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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 패트릭스 축제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머나먼 다른 나라의 축제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좋은 볼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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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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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서울 도심은 조용할 날이 거의 없다. 서울광장이나 청계광장, 그리고 서울역 앞이나 광화문에서는 어김없이 각종 행사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3월 15일) 청계광장에서는 아주 특이한 축제가 벌어졌다. 아일랜드 패트릭스 데이 축제, 근처에 이르자 청계천 주변의 빌딩 숲에 부딪쳐 울려 퍼지는 각종 음악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행사는 먼저 참가자들의 퍼레이드로 시작되었다. 갖가지 모양의 가면과 풍선, 각종 악대와 고적대,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행사에서는 절대 빠지지 않는 전통 사물놀이 팀도 3팀이나 참가하고 있었다.
청계천 상류 차 없는 거리를 중심으로 벌어진 퍼레이드에는 1천여 명의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었다. 행사는 기네스북으로 유명한 맥주회사가 주최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맥주 시음코너와 아일랜드 전통음식 코너, 그리고 역시 아일랜드 국화인 클로버 잎 모양의 종이에 소원을 적어 붙이는 이벤트도 행해지고 있었다. 유럽의 머나먼 지역에 있는 아일랜드는 우리에게 별로 익숙하지 않는 나라다. 영국 근처의 섬나라인 아일랜드는 인구가 500만 명도 채 안 되는 작은 나라로, 오랫동안 외침에 의한 식민지를 경험한 아픔이 있는 나라다. 아일랜드의 정식명칭은 아일랜드공화국(Republic of Ireland)이다.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아일랜드 섬은 대서양과 아이리시 해 사이에 있다. 영국령 그레이트브리튼 섬과는 수심이 깊지 않은 대륙붕으로 연결되어 있는 섬이다. 이 아일랜드는 지난 8세기 말에 침입한 노르웨이 족을 1014년에 몰아냈다. 그러나 12세기부터 700년간이나 영국의 지배를 받아 참담한 식민지의 설움을 겪었다. 그러다가 1921년 12월 26일 끈질긴 저항 끝에 독립을 쟁취하였다.
아일랜드는 당시 전쟁에서 32개 군 중에서 6개 군은 영국령 북아일랜드로 찾지 못하고 26개 군만 아일랜드자유국으로 독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국이 점령한 북아일랜드는 가톨릭교도가 많아서 한동안 종교 분쟁을 겪어야 했다. 아일랜드라는 국명은 아일랜드의 전설 속 여신인 에이레(Éire)에 랜드(land)를 합친 합성어다. 현재의 행정구역은 26개 카운티(county)로 되어 있으며 인구는 500만 명이 안 된다. 주최 측의 말에 의하면 축제는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처음 전파한 패트릭이라는 사람을 기념하는 축제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작은 섬나라 아일랜드의 축제가 서울 중심가에서 벌어진 것이어서 처음 보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축제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은 유럽 사람들이 대부분인 서양인들과 행사를 주최한 맥주회사와 관련된 사람들이 많았다. 또 주최 측의 초청을 받은 참가단체들도 많았다. 퍼레이드는 다양하여 볼거리가 많았다. 우선 특이한 복장이 눈길을 끌었다. 날씨가 포근하기는 했지만 아직은 추워 보이는 옷차림을 한 여성들이 더욱 그랬다.
또 참가자들의 다양한 표정도 흥미로웠다. 그래도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고 즐거운 모습이었다. 염광여상의 고적대도 퍼레이드에 참여했고, 특이하게 오토바이 수십 대도 맨 뒤를 따랐다. 행사의 마지막은 음악공연이었다. 시음코너에서 많은 맥주를 마신 외국인들이 국내 가수들의 노래에 맞춰 격렬한 춤을 추는 모습도 이채로웠다. “저 사람들은 춥지도 않나. 그런데 서울에서 웬 아일랜드 축제여?” 청계천 산책을 나왔다가 우연히 축제를 보게 되었다는 60대 노인은 머나먼 외국의 축제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전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축제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사람들이 하나 둘 흩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둘이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쓰레기는 주로 알루미늄 맥주 캔과 음료수 병 들이었다. 그들이 재활용품으로 수집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너무 지저분하잖아요? 마구 버려놔서, 그래서 저희들이 줍는 거예요.” 여학생들은 우리 어른들과 외국인들이 마구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던 것이다. 어른들이 어지럽혀 놓은 축제 행사장을 청소하는 고운 여학생들의 모습이 화사한 봄 날 만큼이나 따사로운 주말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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