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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10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청와대 수석인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고려대-소망교회-영남 편중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고소영'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지난 2월 10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청와대 수석인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고려대-소망교회-영남 편중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고소영'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고려대 13.5%, 영남 34.8%-호남 15.7%, 그리고 소망교회 교인은 2명"

 

청와대가 28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속에서 뜬금없이 이런 통계자료를 내놓았다. 새 정부 장·차관급 인사 89명에 대한 분석이란다. 총선 쟁점의 하나인 소위 '고소영 내각'이라는 세간의 비판에 대한 대응이다.

 

'위기관리'의 최고 책임을 지고 있는 청와대가 이런 일에 온통 정신이 팔려있는 것이다. 지난 10년 간 북한의 사소한 도발에도 사사건건 '좌파정권의 안보불감증'이라고 몰아붙이던 이들이 정작 정권을 잡더니 보이는 모습이 이렇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간부회의 브리핑을 통해 "인사비서관실에서 새로 임명된 장·차관급 인사에 대한 통계를 냈다"며 A4 한 장짜리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장·차관급 인사의 출신 학교와 지역, 소망교회 교인 여부만이 분석돼 있다.

 

총리, 장·차관 39명에 대한 통계 역시 ▲ 고려대 7.7%(3명), 서울대 48.7%(19명), 연세대 10.3%(4명) ▲ 소망교회 교인 1명 ▲ 영남 28.2%(11명), 호남 25.6%(10명), 충청 17.9%(7명) 등으로 기재됐다.

 

결국 인사비서관실에서는 오직 "우린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지역) 내각이 아니다"는 것을 해명하기 위해 이 자료를 만든 것이다. 인사비서관실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자료를 포함해 지난 1개월 간의 인사 관련 업무내역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소망교회 1명밖에 없는데"... 눈 가리고 아웅하기?

 

청와대측은 "야당에서 잘못된 내용을 부풀려서 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에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통계 자료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장·차관과 총리 39명만 놓고 보면 고대는 3명이고, 소망교회는 1명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을 하면서 연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을 무시하는 '고소영' 내각에 이어 '형님공천'을 강행하는 등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 차 있다"고 공격한 것에 대한 대응인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잇따른 인사 파동 등으로 한나라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지역구에서 여당 후보가 야당 후보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곳이 속출한 데 대한 나름의 조치로 해석된다.

 

"야당의 공세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취지라고는 하지만, 중립을 지켜야 할 총선에 청와대가 우회적으로 개입하고 나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가 내놓은 자료를 두고 '눈 가리고 아웅하기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당초 '고소영'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게 된 배경은 청와대 수석비서관에 대한 편중 인사에서 기인했다. 우선 이동관 대변인을 포함한 8명의 수석비서관 가운데 이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 또는 고려대 교수 출신이 3명으로 서울대 4명을 합치면 이 두 학교 출신이 7명이다. 또 8명 중 4명이 영남 출신이며, 충청·호남은 단 1명도 없다.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의 경우 이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 인맥으로 분류되며, 그의 기용에 역시 소망교회 권사인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였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소망교회 신자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는 다른 장·차관급 인사들과 수석비서관들을 섞어서 분석한 통계를 공개해 '물타기'를 한 것이다. 

 

'강부자 내각' 해명도 내놓으려나

 

청와대는 또 새 정부 내각 인선에 대한 비판에서 '고소영'이라는 말과 함께 늘 붙어다니는 '강부자(강남, 부동산, 자산가) 내각'에 대해서는 어떤 통계 자료도 내놓지 않았다.

 

'고소영, 강부자'라는 신조어가 왜 만들어졌는지 정확한 진의를 판단하지 못한 채, 자신에게 유리할 것 같은 자료만 내고, 불리한 자료는 꼭꼭 숨겨놓은 셈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고소영 내각'이라는) 야당의 공세에 반박이나 하고 있을 만큼 한가한 곳이냐"라며 "그런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최시중 방통위원장,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등 문제가 있는 인사에 대한 '오기 인사'부터 중단하라"고 꼬집었다.


#이명박 정부#고소영 내각#소망교회#고려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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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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