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황전면 괴목에 아주 유명한 국밥집이 있다고 한다. 소문 듣고 찾아갔다. 재래시장인 '괴목구나무시장' 간판을 보고 입구로 들어서니 두 곳의 국밥집 간판이 보인다. 어디로 갈까?
일단 안 쪽에 위치한 집으로 찾아갔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방과 홀의 테이블에는 음식 그릇이 가득하다. 한 무리의 단체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주인장은 보이지 않는다. 아주머니가 점심을 이제야 먹느냐며 뭘 먹겠느냐고 묻는다. 사람들이 이 집 국밥이 하도 맛있다고 하기에 먹어보러 왔다며 대답을 하고 국밥을 주문했다.
아마 오후 5시가 조금 지났을 거다.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단체손님들이 서너 팀이나 밀려든다. 홀에 자리를 잡은 탓에 오가는 손님으로 혼잡한 분위기에 정신이 없다. 음식의 참맛을 느끼려면 음미하면서 여유롭게 먹어야 하는데 말이다.
아무머니가 쟁반에 내온 반찬은 여느 국밥집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소탈하다. 접시에 담은 김치와 양념장이 좀 두드러진다. 아니나 다를까. 이 집의 배추김치는 3년을 별도의 저장시설에서 묵혔단다. 아삭한 묵은지 맛 끝내준다. 갓김치 또한 잘 숙성되었으며 맛이 깊다.
"오래 됐어요. 별도의 저장고에 보관해놓으니까 숙성돼서 맛있어요."
본 메뉴인 국밥이 선보인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밥이 먹음직스럽다. 아주머니는 따끈할 때 어서 먹으라며 챙겨준다. 양념장을 넉넉하게 풀고 새우젓을 넣어 간을 맞췄다. 붉은 색깔로 바뀐 국밥이 구미를 당긴다.
손님은 계속 이어진다. 방에 자리 잡은 손님들은 여기저기서 술을 달라고 주문한다.
"방이 없네. 우리 방 뺏겨부렀네."
"아줌마! 여기 소주 한 병 주세요."
순대국밥에 소주라. 정말 잘 어울릴 듯 하다. 딱 소주 한 잔만 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순대국밥을 한술 떠먹어봤다. 내장 순대의 부드러움이 압권이다. 혀끝에 감돈다. 정읍이나 구례 시장의 잘나가는 국밥집, 여수의 유명한 순대국밥 집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거 세상 많이 변했네. 이제는 소문난 잔치에도 먹을 게 있네!"
이런 말이 어울릴듯하다. 순대국밥에 부추를 넣어 향긋함과 색감이 돋보인다. 한 입에 쏙 들어갈 크기로 만든 조그마한 내장 순대는 부드러움과 감칠 맛이 도드라진다.
밭에서 직접 재배한 토종 겉저리 갓김치와 순대국밥을 먹으면 너무 잘 어울린다. 젠피를 넣어서 담근 겉저리 갓김치는 젠피향이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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