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지만, 일을 하는 사람은 열매처럼 숭고하다. 이 세상 많은 일 중 집 짓는 일만큼 귀한 일은 없다. 집 짓는 마지막 공정의 일을 맡는 사람을 미장인이라고 한다. 집의 구조가 완성되면, 내벽의 미장이 시작된다. 그 미장은 포클레인도 레미션 등 같은 기계로는 어림이 없다. 마지막 꼼꼼한 완성은 사람의 손에 의해 마무리 된다.
해운대 중1동 소재 모(某) 건설현장에서, 미장일에 필요한 모래를 대야에 퍼주면 그걸 머리에 이고 나르는 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내게는 예사롭지 않아 "아주머니 힘들지 않으세요?" 하고 바보처럼 물었더니, "노상 하는 일인데 힘들기는 뭐… "라고 무뚝뚝하게 대답하며 건설공사 중인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다시 아주머니가 빈 모래 대야를 내려 놓으면, 한 아저씨는 기다렸다가 모래를 퍼 주고, 그것을 머리에 이고, 나르는 일은 기계처럼 반복됐다. 한참 지켜보다가, 사촌 올케 언니 생각났다. 사촌 오빠 내외는 집을 짓는 데 쓰이는 브로크(벽돌) 공장을 '약수 마을'에서 하고 있다. 요즘은 집을 짓는데 레미콘으로 거의 사용해서, 브로크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얼마전까지 벽돌 없이는 집을 지을 수 없었다. 해가 갈수록 일감이 없어서 고정직 인부들을 그만 두게 하고 직접 벽돌을 찍어 운영한다. 그런데 일감이 갑자기 들어오면 인부 구하기가 힘들다고 해서, 나도 할 수 있다고 벽돌 찧는 일을 도와주었는데, 세상에 벽돌 몇 장 나르고 나니 어깨에 힘이 다 빠졌던 것이다. 이렇게 힘든 일을 날마다 해야 하는 올케 언니. 그 곱던 시집 올 때 얼굴이 간 곳이 없다. 하지만 '이 세상 어느 미인과도 우리 마누라랑 안 바꾼다'는 오빠 말에 나는 늘 비웃지만, 마음 속으로는 정말 이 세상 어느 미인보다 우리 사촌 올케 언니가 이쁜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농사 짓는 일이나, 건설 현장에서의 노가다(막노동) 일을 피하려 한다. 많이 배운 요즘 젊은층은 일거리가 없다고 하지만, 직접 이 일을 맡아하는 건설공사장에서 막노동 인부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힘이 드는 만큼 일에 대한 보수는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온 종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할 경우, 한 달 일을 해도 50만원 미만이 허다하지만, 이런 아르바이트 자리는 돈이 작아서 또 한두 달 하고 그만 두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위대한 성자, 간디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굶주리고 있는 게으른 민중에게 신(神)으로 보일 수 있는 유일의 존재는 일거리이며, 그 대가로 먹을 것을 주시겠다는 약속이다. 신은 인간이 자기의 먹을 것을 위해 일하도록 창조하셨고, 일하지 않고 먹는 자들은 도둑이라고 말씀 하셨다.' 정말 일은 사람의 본능이며, 특권인 동시에 특기며 장기인 것이다. 일이 없다면 하루종일 우두커니 정말 따분하게 지내게 될 것이다. 노인일수록 일을 가져야 하는데도, 노인층을 곤경하는 척, '이제 집에 가서 손자 보실 나이가 되었습니다' 하고 은근히 일 자리를 그만두게 하는 경우는, 죄악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자식된 도리에서도 '이제 그만큼 일 하셨으니 편히 좀 쉬세요' 하는 말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점점 고령화 되어가는 사회, 노인을 정말 곤경하는 것은 노인들이 일할 수 있도록, 일터를 마련해 주어야 하는 사회가 되어야겠다.
일은 살아가는 삶의 원천이며 생명력이다. 무슨 일을 어디에서 어떻게 하건, 사람을 해하지 않고, 속이지 않고, 자신의 몸으로 성실히 노력하는 일은, 정말 이 세상의 바퀴를 굴리는, 이 세상의 중심의 주역들이 아닐까. 자신이 없으면 이 세상이 굴러가지 않는다는 생각은 일에서 비롯될 터니 말이다. 일을 해보면 쉽다. 그런데도 이것을 어렵게만 생각한다.- 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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