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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속담에 "주의력이 부족한 사람은 숲 속을 걸어가도 땔감을 구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관심만큼 보게 되고, 자신의 관심만큼 뭔가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관심이 없으면 누군가 심각하게 던져 오는 질문도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어제(11일) 나는 관심만큼 보게 된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절감했다.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한다는 말을 인도네시아어로 통역해 주십시오."
"네, 그럼 휴일근로가 유급휴일을 말하는 건지, 무급휴일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

통역을 부탁한 회사에 굳이 휴일근로가 유급을 뜻하는지, 무급을 뜻하는지를 물은 이유는 경험상 사측에서 이런 통역을 의뢰할 때는 급여계산에 문제가 있을 때였기 때문이었다.

"아, 그냥… 일요일에 일하면 특근이잖아요. 우리가 예전에는 200%를 줬는데, 외국인들이 올려 달라고 해서 노동부에 확인해 봤더니, 150%만 줘도 된다고 하더라고."
"그러면 유급휴일 근무에 대한 안내군요. 150%라고 하신 건 일요일을 유급휴일로 계산한 뒤에 하시는 말씀이시죠?"
"아니, 그냥 아까 말한 대로 노동법에 그렇게 나와 있다고 통역해 주시면 안 돼요?"

서글서글하게 말을 걸어오던 상대방이 갑자기 답변을 회피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분명했다. 부탁한 통역 내용이란 것이 고작 한 문장이니, 기계적인 답변만 할 것 같으면 끝나도 벌써 끝났을 일인데 휴일근로가 유급인지 무급인지를 따지면서, 자신들의 의도를 너무 쉽게 간파해 버린 탓에 말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었다.

일 분도 걸리지 않을 내용을 갖고 한참을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통역을 부탁한 쪽의 의도를 더욱 분명히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 일요일에 특근할 때마다 휴일 근로수당 계산이 틀리다는 불만을 들어왔던 회사에서 노동부 규정을 들먹이며 자신들이 제대로 지급하고 있다고 우기려 했던 것이었다.

전화를 걸어왔던 사람은 노동부에 직접 전화를 해서 휴일근로에 200% 지급하는 것이 맞느냐고 물었더니, 담당 직원이 150% 지급이라고 답하는 것을 분명 들었다는 것이었다. 현상유지만 해도 좋은데 급여를 내릴 수 있는 구실도 얻은 셈이니 사측 입장에서는 횡재한 셈이었다.

그래서 가령 유급휴일인 일요일에 8시간을 일하면 50% 더한 12시간분의 급여만 주면 이상 없다는 것을 하루라도 빨리 공지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사실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한다"고 답한 노동부 담당 직원이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주노동자들의 형편과 휴일근로 수당에 대한 질문을 던졌던 회사측의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이 불찰이었던 것이다.

회사측에 정확한 답변을 하려 했다면, 일요일에는 유급휴일 수당 8시간과 당일 근무시간의 150% 상당액, 즉 20시간의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했어야 했지만, 노동부 직원은 일반적인 선에서 유급휴일 수당을 더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러자 사측에서는 '노동부에 확인해 본 내용'이라고 큰소리치며 임금을 후려칠 요량으로 통역을 부탁한 것이었는데, 마침 임자 만난 셈이었다.

통역을 부탁해 왔던 회사의 인도네시아인들은 사측에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에 준해서 급여계산을 해 줄 것을 몇 달 동안 요구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사측에서는 외국인들이 한국 물정을 알면 얼마나 알랴 싶었는지, '법' 핑계를 대고 이주노동자들을 기만하려 했던 것이었다.

한 마디로 자신들은 '근로기준법대로 하고 있으니 까불지 말라'고 하려 했다가,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음을 소문낸 꼴이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근로기준법대로 한다는 말, 얼마나 좋은가. 근로기준법이란 것이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 놓은 것이지, 그 이상을 달라는 것이 아니니까, 그대로만 해 주면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현실은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분신했던 전태일 열사의 38년 전 외침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묘한 느낌이 든 것은, 자신의 기본적인 권리를 위해 사측에 틀린 급여계산 정정을 요구한 이주노동자들의 당당한 모습이 궁금해졌고, 아직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고 절박하게 외쳐야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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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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