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효리가 뚱보가 됐다고? 섹시 아이콘으로 불리던 그녀가 어떻게…. 방법은 비교적 간단했다. 약 5시간의 특수분장 시간을 견디면 됐다. 조건도 까다롭지 않았다. 이효리가 뚱보로 사는 시간은 단 하루였으니까. 지난 달 17일 방송을 시작한 SBS <일요일이 좋다>의 한 코너 '체인지'는 가수 이효리를 뚱보 작가로 변신시키며 첫 방송부터 화제를 모았다. 뚱보로 변신한 이효리는 아무 거리낌 없이 길거리를 활보했고, 바로 옆에서 대중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었다. 특히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과정에서 눈물을 흘렸던 이효리를 보며 시청자들은 올해 서른이 된 ‘섹시 여가수’의 고민을 느낄 수 있었고, 그에 호응했다. 노랗게 염색한 머리 때문에 간혹 외국인으로 불리던 방송인 노홍철은 <체인지>를 통해 진짜 외국인으로 변신했다. 아랍인 압둘라로 변한 노홍철 편에서 시청자는 노홍철을 따라 외국인의 눈으로 보는 한국의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제작진은 노홍철의 안경에 소형 카메라를 달아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을 보다 실감나게 표현했다. 작위적인 느낌도 있었지만, 마지막에 낯선 외국인에게 친구가 돼주겠다며 찾아온 몇몇 시민들을 보며, 노홍철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보며 감동하기도 했다. 최근엔 가수 손호영이 여자로 변신하기도 했다.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의, 거의 완벽한 ‘변신’이었다. “하루 동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다!”는 '체인지'는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네 번의 방송을 지켜보며 '체인지'가 <몰래카메라>의 ‘아류’로 남는 것 아닌가 하는 노파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체인지'는 중간 중간 그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줬다. 여자로 변신한 손호영 편과 FD로 변신한 강인 편이 그랬다. 두 편 모두 제작진은 특수분장을 한 이들을 알아보는지 확인하기 위해 개그맨 지상렬, 정준하 등을 상대로 ‘실험’에 돌입했다. '체인지'가 갑자기 <몰래카메라>로 변하는 순간이다. 덕분에 지상렬은 한 겨울에 층계를 오르내려야 했고, 정준하는 여자로 변신한 손호영의 유혹을 받아야 했다. 특수분장한 손호영과 강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들을 보며 MC들은 즐거워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무런 울림도 없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종종 보여주는 <몰래카메라>의 아류를 보는 것 같아 오히려 식상할 뿐이다. 이는 곧 소재 선정의 중요성을 말해주기도 한다. 어떤 소재를 어떤 식으로 풀어가느냐에 따라 '체인지'는 시청자들이 그동안 느끼지 못한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단순히 <몰래카메라>의 아류로 남기도 한다. 더구나 특수분장은 처음엔 ‘신기함’, ‘놀라움’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번 반복되는 것에 대한 식상함도 빨리 오기 마련이다. 물론 재미만 있다면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최고의 찬사를 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체인지'에 호응을 보냈던 것은 단순히 외모의 변신을 통해 주는 재미만이 아니라 외모의 변화를 계기로 그동안 내 안에 갇혀 있을 땐 미처 느끼지 못한 부분을 살짝 건드려줬기 때문 아닐까. 한 시청자의 말대로 외모보다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변신, 그게 진짜 '체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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