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원불교는 불교, 개신교, 천주교에 이어 한국 4대 종교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 한국은 종교 박물관이라고 할 정도로 이념이 서로 다른 여러 종교가 공존하고 있다. 신도가 많은 불교나 개신교, 천주교 등은 외국에서 들어온 종교다. 한국엔 이들 외래 종교 말고 천도교나 증산도, 원불교 같은 민족종교도 있다.
동학민중항쟁을 일으킨 천도교는 일제 강점기때만 하더라도 교인 수가 300만에 이르렀다고 한다. 당시 남북 전체 인구가 2천만에 지나지 않았을 때임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숫자다. 하지만 지금 천도교는 그저 명맥이나 유지할 정도로 쇠퇴해 있다. 민족종교 가운데 그나마 원불교 정도가 4대 종교의 하나로 교세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종교 신자수로 불교, 개신교, 천주교 신자에 비길 정도가 아니다.
원불교는 1891년 5월 5일 전남 영광군 백수면 길룡리에서 태어난 박중빈이 20여년의 기나긴 구도 끝에 26살 되던 1916년 4월 28일에 진리를 깨침으로써 교문을 열게 되었다. 4월 28일은 ‘원불교 열린날’이다. 소태산 박중빈 선생은 이 날을 인류의 공동생일로 정해 모두가 축하하도록 했다.
밖으로 물질문명은 놀랄 정도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지만 안으로 정신문명은 차츰 쇠퇴하여 사람들은 물질의 노예생활로 빠져드는 것을 보고 소태산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란 표어를 내걸고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의 사은의 은혜를 알고 보은하도록 가르쳤다. 또한 자력양성으로 인권평등을 지자본위로 지식평등을 타자녀 교육으로 교육평등을 공도자 숭배로 생활평등을 이루어 우리 사는 세상을 평등하게 만들려고 했다.
소태산 박중빈 선생은 해방이 되기 이태전인 1943년 6월 1일 열반에 들기 전까지 은혜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은 그의 머리제자 정산 송규가 ‘진리는 하나, 세계도 하나, 인류는 한 가족, 세상은 한 일터’라는 삼동윤리로 발전시켰고 대산종사, 좌산종사, 경산 종법사로 그 법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전라남도 영광에서 시작한 원불교가 부산에 전해진 지 벌써 70여년이 되었다. 경남 통영 출신으로 일찍이 원불교의 교조에 귀의한 이타원 장적조 선생은 1929년도에 부산으로 내려가 아들 이덕환의 집에서 살면서 원불교를 포교하기 시작하였다. 먼저 아들을 원불교에 입교시킨 다음 훈타원 양도신 선생의 아버지 양원국 선생을 소태산 박중빈에게 인도함으로써 원불교가 부산에 전해지게 되었다.
양원국 선생은 불심이 깊은 사람으로 천수경을 10년 동안 10만독을 끝내던 날 이타원 장적조 선생을 만나게 되고 그로 말미암아 소태산 박중빈 교조를 뵙게 되었다. 이로써 부산 하단 교당이 만들어지고 교조 소태산 박중빈 선생은 하단 교당에 거주하면서 원불교를 포교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하단 교당은 영남 원불교의 종가집이 된 것이다.
민족종교, 원불교. 비록 한국 4대 종교의 하나라고는 하지만 외래 종교에 견주어 교세가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더욱이 영남지방은 전라도에서 발생한 원불교가 지역감정의 영향을 받는 탓인지 교화는 침체상태에서 헤매고 있다. 지난해 원불교 부산 교구장으로 부임한 김일상 교무는 원불교 개교 100년인 2016년을 목표로 ‘부산 교화, 또 한번의 기적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부산 교구 교도들과 함께 영남 교화의 뿌리 교당 하단교당으로 성적지 순례운동을 펼치고 있다. ‘원불교 열린달’을 맞아 소태산 박중빈 선생이 포교의 길을 나서던 그 길을 따라 걷기 운동을 벌였다.
30일 부산 교구내 400여명의 교도들은 김일상 교구장과 김우성 교의회장의 인솔로 하단 성적지 교당을 향했다. 이들은 하단 성적지 교당에서 물질문명의 발달로 물질의 노예 생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도 인심을 바르게 돌려 정의가 바로 서는 세상을 만들고자 다짐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일원상기 높이 들고 하나의 세상을 만들기 위한, 평화의 세상을 만들기 위한 외침이 하단 고을을 메아리쳤다.
덧붙이는 글 | 원불교 부산 교구 하단 성적지 도보 순례는 2008년 3월 30일 용두산 공원에 교도들이 모여 오후 2시 출발해서 도보로 4시경 하단교당에 도착했습니다. 곧바로 국수 공양을 하고 나서 5시부터 부산 교화의 기적을 위한 기도법회를 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