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뉴라이트가 사고를 쳤구나! 뉴라이트 계열 단체인 교과서포럼이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펴내고 나타난 사회적 파문을 보고 든 생각이다. 책을 읽어보니 식민지 근대화론을 통한 일본강점 시대에 대한 미화, 건국에 대하여 이승만 찬양과 김구 폄하, 이후 군부독재에 대한 긍정적 평가까지 한국현대사의 뇌관을 골고루 건드리는 내용으로 가득 차있었다. 뉴라이트와 <대안교과서>는 '한 몸' 이 교과서 파문의 전조는 이미 2006년 11월에 있었다. 당시 교과서 포럼은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시안을 발표하고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이 시안에는 4월 혁명을 학생운동으로 격하시키고 5·16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에 격분한 4월 혁명 유관 단체들이 심포지엄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렸고, 교과서포럼은 여기에 무조건 항복해버렸다. 그 탓인지 이번에 나온 교과서에는 4·19를 민주혁명으로 규정했고, 5·16은 쿠데타로 명시가 되어 있다. 그러나 내용은 명칭을 붙인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5·16쿠데타로 명칭을 붙여놓고선 최종적 평가는 '근대화 혁명의 출발점'이라고 묘사해 놓았다. 일말의 학자적 양심 때문인지 '헌법 절차를 거쳐 수립된 정부를 불법적으로 전복한 쿠데타'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하면서, 내용적으로는 혁명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4·19혁명이 민주화 세력의 이념적 근거가 되었다는 것을 설명하면서도, 5·16 이후 6월 항쟁까지의 기간을 근대화혁명기로 규정함으로써 혁명의 내용적 부분은 모두 5·16이 가져가도록 하는 편법을 구사하였다. 혁명이라는 명칭을 양보하면서도 자신들의 할 말은 다하는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눈 가리고 아웅'이다. 프랑스 대혁명이나 러시아의 시월혁명을 보아 알 수 있듯이 적어도 혁명이라는 것이 정권교체에 성공했다고 해서 붙일 수 있는 역사적 명칭이 아니다. 성공 이후에 사회와 문화의 대변혁을 수반해야 하는데, 대한민국 역사의 정통성을 5.16에 부여하면서 허울 좋은 혁명이란 명칭만 4·19에 갖다 붙여놓은 것이다. 5.16이 근대화혁명의 계기였다면, 5·16이 혁명이지 어떻게 4·19가 혁명이 될 수 있는가? '눈 가리고 아웅'은 선거를 코앞에 둔 정치판에서도 진행 중이다.
뉴라이트, 정치와 사회운동 구분하자더니 '총선 앞으로' 지금까지 뉴라이트는 당사자들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민주화 세력에게 사상 검증을 시도하면서 좌파라는 낙인을 찍어왔다. 직설적으로 말해 지난 DJ정부와 참여정부와 그를 지지한 세력에게 서슴없이 좌파라고 했으며,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이 무엇이냐고 노골적으로 사상을 의심하였다. 덕분에 민주화를 지지해온 수많은 국민들도 애꿎게 좌파 지지 세력이 되어버렸다. 뉴라이트는 2004년 우파계열의 시민운동 단체로 자기 성격을 규정하며 조중동의 집중적인 조명 속에 태동하였다. 운동을 시작할 때 그들은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순수한 시민운동 차원에서 학술운동과 문화운동을 벌일 것처럼 이야기했다. '자유주의 연대'는 뉴라이트 운동 내의 주도권 경쟁을 벌였던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한나라당과의 연대를 선언하였을 때 '초심을 잃고 한나라당 2중대로 전락했다'고 비난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2007년 대선을 지나고 18대 총선을 앞둔 지금 뉴라이트가 정말로 순수한 이념운동 단체였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쪽으로는 대안교과서를 펴내는 등의 학술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많은 후보들이 뉴라이트 출신이라는 이름을 걸고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고, 그들 중에 일부가 공천을 받아 금배지를 달기 위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18대 국회에 들어가기 위해 뛰고 있는 총선 후보는 모두 8명이라고 한다. 물론 거의가 한나라당 후보이고, 한 명이 '친박연대' 소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 기억이 부정확한 것이 아니라면, 분명히 뉴라이트는 자신들이 좌파라고 주장하는 시민운동 단체들의 정치성을 비판하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정치와 사회운동을 분리하는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효율성을 위하여 사회운동의 이상을 현실 정치에서 구현하기 위해 뛰어드는 것을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남에게 현실 정치권력에 밀착해 있다고 비판을 해오던 사람들이 정작 자신이 직접 정치에 뛰어들 때는 최소한의 설명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들은 어느 순간 가타부타 말이 없이 한나라당 후보로 정치판의 일선에서 뛰고 있다. 신지호와 조전혁, 그리고 대안교과서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가 뛰고 있는 도봉갑을 두고 언론에서는 '운동권 대부 VS 뉴라이트의 대결'이라는 식의 표현으로 관심도가 높은 지역구로 보도되고 있다. 왜냐하면 이곳은 통합민주당 김근태 의원이 현역으로 있기 때문이다. 정치 초년병인 신지호 대표의 출마로 이곳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은 그가 뉴라이트의 후광을 업고 정치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신지호 대표는 일약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야당의 중진 정치인의 맞수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반전교조를 내세우고 출범한 뉴라이트 계열 교육단체인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조전혁 인천대 교수도 인천 남동을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신지호 대표의 경우는 뉴라이트 운동 출범 초부터 조직을 꾸려온 총책임자였고 조전혁 교수는 경제학자답게 학술적으로 특히 교육 분야에서 뉴라이트 이념을 전파하는 이데올로그의 역할을 핵심적으로 담당하여왔다.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한나라당의 공천 경쟁률을 뚫은 것은 그만한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들이 이번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시민운동을 할 때와 정치인이 되어서의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본인들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교과서 문제에 대하여 한 마디 코멘트는 있을 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눈을 씻고 신문을 뒤지고 방송을 봐도 그들의 입장을 알 수가 없었다. 뉴라이트 계열의 대표적 학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저술한 대안교과서임에도, 뉴라이트를 내세우고 나온 총선 후보들 어느 누구도 입장을 밝힌 사람이 없다. 심지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해서인지, 그 흔한 성명서 한 장 찾아볼 수가 없다. 뉴라이트 후보들이 여기에 침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그나마 오마이뉴스 기자가 직접 입장을 물어 본 것 같았는데, 조전혁 교수는 "교과서를 다 읽어보지 않아서 단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하고, 신지호 대표는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뉴라이트 운동을 하지 않은 나도 자유주의연대 결성 초기부터 관심을 가져오고, 심포지엄이나 여러 학술서적을 통해 그들의 주장을 다 파악하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들이 상관없거나 모르는 일이라고 하는 것은 무식을 백일하에 드러내거나 아니면 금배지에 눈이 멀어 자신의 소신을 숨긴다고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국민들은 당신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정치지도자의 사상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듯이, 사상에 의해 뒷받침되는 역사관도 중요하다. 천동설을 주장한 고대의 천문학자 프롤레마이어스가 바라보는 석양과 코페르니쿠스가 바라보는 석양이 같을 수 없다. 둘 다 같은 사실을 보고 있지만 한 사람은 움직이는 태양을 보고 있으며, 또 한 사람은 회전하고 있는 지구를 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보고 있는 사실에도 선입견이나 편견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학술적으로 접근할 생각이다. 일본강점 시대가 과연 근대화의 출발점이 되었는지, 그렇게 보는 것이 정당한지 순수하게 학문적 입장에서 논거의 타당성과 사실적합성을 따져나갈 생각이다. 그러나 올드레프트와 뉴라이트의 대결을 꿈꾸며 나온 국회의원 후보들은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에 대하여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 교과서는 자신들에게 정치적 명망을 얻게 해준 뉴라이트의 공식 교과서이자, 이곳에 그들의 역사관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뉴라이트는 지금까지 민주화세력에게 끊임없이 물어왔다. '너희들은 친북좌파가 아니냐'고 말이다. 이제 그러한 유형의 질문을 뉴라이트가 받아야 할 차례이다. 일본강점 시대의 역사적 의의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군부독재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그리고 민족의 지도자 김구 선생에 대하여 '대한민국 건국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는 평가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말이다. 학자는 책과 논문으로 말하지만, 정치가는 국민들에게 입으로 직접 말해야 한다. 나는 국민의 한사람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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