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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7일 오전 국회 방통특위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7일 오전 국회 방통특위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종호
[2신 : 17일 오후 2시 20분] "우리 아이가 그럴 형편 못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민주당 의원들의 파상공세 속에 오전 질의를 끝냈다.
 
민주당은 최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병역 문제에 대한 쟁점화를 시도했으나 의원 1인당 7분의 짧은 시간이 주어진 탓인지 제한시간 내에 밀도 있는 질문을 던진 의원은 많지 않았다.
 
최 후보자는 KBS 2TV와 MBC 민영화에 대한 견해를 묻자 "전혀 고려되지 않은 안"이라고 하면서도 "민영화 문제는 전문가의 견해와 국민여론을 수렴해서 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야 결론이 날 것"이라고 대답했다. "방송민영화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논의는 일체 없었다"는 게 이명박 정부의 공식입장인데, 현 정부의 고위공직자가 방송민영화 논의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후보자의 재산 문제에 대한 지적은 여당 의원으로부터도 나왔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이 "나도 언론계에 있었지만, 언론인 출신으로는 재산이 많다"고 지적하자 그는 "계산을 안 해서 잘 몰랐는데, 작년 갤럽에서 퇴직하며 퇴직금과 지분을 합쳐 30억원을 받아서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최 후보자 아들 명의로 서빙고동 아파트가 매매됐음을 보여준 서류에 대해 그는 "청문회가 끝난 후 (명의도용) 문제에 대해 소송을 하겠다. 우리 아이가 그럴 형편이 못 된다"고 거듭 결백을 강조했다.
 
KBS가 재산 문제를 집중 보도한 것에 대해 그는 "공식문서에 기초했다고 하더라도 좀더 심도있는 관찰이 있었어야 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당 홍창선 의원은 최 후보자의 '탈영' 기록과 관련해 "내가 40년 전 인사행정장교를 해봐서 아는데, 귀대시간 몇 시간 후까지 안 오면 책임자가 처벌을 받기 때문에 탈영 보고를 할 수밖에 없다"며 "먼 데 가서 안 오는 것이 아니라 제시간에 귀대하지 않은 것도 법률적으로 탈영이 맞는데, 어물어물 '깜짝 놀랐다'고 답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최 후보자는 비교적 노련하게 야당의 공세를 비껴갔지만, 석연치 않은 말실수 때문에 야당 의원들에게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민주당 이은영 의원이 "88년 문공부 공직자들과 두 차례 식사했는데, 식대가 7만6천원과 9만2천원이었다"며 "지금으로 따지면 가격이 두세 배 올랐을 텐데, 정당한 대접이냐? 지금 공직자가 받을 수 있는 향응 한도가 얼마인지 아냐?"고 질문하자 최 후보자는 자신없는 뉘앙스로 "50만원인가?"라고 답했다.
 
최 후보자는 "내가 말한 50만원은 기업이 접대할 때의 상한선이다. 내가 갤럽 CEO를 지냈기 때문에 그런 입장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의원은 "3~5만원이면 충분한데, 어떻게 50만원씩 대접받을 생각을 했냐"고 질타했다.
 
 
 정청래 통합민주당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 방통특위 인사청문회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게 탈영, 불법증여 및 증여세 탈루의혹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정청래 통합민주당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 방통특위 인사청문회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게 탈영, 불법증여 및 증여세 탈루의혹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 이종호

 

[1신 : 17일 오전 11시 25분] "귀신이 땅을 사서 팔았군요" - "그렇다고 생각"

 

"위원장으로 내정된 후 대통령의 측근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다는 얘기를 듣고 무척 가슴이 아팠다. 대통령과 잘 아는 사이이긴 하지만 남은 인생에서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오류를 범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17일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 자신을 겨냥한 사퇴 공세를 예상한 사전해명이었지만, 청문회가 시작되자마자 최 후보자에 대해 '비리 3관왕', '자격미달'이라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최 후보자도 민주당 의원들의 기세에 눌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반론을 펴는 등 양측의 신경전이 달아올랐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최 후보자는 지난 1월 30일 고향인 포항을 방문해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인생에서 모든 것을 걸고 올인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데 나는 이번 선거에 올인도 하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며 "이렇게 생을 걸고 올인해서 대통령을 만든 최 후보가 과연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국민을 위해 서비스 하는 방송통신 정책을 펼 수 있겠냐"고 따져 물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7일 오전 국회 방통특위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7일 오전 국회 방통특위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이종호

손 의원은 "최 후보자가 '대통령이 일을 하다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하면 전천후 요격기처럼 긴급 투입되는 역할은 가능하지 않겠냐'는 말도 했다"며 "전천후 요격기처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직에 투입돼 대통령의 뜻을 받들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냐"고 비난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최 후보자에게는 탈영과 땅 투기, 아들 군면제 의혹이 있는데, 이는 한국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며 "비리 3관왕을 영예롭게 차지했으니 자진사퇴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아들에게 900평의 땅을 증여한 기억이 없냐"고 묻자 최 후보자는 "전혀 없다. 내가 기록을 보고 아들에게 물었더니 아들이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하더라"고 답했다. 정 의원이 "귀신이 땅을 사서 팔았다는 얘기군요"라고 비꼬았지만 최 후보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정 의원이 "불도저로 방송국을 밀고 들어가서 방송국을 장악하려는 음모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하자 최 후보자는 "경찰이 경찰봉 잡았다고 (그 사람을 보고) 강도라고 소리칠 수 있냐?"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내가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진입했다고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표현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언론 장악할 사람 있나? 또 하나, 비리 3관왕 운운하는데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안 된다. 나는 투기한 적도 없다. 너무 지나치게 윽박지른다."

 

같은 당 유승희 의원은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걸 후보자도 인정했는데, 인사 자체는 부적절하다. 차라리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면 이런 얘기가 안 나왔을 것"이라고 말하자 그는 "최측근이라는 것은 인간관계이지, 업무수행에서 방송 독립을 절대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유 의원은 "의혹에 대한 해명은 청문회에서 밝히는 게 상식인데, 언론사에 미리 해명자료를 배포한 이유가 뭐냐? 해명자료를 미리 배포한 것은 속도위반이고 언론플레이"라고 공격해 최 후보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반면, 한나라당에서는 "최측근이라는 이유로 방통위원장 내정을 반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옹호논리를 폈다.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은 "최 후보자는 언론탄압이 극심했던 박정희 시절에 옥외집회 금지령에 대한 특종 기사를 쓴 일이 있는데, 취재원을 밝히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아서 남산 지하실에서 모진 고문을 받은 적도 있다"고 후보자를 옹호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7일 오전 국회 방통특위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7일 오전 국회 방통특위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종호

#최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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