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우익 청와대 대통령실장이 '이명박 대운하'를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들의 모임이 한창 준비 중이던 지난 2월말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들을 만나 운하추진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일부 교수들이 전체 서울대를 대변하듯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1일자 신문지면을 통해 "류 실장이 대통령 취임 후인 지난 2월말 지리학과 등 서울대 일부 교수들을 만났다"며 "류 실장은 그 자리에서 '일부 교수들이 마치 전체 서울대를 대변하는 듯이 행동하고 있다'고 운하반대 서울대 교수모임을 비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복수의 서울대 관계자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당시 서울대 교수 모임은 1월 31일 창립 회견을 열고 서명 작업을 거쳐 정식 교수모임 출범을 예고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출신으로 이명박정부 대운하 사업의 브레인 역할을 해왔던 류 실장이 직접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들을 만나 '운하 추진'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반대모임' 교수들을 겨냥했다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또 류 실장에 앞서 서울대 이장무 총장도 지난 2월 18일 대운하 반대 교수들을 만나 "'서울대 교수 모임에서 '서울대'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있다고 보도했다.
'대운하 반대 서울대교수 모임'의 한 관계자는 "이장무 총장이 불러 대학본부 총장실에서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이 총장은 '서울대 이름을 빼는 게 좋겠다'고 말해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나왔다"고 전했다.
그 자리에 동석했던 다른 교수도 "이 총장이 '전국교수모임의 서울대지부라고 해야지 서울대 교수 모임이라고 하니까 마치 서울대 전체가 대운하를 반대하는 것 같지 않느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류 실장 측은 "서울대에 간 것은 맞지만 대운하 반대 교수들을 만나 이와 관련된 말을 한 적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지난 2월말 류우익 선생님이 학교에 와서 점심식사를 같이 한 일이 있지"만, "류 선생님이 대운하와 관련해 '서울대 교수모임' 선생님들을 비난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류우익 선생님이 휴직처리를 하기 위해 학교에 왔다가 학과 교수들을 만나 선거 끝나면 학교로 돌아와 수업을 할 생각이었는데 좀더 나라 일을 돌봐야 하는 사정이 돼서 미안하다"며 "나를 대신해 학교를 잘 부탁한다고 말했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리학과 교수들이 공식적으로 만난 모임에는 류우익 선생님이 참석하지 않았다"며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2월말의 어느 때 학교에 계셨던 선생님들과 함께 한 식사자리였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경향신문>의 보도와 관련해, 최영찬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이장무 총장뿐만 아니라 김신복 부총장도 '대운하반대 서울대 교수모임'의 공동대표단을 초청한 자리에서 '서울대 이름을 빼라'고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 교수는 '류우익 실장의 발언'에 대해 "교수나 정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며 "정치에 나섰으면 정치나 잘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대학교수들 가운데 학자인지 정치인인지 양다리 거치는 사람들이 많아져 아주 불편하다"며 "정치하러 갔으면 학교는 잊어라,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는 1일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대운하 반대 서울대 교수모임'에 압력성 발언을 행사했다는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사적으로 편하게 사담을 나눈 것일뿐 압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류 실장이 취임전에 서울대를 찾아 인사하는 자리에서 이런 저런 사담을 나누던 중 일부가 확대, 왜곡됐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류 실장은 아는 분들과 편하게 얘기한 것으로 특별히 대응할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