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16일) 갑작스럽게 딸아이의 생일파티가 열리게 되었다. 17일이 생일이라 그날 아침에 미역국이라도 먹고 나가라고 미역국을 끓이고 있었다. 미역국을 끓이는 것을 보고 남편이 “내일 누구 생일인가?” 하고 묻는다. “내일 딸아이 생일이잖아. 그래서 아침에 미역국 먹고 나가라고 끓여서 갖다 주려고” 했다.
남편은 “그럼 내가 내일 저녁 사준다고 해” 한다. 난 “나 내일 방송녹화가 있어서 늦게 오는데” 했다. 내 말에 남편도 생각이 났는지 "아참 월요일은 나도 일이 있지" 하며 늦는다고 한다. 남편은 미리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저녁이라도 같이 먹었으면 좋지 않았냐고 서운함을 내비친다. 부모가 가까이 사는데 생일을 안 챙겨 주어서야 말이 안 돼지 하면서.
그러더니 8시가 넘은 시간에 “내가 케이크를 사올 테니깐 전화나 해놔” 하곤 밖으로 나간다. 그 말에 나도 내 생각이 조금 짧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아들도 왔는데 다른 땐 외식도 잘하더니 진작해야 할 날에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으니.
바쁘게 끓인 미역국을 한 냄비 퍼담고 남편이 사온 케이크과 맥주를 들고 딸아이 집에 갔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진이엄마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 노래가 끝나고 모두가 힘찬 박수로 딸아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박수를 치고 촛불을 껐다.
그리곤 케이크를 자르려고 초를 뽑다보니 초가 33개였다. 난 케이크를 사온 남편에게 “벌써 딸아이 나이도 잊어버렸나봐. 초를 1개 덜 받아왔잖아” 했다. 그 말을 듣고 옆에 있던 사위가 “아니에요. 장인어른께서 맞게 잘 받아 오신 거예요” 한다. 남편은 “그럼 우리 딸이 언제 34살이야. 아직 33살인데” 한다.
딸아이가 하는 말이 “엄마 첫돌에는 초를 하나 꽂잖아 그런데 두 돌부터는 갑자기 3살로 되니깐 잘못된 거지. 그러니깐 34살 맞지만 초는 33개를 꽂는 게 맞는 거지” 한다. 그래서 난 “그래 그러니깐 만으로 생일을 한다는 거잖아. 그런데 너희들은 내 생일에는 꼭 그 숫자에 맞게 사오더라. 지들 생일에는 초를 하나 덜 꽂으면서” “알았어. 올 엄마 생일부터는 초하나 덜 꽂아주면 되잖아” 한다.
젊으나 늙으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남편도 자신의 딸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인정하기도 싫고 실감도 나지 않은 모양이다.
“그나저나 딸아 한 살 더 먹었으면 어떻고 덜 먹었으면 어떠니. 딸아! 네 생일 진짜 축하한다. 언제나 밝고 건강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