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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준웅 특별검사
조준웅 특별검사 ⓒ 남소연

18일 오전 삼성 특검에 재소환된 전용배 전략기획실 상무는 출석한 지 1시간 만에 특검 사무실에서 나왔다. 

전 상무는 지난 14일에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지만 이건희 회장 일가의 주식 보유 현황 등의 자료만 제출한 뒤 1시간 만에 특검팀을 나섰다.

전 상무는 김용철 변호사가 말한 이학수 부회장-김인주 사장-최광해 부사장-고(故) 박재중 전무-전용배 상무로 이어지는 비자금 조성·관리를 담당하는 핵심 라인 중 1인이다. 특히 김 변호사는 지난 1월 8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 상무는 삼성그룹 내부에서 당해년도 비자금 조성계획을 실무적으로 수립하는 핵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정석 특검보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전용배 상무는)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고발 사건 및 비자금 의혹 등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 상무가 특검 사무실에 머물렀던 1시간 동안 전반적인 의혹을 조사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특히 전 상무는 특검팀이 여러 차례 소환을 통보했음에도 여러 가지 사정을 들며 출석하지 않았었다.

삼성 특검, '거물' 소환하는 것에만 의미 두고 있나?

현재 특검팀은 삼성 전·현직 임원 명의의 차명계좌 1300여개를 비자금 계좌로 의심하고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또 삼성 전·현직 임원 12명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16.2%를 차명주식으로 파악하고 주식 매입 자금 및 배당금을 추적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모든 것들이 삼성그룹이 리베이트, 커미션, 회계조작 등으로 조성한 부정한 돈-'비자금'이라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난관에 부딪힌 특검팀이 이와 관련해 비자금인지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전 상무를 비롯한 비자금 핵심 라인 인물들의 진술이 필수조건이나 다름 없다.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여러 차례 특검팀에 전 상무를 비롯한 비자금 조성·관리 핵심라인으로 지목된 이들을 반복 소환 조사할 것을 요구했었다.

특검팀은 부분적으로나마 그 요구를 실천했다. 지난 2월 14일 이학수 부회장 소환을 필두로 김인주 사장, 최광해 부사장 등을 소환 조사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딱 한 번 뿐이었다. 특검이 이들을 '소환'하는 것에만 의미를 두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상황이다.

또 세 차례에 걸쳐 소환된 이 부회장의 경우도 이런 의심에 힘을 실어준다.

이 부회장은 첫번째 소환 때 조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4시간 동안 조준웅 특별검사와 독대를 가졌다. 지난 13일 세번째로 소환됐을 때도 1시간 동안 조 특검과 독대해 기자들의 의심을 사기도 했다. 특히 특검팀이 e-삼성 사건 불기소 방침을 밝힌 직후 갑자기 특검에 출석한 사실을 두고 "특검팀이 e-삼성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물타기'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특검, 유일한 성과인 비자금 의혹 수사마저 덮을텐가?

특검팀의 수사의지를 의심케 하는 정황은 이 뿐만이 아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000년 삼성중공업이 2조원, 삼성항공이 1조 6천억원, 삼성물산이 2조원, 삼성엔지니어링이 1조원, 제일모직이 6천억원의 분식회계 처리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로부터 삼성계열사들의 회계자료 160박스. 총 1266권을 넘겨받았다. 이미 특본은 작년 12월 이 자료를 통해 삼성중공업이 1999년부터 3년여 동안 선박을 건조할 때 가입하는 선박건조보험과 선급금지급보험의 보험료가 선박 건조량이 증가한 만큼 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이를 분식회계로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자료를 넘겨받은 특검팀은 이 자료들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는 상태다. 지난 17일 윤정석 특검보는 이와 관련해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 특검팀이 삼성생명 차명주식에 대해 조세포탈 관련 죄 적용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보도까지 나왔다. 윤 특검보는 이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약 이건희 회장이 연간 5억원 이상의 세금을 탈루해왔다면 특검팀은 이 회장을 조세범처벌법으로 기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결론이 맺게 되면 애초 밝히고자 했던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의혹은 유야무야 덮이고 삼성의 주장을 고스란히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삼성은 대선자금수사, X파일 등의 검찰 수사에서도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자금들에 대해 앞서도 '이건희 회장의 개인 돈'이라거나 '고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돈'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비자금 조성 사실이 드러나 배임이나 횡령죄로 처벌받는 것보다는 탈루세액을 모두 내고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정상참작이 가능한 조세범처벌법 위반이 더 형량이 가볍기 때문이다.

앞으로 최장 수사기간까지 고려해도 특검에게 주어진 시간은 4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미 삼성 특검은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 부진 등을 놓고 수사 의지를 의심받아 왔다. 그리고 삼성 쪽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 e-삼성 수사결과를 발표해 신뢰성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다.

그나마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부분이 비자금 의혹 수사다. 그러나 지금 그마저도 빨간 경고등이 떠오르고 있다.


#삼성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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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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