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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대운하가 상수원과 수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윤제용 교수
한반도 대운하가 상수원과 수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윤제용 교수 ⓒ 송주민

 

"운하를 하면 수질이 개선된다? 아이고, 그거는 정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찬성 측에서는 수질개선 효과를 이야기한다"는 참석자의 질문에 윤제용 교수는 절제된 표현으로 말을 이었다.

 

"저는 학자로서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수질을 관리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31일 오후 3시, 서울대 사범대 교육정보관에서는 '한반도 대운하와 수질 및 상수원 문제'라는 제목의 강의가 진행됐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모임'에서 마련한 10차례의 공개강좌 중 네 번째 강의였다.

 

발제자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윤제용 교수였다. 대운하 건설이 상수원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수질 오염 문제 등이 이번 강의의 핵심이었다.

 

식수에 배가 뜬다?... "대운하는 전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

 

윤 교수는 물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으로 강의의 포문을 열었다. "물은 인체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나 오염된 물 때문에 8초마다 어린이 한 명이 죽어가는 게 현실"이라며 "오늘 강의는 대운하와 관련된 많은 쟁점 중에 '먹는 물' 문제를 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교수는 미생물·중금속·유해화학물질 등이 포함된 '먹는 물 수질 기준' 55개 항목을 펼쳐들었다. 그러면서 "이 항목 말고도 상수원에 들어오는 물질들은 계속 변한다"며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수많은 오염물질을 따라가며 분석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그리고는 청중을 향해 "이렇게 신중해야 할 ‘먹는 물’에 배가 다닌다면 어떨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운하 건설이 나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우리나라 국민이면 다 관련된 문제입니다. 국내에서 먹는 물은 거의 100%가 하천수·호수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대운하가 완성되면 운하에서 얻게 되는 거죠. 국민 중에 물을 안 먹고사는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한반도 대운하는 전 국민의 '먹는 물'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윤 교수는 "운하건설은 상수원에 배를 띄운다는 것인데, 현재 상수원 보호정책은 상수원에 배를 못 다니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수원 보호 정책은 경제활동 개발활동을 제한하고, 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것인데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3%가 적절하다고 여기는 사항"이라며 "운하를 짓는다는 것은 이 정책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상수원 보호정책을 다 풀어야 하는데, 국민 건강하고 직결되는 이 문제는 당연히 국민과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또한, "배 다니는 상수원은 상수관리 기본철학에도 위배된다"고 전제한 뒤 "상수관리 철학의 근본은 양질의 수자원 확보하는 것이지 정수처리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양질의 물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정수처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운하 건설은 정수처리가 우선되는 본말이 전도된 결과를 나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는 참가자들
윤 교수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는 참가자들 ⓒ 송주민

 

북한강 600만톤 취수? "강의 물을 다 뽑아서 취수하겠다는 것인가"

 

이어 윤 교수는 "사용할 물의 양은 충분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는 '운하추진위원회'에서 상수원 확보를 위해 계획한 '한강유역 상수원 북한강 이전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청평댐을 봅시다. 정부는 600만톤, 심지어 700만톤까지 여기서 취수를 한다고 하는데 이곳의 방류량은 2월이 578만톤, 3월이 638만톤입니다. 강을 말라버릴 정도로 취수를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88년처럼 가뭄이라도 날 경우에는 1년 내내 먹는 물 용수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죠."

 

여름철에 강수량이 집중되어 있는 국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평균 강수량만을 따져서 산출한 졸속적인 자료라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그래도 하겠다고 한다면 솔직하지 않거나, 다른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소양강 댐의 홍수조절 기능을 제한하는 안이 있는데 이는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댐이 더 필요하다"며 "그러나 댐 건설에 대한 얘기는 전혀 하지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상수원 문제와 수질 오염 문제는 예측이 정말 어렵다"면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한번 해보자? 매일 같이 먹는 물을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되며, 이것만큼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를 맡은 국사학과 정용욱 교수는 "상수원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가장 큰 문제였는데 그동안 환경문제와 통틀어 같이 논의하느라 잘 부각되지 않았다"면서 "오늘 강의는 식수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대 교수들, 경찰과 국정원의 '정치사찰' 맹비난

 

한편, 공개강좌를 주최한 서울대 교수 모임은 최근 일고 있는 경찰과 국정원의 '정치 사찰' 의혹에 대해 강한 성토의 목소리를 냈다.

 

간사를 맡고 있는 정용욱 교수는 "교수들이 굉장히 격분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정상적인 정보수집활동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정도를 벗어났다. 도대체 21세기 대명천지에 이게 있을 수나 있는 일인가"고 맹비난했다.

 

이어 정 교수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 측이나 정부 측에 강하게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운하#서울대#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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