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멋진 길을 보면 홀딱 반하고 말아요. 얼마 앞서 사진으로 매우 멋진 길을 봤어요. 경남 의령군에 있는 산길인데, 산꼭대기까지 길이 꼬불꼬불 매우 멋스러워요. 아니, 참 맛있게 생겼어요.
"여기 어때요? 이 사진 좀 보세요. 자전거 타고 한 번 올라가보고 싶지 않나요?"
"우와! 여기가 어디에요? 정말 멋지네요. 그 길 참 맛있게 생겼네!"
"여기가 자굴산 임도(나중에 알았지만 사실은 한우산 임도였어요. 자굴산은 한우산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앞산이었답니다)라고 하는데요. 길이 참 멋지죠?"
"까짓것 한 번 가봅시다. 의령이면 여기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니 차에다가 잔차 몽땅 싣고 한 번 가보지요."멋진 곳을 하나 찾아냈으니 그냥 마음으로만 품고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참에 한 번 가보자 하고, 구미 금오바이크 식구 몇 사람한테 우리가 본 길 이야기를 했지요. 생각대로 여러 사람이 모두 한 번 가보자고 하네요. 그 자리에서 바로 뜻을 모아 일요일(지난 16일)에 가기로 했답니다.
지난밤부터 모래바람이 많이 불 거라고 잔뜩 겁을 줘서 걱정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하늘은 말짱했어요. 아침 6시 반에 나와서 차 두 대에 자전거를 나눠 실었어요. 우리 부부와 함께 모두 일곱 사람이 길을 떠났답니다. 떠나기에 앞서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면서 가는 길을 알아봤지만, 자세한 정보가 없어서 그저 의령군 벽계리 '벽계저수지'에서 산에 올라가면 된다는 것만 알고 갔답니다.
길 사진 한 장 보고 덮어놓고 '고고 싱'
구미에서 두어 시간쯤 달려가는데, 경남 쪽 들녘은 벌써 봄이 한창이었어요. 파릇파릇 보리 순이 나고 마늘 농사를 지어놓아 들판이 모두 푸른빛이었어요. 아직 구미에는 겨울 냄새가 더 많이 나는데 견줘보면 봄빛이 무르익고 있었답니다.
벽계저수지 올라가는 길에 작은 시장이 하나 섰는데, 운계리 '궁류 시장'이라고 하네요. 향긋한 봄 냄새가 날 듯한 쑥이랑 손수 기른 채소를 내다 파는 이들도 있고, 차에다가 수세미, 바가지, 부엌칼 따위 온갖 생활용품을 싣고 파는 이도 있었어요. 작은 시골 장터 분위기가 무척 소박하면서도 낯설지 않았답니다.
또 '일붕사'라는 절이 하나 있는데, 꽤 크고 아름다운 풍경이었어요. 이 절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법당으로 영국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으며, 서기 727년 신라의 혜초스님이 처음 세웠다고 해요.
절 둘레에 크고 높다란 바위가 무척 남다른데 마음 같아서는 절 안까지 들어가서 구석구석 살펴보며 구경하고 싶었지만, 함께 간 사람들도 있었고 무엇보다 오늘은 자전거 타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절구경은 다음에 하기로 했어요.
이크, 처음부터 '빡세다'!마침내 벽계저수지, 맑고 푸른 물 위로 긴 다리가 매우 멋스러웠어요. 여기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다리를 지나자마자 길이 구불구불한데 이거 처음부터 매우 가파른 오르막이 나오네요. 사진에서 본 그 길을 자전거를 타고 올라간다는 설렘으로 힘차게 타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잠깐이고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가야 하기에 벌써부터 땀이 흘렀어요.
"애고, 이거 처음부터 너무 '빡'센 거 아냐?"
"그러게요. 벌써부터 땀이 이렇게 나니, 저 위에 올라가서 옷 하나 벗고 타야겠네요."그래도 모두 잘도 올라가요. 겨울이라 춥다고 한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던 사람들도 씩씩하게 잘 올라가네요. 워낙 자전거를 오랫동안 탔고 실력이 뛰어난 이들이라 우리와는 처음부터 거리가 차츰 멀어지기 시작했어요. 이럴 때에는 그저 '세월아 네월아'하면서 천천히 가는 수밖에 없어요. 한참동안 오르다 보니, 어느새 산 중턱이에요.
작은 마을 하나가 보이고, 저기 마을 앞, 밭에서 식구처럼 보이는 이들이 서넛 나와 일을 하고 있어요. 따뜻한 봄날에 밭을 일구고 있는 정경이 퍽 정겹게 보였답니다. 시골에서는 요즘이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때이니 매우 바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인사도 나눕니다. 말투도 정겹고 순박한 시골 사람 착한 맘씨가 느껴지더군요.
저기다! 저기 좀 봐!
마을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얼마쯤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올라가다가 모퉁이를 하나 돌았는데, 우리 눈앞에 멋진 길이 보였어요. 바로 사진에서 본 그 길이었어요. 구불구불하게 길고 넓게 난 길이 산꼭대기까지 펼쳐지는데, 참 멋스러웠어요. 함께 간 사람들도 저마다 길이 멋지다고 감탄을 하네요.
"근데 죽었다! 저기 올라가려면 고생깨나 하겠는 걸?"
"하하하, '나 죽었소'하고 그저 굴려야지 뭐!"멋진 길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 것도 잠깐이고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갈 일을 생각하니 아득했어요. 다른 이들은 모두 힘든 것도 모른 채 오르막을 즐기면서 씩씩하게 올라갑니다.
"자 또 가보자! 힘내고…. 자전거가 아니면 이런 재미를 언제 느껴볼 거야!"
"하긴 그렇지. 그나저나 우리도 참 대단하다. 길 사진 하나 보고 덮어놓고 여기까지 와서 잔차를 타고 있으니 말이야. 아무튼 잔차는 참 멋진 물건이야!"
"그래 맞아! 그러니까 오늘 하루 맘껏 땀 흘리면서 즐겨보자고!"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산등성이에는 이제 한창 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버들강아지가 봉곳이 돋아나고 나무마다 새순을 틔우려고 뾰족이 싹을 내밀고 있었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여기 '한우산'에는 4~5월쯤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온 산을 뒤덮는다고 해요. 아마 그때쯤 왔다면 더욱 아름다웠으리란 생각을 하면서 저마다 꽃 필 때 다시 한 번 꼭 오자는 얘기를 했답니다.
한우산 꼭대기에서 싸가지고 간 김밥을 나눠먹고는 이제 신나는 내리막길을 달립니다. 올라올 때 그렇게 힘들었던 걸 내려가면서 모두 보상을 받는 듯했어요. 참으로 신나고 재미났답니다. 나는 지난해, 백두대간을 달릴 때에 내리막길을 달리다가 한 번 크게 다친 뒤로 내리막길만 보면 매우 겁이 났는데, 이젠 익숙해졌나 봐요. 꽤 잘 타고 내려왔답니다.
길 사진 하나 보고 의령까지 찾아와서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며 저마다 좋아하는 자전거를 맘껏 탔으니 모두가 즐겁고 뿌듯했어요. 한우산 임도를 한 바퀴 도는데 40km쯤 탔으니 땀도 흘릴 만큼 흘렸고, 멋진 풍경도 구경했으니 우리한테는 더 없이 즐거운 날이었답니다. 또 돌아오는 길에는 우포늪에 들러서 철새도 구경하고 왔답니다.
"이야, 내가 잔차 타고 가본 곳 중 오늘이 최고다!"누군가가 한 이 말 한 마디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즐거워했답니다.
|
▲ 자전거를 타고 꼬불꼬불 한우산에 가다! 구불구불한 '길 사진' 한 장 보고 덮어놓고 찾아온 한우산!
온 종일 자전거를 타고 이 멋진 길에 올라가는 기분은 매우 즐거웠지요.
‘한우산’에는 4~5월쯤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온 산을 뒤덮는다고 해요. 이 때를 맞춰 여기에서 오는 4월20일에 의령 한우산에서 '제8회 의령군수배 국민생활체육전국산악자전거대회'를 한다고 하네요.
|
ⓒ 손현희 |
관련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