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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이나 삼일절이면 경찰과 폭주족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곤 한다. 경찰은 해마다 폭주족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폭주 행위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폭주족이라 함은 불법개조한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타고 굉음을 내며 도로교통법을 무시한 채 질주하는 집단을 말하지만, 주로 오토바이가 대부분이다.

지난 3·1절 새벽 4시경 오토바이를 탄 일행과 함께 승용차로 도심을 폭주하던 임모(19)군이 경찰 추격을 피해 도주하다가 추격 중이던 경관 1명을 친 뒤, 차에 매단 채 5미터 정도 달아나다 잡혔다. 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임모군이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이란 점"을 참작하여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이것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필자는 텔레비전을 통해, 폭주족이 '우리가 좋아서 하는데 웬 참견입니까', '경찰 따윈 무섭지 않아요'라고 말하던 인터뷰 장면을 보게 되었다.

폭주족과의 새벽 추격전 광복절을 맞아 오토바이 폭주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이 진행된 2007년 8월 15일 새벽 경찰 차량이 서울 동작구 보라매역 인근 도로에서 한 무리의 오토바이 폭주족들을 추격하고 있다.
폭주족과의 새벽 추격전광복절을 맞아 오토바이 폭주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이 진행된 2007년 8월 15일 새벽 경찰 차량이 서울 동작구 보라매역 인근 도로에서 한 무리의 오토바이 폭주족들을 추격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폭주족 때문에 잠 못 이뤄온 밤

작년 여름 나는 폭주족들이 내는 굉음 때문에 잠을 잘 이룰 수가 없었다. 여름 내내 112로 전화를 걸어 폭주족을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신고 후 경찰차가 보통 10분 내에 도착하지만 폭주족들은 어느새 행방을 감추고 없다. 경찰차가 사라지면 폭주족들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단속을 나온 경찰들도 폭주족을 추격하다가 자칫 사고가 날지 모르므로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해산시키는 정도에서 추격을 끝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2007년 1월 새벽에는 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과속하던 중학생 2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폭주족들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질주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도 폭주족 때문에 모임을 가질 정도로 소음 공해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오죽했으면 소음 때문에 살 수 없다며 이사 간 주민까지 생겼을까.

폭주족들과의 숨바꼭질이 계속되던 중, 지난해 8월 12일 밤 11시경에 폭주족들이 떼를 지어 20~30분 간격으로 아파트 주변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한 시간 가량 이들의 경로를 추적하던 나는 폭주족들이 아파트 옆 놀이터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112에 전화하였고, 경찰에서는 드디어 이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

오토바이는 3대였고, 모두 고등학생들이었다. 번호판도 달지 않고, 배기통을 불법으로 개조했고, 안전모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한 후 돌려보냈다. 왜 그냥 보내느냐는 나의 항의에, 경찰관은 마땅한 처벌규정이 없어 이들을 경찰서로 연행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날 밤, 새벽 2시가 넘어 겨우 잠자리에 들었는데 다시 폭주족들의 굉음이 반복하여 들렸다. 더 이상 112에 신고할 엄두도 나지 않아 베란다 창문을 모두 닫은 채 무더위와 싸우며 잠을 청해야 했다.

그 일이 있은 석 달 후인 11월 6일, 아침 출근길에 나는 또 몇 명의 폭주족을 목격하여 그 중 한 명을 잡아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적어 경찰에 신고했다.

숨바꼭질 끝에 신고에 성공, 그런데 처벌규정이 없단다

작년에 신고했던 폭주족에 대한 처분 결과가 궁금하여 하여 지난 14일, 그 결과를 알아봤다.

8월 12일 아파트 근처에서 잡은 3명 모두 소년부에 송치되어 1명은 보호관찰 6개월 처분을 받았고, 1명은 초범이라서 부모위탁처분(사실상 훈방조치)을 받았다고 한다. 나머지 1명은 아직까지 출석하지 않고 있어 계류 중이라고 한다.

11월 6일 출근길 도로상에서 잡은 학생에 대하여는 구청에 통고 처분한 것으로 사건을 종결지었다고 한다. 폭주족들의 보복이 무섭다며 뜯어말리던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애써 잡아준 것 치고는 처분 결과가 너무 미흡한 수준이다.

처음부터 경찰에서는 청소년에 대한 마땅한 처벌규정이 없어 수사를 해도 별로 효과가 없을 거란 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법조문을 뒤적여 현행법상 폭주족 처벌규정 중 형량이 무거운 '공동위험행위'와 '배기통 불법구조변경'에 대한 처벌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개진했고, 경찰에서도 그렇게 적용하여 검찰에 송치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보다시피 소년부 송치와 구청통고처분이 고작이다.

처분이 이렇다보니 폭주족들 또한 죄의식을 못 느끼는 것 같다.

"폭주족에 대한 사회의 적의는 지나치다. 폭주족은 오토바이를 사용한 범죄조직이 아니다. 폭주족이 경찰에 잡혀 봐야 구류 이틀밖에 살지 않는다는 사실은 폭주족의 범법행위가 적어도 실정법상으로는 매우 경미한 수준임을 방증한다."

이 내용은 어느 폭주족 지지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놓은 글이다. 한 마디로 처벌이 미약한 것은 그들의 행위가 범죄행위가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는 논리다.

 오토바이 2대가 바람처럼 질주하고 있다. 작년에 바로 이 도로에서 중학생 2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과속하다 추락하여 사망했다.
오토바이 2대가 바람처럼 질주하고 있다. 작년에 바로 이 도로에서 중학생 2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과속하다 추락하여 사망했다. ⓒ 노기홍

목숨을 담보로 한 무법행위가 방치되는 이유

폭주족의 난폭운전 등에 대한 처벌조항으로는 형법,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등이 있다. 검찰에서는 그동안 폭주족에 대하여 주로 형법 185조를 적용하여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법원에서는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일반인의 통행을 막아 교통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판례를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조문으로는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가장 강력한 처벌법규가 무력화 된 셈이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른 관련법을 적용하여 처벌을 시도하지만 그마저도 쉽지는 않다. 그 이유는 폭주행위를 하다 검거된 자 대부분이 19세 미만이기 때문이다. 소년법 49조에 의하면 검사는 19세미만 소년에 대한 피의사건을 수사한 결과 보호처분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사건을 관할 소년부에 송치하게 되어있다.

물론 청소년에 대해 벌금형을 구형할 수도 있으나 효과가 없다. 일반인의 경우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환형유치처분(대략 1일 5만원으로 환산하여 구치소에 구금시킴)을 함으로써 벌금납부를 강제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18세 미만의 청소년의 경우는 소년법 62조에서 환형처분을 금지시키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이 벌금을 납부하지 않더라도 강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벌금을 안내면 그만인 셈이다.

따라서 검찰에서는 대부분 폭주 청소년에 대해 소년부 송치를 하게 되고, 나머지는 정책적 판단을 하여 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이래저래 폭주족을 다스리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이륜차(오토바이 등) 단속에 적발된 인원수는 모두 1700명이다. 이 중 구청에 통고처분을 한 것이 999명이고, 형사입건한 것이 701명이다. 구속은 2명에 불과하다. 통고 처분된 사건은 거의 범칙금(형벌이 아님) 5만 원 정도로 끝나는 게 대부분이다.

2006년 이륜차 사고 사망자수는 845명이다(자동차 사망건수는 5482명). 2007년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경찰청의 잠정집계에 의하면 2006년 보다 약간 증가한 약 900명이 사망한 걸로 되어있다. 하루 평균 2.5명꼴로 사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사망 건수에 비해 검거 건수가 너무 적다. 그만큼 폭주족을 검거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또한 검거된 건수 중 절반 이상이 구청 통고처분으로 종결되었으니 아예 형사처분에서 제외된 셈이다. 그나마 형사 입건된 청소년마저도 대부분이 소년부 송치되어 보호관찰처분 등의 경미한 처분을 받은 걸로 끝났다.

솜방망이 처벌이 청소년 범죄자 양산

이렇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다 보니 청소년들은 단속에서 잡히더라도 벌을 받지 않는다는 의식이 팽배해있고, 아무 죄의식 없이 반복하여 폭주행위를 하게 된다. 청소년의 인권을 외치며 영장을 기각하고, 법 제정을 방치하는 사이에 청소년들은 질주의 짜릿함과 고귀한 생명을 맞바꾸는 위험한 거래를 하고 있다.

단속에서 잡힌다 해도 청소년들은 처벌이 미약하다는 걸 익히 알고 이제는 겁도 내지 않는다. 필자가 이들을 신고하여 검거했을 때, 청소년들은 오토바이가 불법개조된 걸 모르고 타고 다녔다고 둘러댔다. 배기통이 불법개조된 것임을 알면서 운행한 자는 자동차관리법 81조 3호 위반으로 처벌을 받지만, 불법 개조된 오토바이인줄 모르고 타고 다녔다면 처벌할 규정이 없다.

폭주족들은 거리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평안한 수면을 방해하고, 교통사고를 유발하기도 하고, 사고로 스스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오토바이는 거의 보험가입이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사고가 났다하면 가해자와 피해자 할 것 없이 치료비 등 경제적 부담도 엄청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폭주족을 다스릴 수 있는 단일 법률이 없다보니 폭주족의 개념도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고, 단속규정도 애매모호한 것이 많다. 또한 여기저기서 관련법조문을 찾아 산발적으로 적용하다보니 양형에 일관성을 유지하기도 힘들다. '폭주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같은 법안의 입법을 추진하는 것만이 청소년과 젊은이들을 예비범죄자가 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현행법상 폭주족 관련 처벌 규정
형법185조(일반교통방해)는 폭주족에 대한 가장 강력한 처벌규정으로 이 조문에 의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의 판례가 변경되지 않는 한 이 조문으로 폭주족을 처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난폭운전에 대한 처벌법규로는 도로교통법이 있다. 도로교통법 19조(진로변경 방법위반, 급제동 금지위반), 21조(앞지르기 방해금지위반), 22조(금지장소에서 앞지르기, 끼어들기 금지위반, 앞지르기 금지시기 위반), 49조(급발진, 급가속, 엔진 공회전으로 소음발생행위) 등의 규정에 의해 처벌이 가능하다.

공동위험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으로는 도로교통법 46조, 152조의2가 있다. 제152조의2는 기존의 153조 3호를 삭제하면서 3개월 전에 신설된 조문이다. ‘제46조를 위반하여 공동위험행위를 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주거나 교통상의 위험을 발생시킨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본조신설 2007.12.21]

불법구조변경에 대하여는 자동차관리법 제29조, 34조, 52조, 81조 등에 의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번호판미부착행위에 대한 규제조항으로는 자동차관리법 제49조, 84조 2항 2호 등(50만 원 이하의 과태료)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오늘 게재된 내용(폭주행위 등 처벌에 관한 특별법제정의 필요성)과 지난 1월 19일 오마이뉴스 사회면에 게재된 내용(부동산등기에 대한 공신의 원칙 인정의 필요성 또는 부동산 등기보험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하여는 조만간 국회에 입법을 청원할 예정입니다.



#폭주족 처벌규정#도로교통법#일반교통방해#공동위험행위#소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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