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바람이 부는 것일까? 적어도 바람까지는 아니더라도, 미묘한 변화의 전조는 되는 것일까? <조선일보>는 오늘(17일) 서울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절대강세'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SBS와 공동으로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서울 주요지역 여론조사 결과다. <중앙일보> 역시 수도권 격전지 18곳 가운데 7곳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열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일요판인 <중앙SUNDAY>가 16일 보도한 것을 다시 실었다. 흔들리고 있는 것일까? 적어도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상당한' 변화의 조짐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절대강세라던 한나라, 수도권 18곳 가운데 7곳 열세 <조선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 지역은 서울의 관심 지역 17곳이다. <조선일보>는 이들 17곳 가운데 7곳은 한나라당 후보가 앞서고 있고, 1곳은 통합민주당이 '우세'했다고 보도했다. 나머지 9곳은 오차범위 내에서 선두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서고 있는 곳은 6곳이다. 이는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와도 비슷하다. 물론 한계가 있다. 서울의 48개 선거구 가운데 17~18곳만 대상으로 한 제한적 설문조사였다. 특히 공천 확정이 미뤄져 강남권 등 한나라당 절대 우세 지역이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당 지지도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조선일보> 조사 결과 17곳의 한나라당 지지도는 41.8~54.7%로 나타났다. 통합민주당의 14.2~22.2%를 두배 이상 압도하고 있다. 사실 그런 점에서 주목된다. 정당 지지도가 두배 이상 차이가 나는 곳에서도 후보 간 가상 대결 결과는 전체적으로 한나라당의 '백중 우세 정도에 불과' 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한나라당의 '절대 강세'가 흔들린다고 오늘 1면 머리기사로 이를 올린 까닭이다. 물론 이런 조사 결과에는 상당한 변수가 있다. 일단 관심지역 한나라당 후보들이 정치 신인이 많은 반면, 통합민주당은 현역 의원이 많은 점이 대표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역 프리미엄이 퇴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도 없다. 가령 한나라당 정치신인(구상찬)과 민주당 현역의원(신기남)이 맞붙은 강서갑 같은 경우는 되레 "한나라당이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 때문에 이런 해석을 내놓았다. "현재의 정당 지지도는 대선 당시의 반노 대 친노의 구도가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총선 전망을 읽는 지표로서 유용성이 없다"는 것이다. 총선은 결국 인물 본위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의 수도권 공천이 "계파 갈등 속에 인물 경쟁력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이뤄지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 "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중앙일보>도 한나라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민주당의 공천은 개혁 공천으로, 한나라당의 공천은 계파 공천으로 인식되면서 수도권의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풀이를 내놓았다. 전조 없는 이변은 없다? 과연 그런 것일까? 예단할 수 없다. 결국은 '찻잔 속의 미풍'으로 그칠지, '수도권 전멸'이라는 민주당 최악의 시나리오 정도는 피해 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선거 전문가들과 기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또 하나의 '이변'이 연출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며칠 전 만난 한 선거 전문가는 "전조 없는 이변은 없다"고 했다. 이변이 그냥 일어나는 경우는 결코 없다고 했다. 그의 이런 말에는 이번 선거는 아무래도 '이변은 어렵다'는 판단을 깔고 있는 것이었다. 실제 당 지지도 등의 추이는 이변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또 민주당 등 야당들로서는 이변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인물난도 인물난이지만, 이슈 선점 등에서도 내놓을만한 것이 없고, 시간 또한 너무 없다. 하지만 미약하나마 바람이 일고 있다. 바람의 풍향도 바뀌었다. 궁금하다. 그 바람의 진원지는 과연 어디인가. 또 그 바람의 세기는 과연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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