라 해도 되지만, ‘트럭’하고 헷갈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짐칸’이나 ‘짐수레’로 다듬어 봅니다. 짐 싣는 칸이니까 짐칸이요, 짐을 싣되 차 뒤에 붙여서 끌고 다니니까 짐수레인 셈입니다. 저도 자전거 뒤에 이런 짐수레를 붙이고 다니는데, 어떤 분은 ‘캐리어’라고도 하고 어떤 분은 ‘트레일러’라고도 하더군요. 그렇지만 저는 ‘자전거 짐수레’라고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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