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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오르기만 할 것 같던 중국 증시가 지난해 하반기 이래 폭락했다. 중국 경제의 잠재력과 베이징올림픽 특수에 기대를 걸고 중국 투자 펀드에 목돈을 맡겼다가 요즘 밤잠을 못 이루는 한국인도 적지 않다. 중국 경제는 어떤 상태일까. 모종혁 통신원이 두 차례에 걸쳐 현지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중국 경제의 오늘을 짚는다. [편집자말]
 충칭의 한 아파트 분양 홍보관에 몰린 중국 소비자들.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의 경우에도 구매 열기가 냉각되고 있다.
충칭의 한 아파트 분양 홍보관에 몰린 중국 소비자들.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의 경우에도 구매 열기가 냉각되고 있다. ⓒ 모종혁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에 사는 후셩원(30)은 요즘 아내와 냉전 중이다.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출신으로 대학 졸업 후 선전에 온 후는 변호사로 제법 성공한 축에 든다. 대학 동창들과 함께 연 합동법률사무소, 140만 위안(한화 약 1억9600만원)을 호가하는 아파트, 24만 위안(약 3360만원)에 산 외국 브랜드의 자동차에다 공무원인 아내와 귀여운 딸까지 후는 중국 도시 중산층의 필수조건은 모두 갖추었다.

"7년 전 대학 졸업장 하나 달랑 들고 선전에 왔는데 지금은 남부러울 게 없는 가정을 이룬 셈"이라고 후는 오늘의 성취를 뿌듯해했다. 후는 "네이멍구 촌놈이 중국 최고 첨단도시 선전의 시민이 되고 변호사로도 일정한 지명도와 고정 고객을 얻었다"면서 "작년 그 아파트만 사질 않았다면 별 걱정 없이 넉넉하게 살고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후셩원의 골치를 썩이는 것은 다름 아닌 작년 6월 구매한 아파트다. 후는 부인의 강력한 주장으로 난산(南山)구에 새로 분양된 아파트 한 채를 ㎡당 1만2000위안(약 168만원)에 샀는데, 입주가 올해 말인데도 벌써 35%나 가격이 떨어졌다. 후는 "집사람이 투자용으로 한 채 사두자고 극성을 부려 무리해서 가격이 130만 위안(약 1억8200만원)이 넘는 아파트를 모기지론을 받아 샀다"면서 "초기 구매 납입금 30% 중 일부를 친척에게 빌리고 나머지는 은행 대출을 받았는데 정말이지 앞이 깜깜하다"고 자조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다 새로 구매한 아파트의 모기지론 납입금 때문에 제대로 된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한 지 오래"라는 후는 작년 산 집 뿐만 아니라 거주하는 아파트마저도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라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후는 "부동산 가격이 최고조에 달했던 재작년 말과 작년 상반기에 집을 산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집값 때문에 죽을 맛"이라며 "최근 선전 시민들은 떨어지는 부동산과 주식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전했다.

 지난 1년 반 중국 주요 도시별 주택 가격 변동 추이.
지난 1년 반 중국 주요 도시별 주택 가격 변동 추이. ⓒ 국제금융센터

 지난 1월 중국 주요 도시별 전월대비 거래량 감소율.
지난 1월 중국 주요 도시별 전월대비 거래량 감소율. ⓒ KOTRA

경제성장과 투기세력 준동에 급등하던 부동산, 고삐 잡히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급등하던 중국 부동산 가격이 남부와 내륙 지방을 중심으로 떨어지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충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승승장구하던 중국 부동산 시장은 작년 말을 기점으로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기존 주택시장은 거래량이 대폭 줄어드는가 하면 신규 분양시장도 전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일부 부동산 개발회사는 신규 분양주택의 할인판매까지 감행하고 부동산 중개업체는 거래가 없어 줄지어 도산하고 있다.

2003년 이래 중국 부동산 가격은 연평균 두 자리 수의 높은 급등세를 기록했다. 베이징·톈진(天津)·광저우(廣州) 등 연해 대도시의 연간 주택가격 상승률은 30%를 넘어섰고, 상하이·선전 등 일부 도시는 50%에 육박했다. 정저우(鄭州)·청두(成都)·충칭(重慶) 등 내륙도시도 2003~2006년 신규 주택가격이 50% 이상 급등, 중국 대륙은 부동산 투자열기에 휩싸였다.

급성장하는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감은 부동산 가격상승을 견인했다. '원저우부동산투자단'(溫州炒房團), '산시부동산투자단'(山西炒房團) 등 투기세력까지 준동하여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2006년 현재 베이징 소재 중고급 주택의 구입자 2/3가 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를 위해 집을 살 정도였다. 주택은 더 이상 거주의 공간이 아닌 투기의 대상일 뿐이었다.

부동산 투자 붐은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업의 비중을 높였다. 1996년 전체 고정자산투자 총액에서 부동산 투자규모는 15%였지만 2006년에는 20%로 상승했다. 부동산은 제조업 다음으로 투자규모가 큰 산업으로 중국 국민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부동산 투자 증가율은 2004년 이후 연평균 25%를 기록했고 분양주택의 연간 증가율은 20%에 육박했다.

2007년 중국 전체 주택가격은 전년대비 7.6% 상승했고, 일부 지역은 13% 넘게 상승했다. 부동산은 중국인에게 교육·의료문제와 함께 경제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새로운 세 개의 높은 산'(新三座大山)이라 불릴 정도로 골칫거리가 됐다. 부동산 가격 급등은 중·저소득층의 구매의욕을 떨어뜨렸고 집값 마련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을 훨씬 뛰어넘는 가격폭등은 부동산에 심각한 거품이 낀 것이 아니냐는 중국 내외의 우려를 자아냈다.

지난 2월 24일 중국 40개 대학의 박사 300여명은 "주택난 해결과 계층갈등을 낮추기 위해 최소한 공공부문이 공급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1가구 1주택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열린 포럼에서 이들은 주택법 입법을 건의하면서 "현재 중국에서 한 가구가 여러 주택을 소유하는 현상이 급속히 늘고 있어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주택법 건의문에서 "주거권은 주민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로 중·저소득층이 비영리성 공공주택에 거주할 수 있게 정부가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지식인들이 부동산 문제가 빈부격차와 계층갈등의 원인임을 지적하면서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충칭 사핑바구 부동산거래소의 외경. 부동산 매매율이 급감하여 거래소를 찾는 고객의 발길은 뜸하다.
충칭 사핑바구 부동산거래소의 외경. 부동산 매매율이 급감하여 거래소를 찾는 고객의 발길은 뜸하다. ⓒ 모종혁

투자금 회수와 자금난 타개 위해 분양주택도 할인판매

올해 들어 부풀어 올랐던 거품이 빠지듯 중국 부동산 가격은 뚜렷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6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1월 70개 주요 도시의 집값이 전년 대비 11.3%가 올랐다"면서도 "전월에 비해서는 0.2% 상승에 그치고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는 일부 도시에서는 가격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발전개혁위는 "한 달 전에 비해 선전은 0.5%, 광저우는 1.2%, 충칭은 2.9%, 시안(西安)은 3% 등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올림픽을 앞두고 수요가 많은 베이징만 신규 분양주택이 17.2%, 기존 주택은 11.8%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떨어지는 부동산 가격은 신규 분양주택시장에서 체감할 수 있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중국 최대의 부동산개발회사인 완커(萬科)는 지난해 베이징·광저우·선전·청두·상하이 등지에서 분양주택 할인판매 행사를 열었다. 완커의 할인판매는 전례가 없었던 데다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평균 15~30% 싸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상하이 최대 부동산개발회사인 뤼디(錄地)도 10% 할인판매를 시행했고 우한(武漢) 둥싱(東星)부동산도 2월 분양한 신규 분양주택 가격을 인근 시세보다 30~45%나 낮게 책정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잇따른 할인판매는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기 전에 투자금을 빨리 회수하여 자금난을 덜기 위해서다. 실제 일부 부동산회사는 신규 사업을 위해 방만한 투자와 경영을 일삼아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과 더불어 중국 부동산 시장을 주도한 상하이와 광둥성의 가격 조정은 뚜렷하다. 2월 하순 상하이의 신규 분양주택 평균가격은 한때 1㎡당 9767위안(약 137만원)을 기록하여 전월대비 35%나 폭락했다. 상하이에서 신규 주택 분양가가 1만 위안 이하로 내려간 것은 작년 4월 이래 처음이었다. 상하이는 대출 억제와 거래량 감소에도 1월초 분양가가 1만2423위안으로 최고치를 찍는 등 부동산 가격이 꺾이질 않았다.

광저우도 1월 신규 분양주택 평균가격이 1㎡당 9766위안으로 작년 10월 1만1574위안에 비해 1808위안(15.6%)이나 하락했다. 2월 29일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광저우 아파트의 60%가 2007년 상반기에 비해 가격이 떨어졌다"면서 "시내 주요 108개 아파트 단지 중 한 단지는 50%, 17개 단지는 20~40%, 44개 단지는 20% 이내 가격이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신규 분양주택 분양가가 떨어지면서 기존 주택의 거래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1월 주택시장 거래량은 대도시를 위주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거래량 감소가 가장 두드러진 항저우(抗州)는 전월 대비 무려 63%나 떨어졌고, 난징(南京)·톈진·선전·충칭·베이징·우한 등도 감소폭이 컸다.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자, 중개업체도 잇따라 도산하고 있다. 작년 말에는 전국 규모의 부동산 중개회사인 중텐즈예(中天置業)와 창허디찬(長河地産)이 도산했고, 1월에는 촹후이(創輝)가 문을 닫았다. 창후이는 전국에 1600여 개의 지점과 2만여 명의 직원을 보유했던 중국 최대 부동산 중개회사였다.

 외국인 중국 부동산투자 추이.
외국인 중국 부동산투자 추이. ⓒ 한국무역협회

시장 안정 정책에 공급량까지 폭증, "부동산 투자는 피해야"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중국정부의 강력한 시장 안정 정책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중국정부는 작년에만 6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다. 2006년 연 6.86%였던 모기지론 금리도 7.83%로 높였다. 한 가정이 여러 채의 집을 사는 것을 막기 위해 두 번째 구매 주택에 대한 대출 비율도 80%에서 60%로 낮추고 대출 심사도 강화했다.

지난달 24일 장웨이신(姜偉新) 주택건설부장은 "최근 2년간 중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서 "앞으로 시장 조절 기능과 정부 정책을 결합하여 주택문제 해결과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자본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정책도 한몫한다. 작년 1~11월 중국의 부동산 개발자금은 3조2000억 위안(약 448조원)으로, 이 중 외국자본은 539억 위안(약 7조5460억원)에 불과했지만 전년대비 71.9%나 증가했었다. 외국 자본은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에 유입됐는데, 중국정부는 전체 부동산 개발자금의 10%가 해외 투기자금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은 투기자금의 불법 유입을 막기 위해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에 투자하는 외국 자본의 외화 차입을 금지했다. 상하이 등 일부 지역은 국유지를 불하할 때 보증금을 위안화로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1년 이상 중국에 거주하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주택 매입 자체를 불허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각 지방정부로 하여금 외국 자본의 부동산 투자를 철저히 조사, 보고토록 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폭증하는 주택 공급량 또한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일 중국 국영 CCTV는 "올 1분기 선전의 신규 분양주택은 5만8000여 채로 작년 전체 공급량보다 8000여 채가 많다"면서 "급증한 공급량 덕분에 선전 주택 분양가는 작년 4월과 동일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가오하이옌(高海燕) 선전사회과학원 도시계획연구센터 주임은 "올해 공급되는 신규 분양주택은 지난 5년 이래 최대 규모"라면서 "공급 물량이 늘면서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전 검찰청에 근무하는 팡쉬(29)는 "부동산개발회사로부터 입지 좋고 투자가치 높은 아파트를 사지 않겠냐는 전화와 팸플릿이 쇄도하고 있다"면서 "분양가를 대폭 할인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회사도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대표인 위안차오(袁超)는 "향후 집값이 50%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부동산 개발회사와 중개회사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위안 대표는 "정경유착에 따른 비용으로 30%, 그로 인한 가격상승이 20%로 부동산 개발과정에서 원가보다 부풀려졌다"면서 부동산 개발회사의 폭리와 권력층의 부패로 50%의 거품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 현상까지 낳고 있지만, 중국 주택 수요자들은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 충칭 사핑바구 부동산거래소 톈취(37) 소장은 "급매물은 늘어나는데 수요자는 오히려 있던 매수마저 거둬들이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톈 소장은 "단시일 내에 집값이 폭락할 가능성은 적다"면서 "실수요자는 지금 집을 사는 것이 좋고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것은 당분간 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충칭 주상가 복합 건물군과 멀티플렉스 상가가 들어선 싼샤광장. 리펑(李鵬) 전 중국 총리의 아들이 부동산회사와 함께 개발한 테마광장이다.
충칭 주상가 복합 건물군과 멀티플렉스 상가가 들어선 싼샤광장. 리펑(李鵬) 전 중국 총리의 아들이 부동산회사와 함께 개발한 테마광장이다. ⓒ 모종혁


#부동산#버블#중국경제#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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