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에 출마한 친박연대의 '박근혜' 모시기는 가히 코미디에 가깝다.
그들 선거 전략의 처음과 끝은 모두 '박근혜'다. 공약이 무엇인지, 심지어 후보자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강조하지 않고, '누님 백'만 믿고 선거에 임하고 있다. 게다가 같은 당의 인물도 아닌 무소속 후보, 심지어는 자유선진당 후보들 까지 '박근혜 후광'을 받으려고 열을 올리고 있다.
박근혜와 찍은 사진이 최고 선전물... "결혼사진이야 뭐야"'친박연대' 후보들이 출마한 지역구에는 어김없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사진이 걸려있다. 후보자와 나란히 찍은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결혼사진'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현수막의 구호도 "박근혜와 함께 국민과의 약속 지켜내겠습니다"로 적혀있다. 국민과의 약속이 무엇인지는 도통 알 길이 없다.
지역구에 걸린 현수막 뿐 아니라 각 후보들의 홈페이지도 마찬가지다. 정책과 공약은 없고, 오직 박 전 대표의 모습만 보인다. 여기가 총선후보의 홈페이지인지, 박 전 대표의 홈페이지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친박연대' 박종근(대구 달서구갑) 후보의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박근혜를 살리자! 대구 경제를 살리자!!"라고 적힌 팝업창이 제일 먼저 뜬다. 팝업창을 없애고 배경화면을 보아도 어김없이 박 전대표가 버티고 있다. 포토 갤러리에는 박 전 대표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이 제일 위에 올라와 있다.
무소속 김태환(구미을) 후보는 정도가 더 심하다.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제일 먼저 '박근혜 인사말' 동영상이 팝업창에 뜬다. 박 전 대표가 김태환 후보의 '치적'들을 나열하는 내용의 동영상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박 전 대표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 동영상, 박 전대표의 기자회견 동영상 등이 대부분이어서 박 전 대표를 홍보하는 페이지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생길 정도다.
무소속 한선교(용인 수지) 후보 홈페이지도 '박근혜의 말'부터 시작된다. 지난 23일 있었던 박 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했던 "나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는 등의 발언들을 소개하며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놨다. 무소속 이해봉 후보(대구 달서구을)도 첫 화면 팝업 창에 박 전 대표의 '살아서 돌아오라!'는 지침을 올려놨다.
"박근혜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야..."심지어 자유선진당 후보들조차 박 전 대표를 붙잡고 국민들에게 표를 애걸하고 있다. 어느 당 소속인지 알길이 없다.
자유선진당 곽성문 후보(대구 중구남구)는 아예 명함에다가 '박근혜 지킴이 곽성문'이라는 글귀를 박아 놨다. 또한 곽 후보의 사무실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사진이 걸려있다. 정인봉 후보도 홈페이지와 선전물을 통해 '박근혜와의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
얼마전 자유선진당을 탈당하고 '친박연대'에 합류한 장재완 후보(서울 은평을)는 탈당 전부터 당보다 '박근혜'를 강조했다. 사무실에 걸린 대형 현수막에는 당 이름은 없었고, 박 전대표랑 나란히 찍은 사진만 있을 뿐이었다. 아무런 글귀도 없었다.
'친박연대'에 합류한 후에는 박 전 대표의 어머니까지 끌어들였다. 장 후보는 "친박연대 기호가 6번인데 이는 육영수 여사의 육"이라는 황당한 논리까지 등장시켰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같이 '국민의 뜻'을 외치고 있다. 국민중심, 국민 우선 정치를 부르짖고 있다. 그뿐인가. 진실과 정의, 그리고 원칙과 소신도 강조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바짓가랑이'만 붙잡고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외치는 모습이 과연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