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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는 10-20만원대 생활자전거 타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하지만 고가 자전거 시승기는 많지만 생활자전거 시승기는 없습니다. 자전거 정보를 알고자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도 무게나 가격 등 간단한 정보밖에 없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10-20만원대 생활자전거 시승기를 꾸준히 게재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2008년 생활자전거 시승기를 게재합니다. 이번에는 재활용자전거입니다. [편집자말]
상주시민 조성채씨가 타고 다닌 자전거. 1947년 미야타 자전거다. 조성채씨는 이 자전거를 2002년까지 타고 다녔다. 상주자전거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상주시민 조성채씨가 타고 다닌 자전거. 1947년 미야타 자전거다. 조성채씨는 이 자전거를 2002년까지 타고 다녔다. 상주자전거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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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자전거박물관에 가면 상주시민 조성채씨가 타고 다니던 자전거가 전시돼 있다.

자전거는 1947년산 일제 미야타 자전거. 20년 된 자전거를 산 뒤 2002년 박물관이 문을 열 때까지 35년 동안 타고 다녔다. 대략 55년 동안 자전거를 운행한 셈이다.

조씨는 1967년 상주군청에 근무할 때 망가져 폐기된 보건소 공용 자전거를 쌀 한 가마니 가격인 2800원을 주고 샀다. 지금 쌀 한 가마니 가격이 14만~16만원 정도 되니까 대략 저가 새 자전거 가격쯤 되는 셈이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엔 자전거가 비싼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한번 산 자전거는 오래 탔다. 할아버지가 탄 자전거를 아버지가 물려받고, 아버지가 탄 자전거를 아들이 이어받아 타기도 했다.

그런 전통은 1980~90년대를 거치며 사라졌다. 우선 새 물건이 넘쳤고, 조악하게 만든 저가 제품이 넘쳐나면서 오래 쓰기 힘든 자전거가 많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중고자전거 문화가 사라졌다.

그 시절엔 자전거를 물려받았는데...

숙녀용 자전거 '튤립'. 1993년 엑스포 기념 자전거다.
 숙녀용 자전거 '튤립'. 1993년 엑스포 기념 자전거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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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도 중고자전거카페도 있고, 거래도 제법 이뤄지는 편이지만 대부분 1년 이내 자전거들이다. 옛날과는 다르다. 심지어 한두 번 탄 자전거가 중고시장에 나오기도 한다. 몇 년을 탄 자전거가 나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번에 시승한 자전거는 오래된 자전거를 고친 재활용자전거들이다. 짧은 게 4~5년, 긴 것은 15년 된 자전거다. 그 오래된 자전거를 '㈔신명나는한반도자전거에사랑을싣고(이하 자전거나눔)'와 성공회노숙인센터(소장 임영인 신부) 소속 노숙인들 여덟 명이 쓸 만한 부품을 붙이고 기름칠해서 달릴 수 있게 만들었다.

다듬기는 했지만 쓸 만한지 여부는 미지수다. 2주일 동안 시승단 7명이 탄 결과를 여기에 공개한다.

시승 대상 자전거는 모두 네 대. 바이베스트가 만든 '알바트로스 렉스 Z.20', 하이텍이 만든 '원터치', 바이텍이 만든 '튤립', 오성자전거가 만든 '골드텍'. 모두 오래 된 자전거다.

'골드텍'은 2002년, '알바트로스'는 2003년 만들어졌다. 불과 4~5년 전 모델인데도 상당히 오래된 느낌이다. 그동안 자전거 모델도 많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튤립이 가장 오래 됐다. '엑스포93 공식자전거'라고 돼있으니 어림잡아도 만든 지 15년 정도 된 셈이다. '원터치'는 언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제법 손질을 해서 깨끗하게 만들었지만, 낡아보이는 차 색깔은 어쩔 수 없다. 색깔만 제대로 입혀도 자전거 가치가 크게 올라갈 텐데 비용문제 때문에 자전거나눔 쪽에선 엄두를 못내고 있다.

미니벨로 알바트로스.
 미니벨로 알바트로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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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상태는 양호, 브레이크는 손보는 게 좋을 듯

'골드텍'과 '원터치'는 저가형 유사산악 자전거다. 바퀴는 산악형 자전거 모양이지만 완충장치가 달려 있지 않아 유사산악이라고 하기에도 다소 거리가 있다. '일자 핸들바, 두툼한 바퀴를 가진 자전거'라고 정의를 해야겠다. 기어변속기가 달려 있다.

'알바트로스'는 20인치 미니벨로로 역시 기어변속기가 달려 있다. '튤립'은 바구니를 달면 딱 좋을 숙녀용 자전거다.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 쉽게 탈 수 있도록 몸체가 낮다. 자전거가 다 같아 보여도 이처럼 누가 타는지, 어떤 용도로 쓰는지에 따라 모양이 다 다르다.

겉보기엔 유사산악 자전거가 '있어' 보인다. 첫 자전거 출퇴근(자출)에 나선 시승자 A는 유사산악 자전거인 '골드텍'을 골랐다. 집에서 회사까지 19㎞. 2시간이 걸렸단다. 보통 한강 자전거전용도로를 달릴 때 평속 15㎞ 정도로 계산하니 첫 자출 치고는 나쁘진 않은 성적이다.

골드텍은 차체가 무겁고, 페달을 밟았을 때 느낌도 무겁다. 오래 탈수록 이런 점은 더욱 부담이 된다. 원래부터 설계가 그렇게 된 듯 하니, 수리 문제로 돌릴 수 없다고 본다. 당시 유사산악자전거가 대세가 되면서 실용성보다 모양을 좀 더 중요시한 모델이 당시 많이 나왔지 않나 싶다.

또 다른 유사산악 자전거도 무거운 편. 역시 페달을 돌려봤더니 느낌이 무겁다. 유사산악자전거와 숙녀용 자전거, 미니벨로를 타고 왕복 13.8㎞ 출퇴근을 해봤다. 유사 산악자전거는 부담이다. 아마 모든 유사 산악자전거가 그렇진 않겠지만, 2000년을 전후로 저가 자전거가 한창 쏟아질 때 나온 자전거 중에 그런 제품이 많지 않나 생각한다.

유사산악자전거인 '원터치'.
 유사산악자전거인 '원터치'.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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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벨로는 바퀴 작은데 잘 나갈까? 평가는 가장 좋아

숙녀용 자전거와 미니벨로는 페달링이 꽤 부드러웠다. 출퇴근하는데 전혀 부담이 없었다. 숙녀용 자전거는 꽤 오래된 모델인데도 이렇게 나갈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기어변속기를 달지 않은 것은 잘 한 선택이다 싶었다. 기어변속기를 다는 대신 무게를 줄일 수 있고, 다른 부품에 좀 더 신경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평지만 주로 달린다면 기어변속기 없는 숙녀용 자전거가 쓰기에 좋다. 실제 '자전거나라'인 일본에선 기어변속기가 없는 숙녀용 자전거가 많은 편이다. 기어변속기가 거의 모든 자전거에 필수처럼 달려 나오는 나라는 그다지 흔치 않다.

숙녀용 자전거는 '남자가 타기에 부끄럽지 않을까', 미니벨로는 '바퀴가 작은데 잘 나갈까' 하는 선입견만 이긴다면 괜찮다고 본다. 대체로 미니벨로에 대한 평가가 가장 좋았다.

시승자 B는 대부분의 자전거 브레이크 상태가 우수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시승자 C도 같은 의견이었다. 가장 많이 종류인 V-브레이크의 고무패드는 고무가 닳거나 물을 먹게 되면 제동력이 급히 떨어진다. 비록 쓸 만한 고무패드를 찾아서 달았겠지만, 완제품만은 못할 것이다. 다니는 길에 내리막길이 있거나 조금 속도를 낼 생각이라면 브레이크는 새 제품을 다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다.

숙녀용 자전거는 핸들이 너무 좁은 게 흠이었다. 덩치가 큰 시승자 C가 타니 페달을 밟기가 힘들었다. 특히 방향을 바꾸기 위해 핸들을 돌릴 때 올라간 무릎에 닿았다. 만약 자전거를 고르게 된다면 자전거를 타면서 핸들을 이리저리 꺾어보면서 몸에 부딪히지 않는지 꼭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

유사산악자전거인 '골드텍'
 유사산악자전거인 '골드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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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산다면? 0원에서 5만원

시승자들에게 재활용자전거를 어디에 쓸 수 있겠냐고 물었다. 시승자 D는 산책용이 좋겠다고 말했다. "동네 공원에 운동하러 갈 때, 장보러 갈 때 등 가까운 거리엔 굳이 비싼 자전거가 필요 없지 않냐"고 말했다.

시승자 E와 F는 회사에 세워두고 점심이나 저녁 먹으러 갈 때 좋겠다고 말했다. 밥 먹으러 갈 때 자동차를 타기에도 걷기에도 애매한 거리가 있다. 이런 곳을 자전거가 모두 대신할 수 있다. 시승기간 동안 E와 F는 점심식사용으로 자전거를 애용했다. 둘은 만족도가 꽤 높았다.

F는 재활용자전거의 가장 큰 장점으로 '부담없다'는 점을 꼽았다. 자전거를 즐겨 타던 F는 자전거를 도난당한 뒤로 자전거를 더 이상 타지 않게 됐다. 이런 이들이 주위에 제법 많다. 마음 먹고 자전거를 샀다가 자전거를 잃어버리면 그 때는 자전거를 보기가 싫어지는 법이다.

우리집에도 재활용자전거가 몇 대 있다. 식구들은 조기축구하러 갈 때, 지하철역까지 갈 때, 가게에 갈 때, 장보러 갈 때 자전거를 이용한다. 그다지 속도를 낼 필요가 없고 짧은 거리를 갈 때 재활용자전거가 아주 요긴할 것이다. 재활용 자전거 한 대, 새 자전거 한 대를 사서 집 근처 다닐 때는 재활용 자전거, 출퇴근이나 장거리를 움직일 때는 새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어떨까 싶다.

가격을 물어봤다. 다소 격차가 있었다. C는 가장 낮게 불러 '0원'이라고 말했다. 재활용자전거를 살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F는 2~3만원, D와 E는 5만원을 불렀다.

자전거마다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재활용자전거공장에 들어오는 자전거는 대부분 저가 자전거들이다. 김용석 국장은 "좋은 자전거는 아마 미리 빼놓을 것"이라면서 눈길 끌만한 자전거가 들어오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자전거나눔 공장에 가서 400여대가 넘는 재활용자전거를 본 소감도 그랬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재활용자전거 가격은 1~2만원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자전거나눔 재활용공장에 있는 자전거 450대 중에서 대충 고른 게 이 정도다. 김용석 국장은 내가 고른 자전거가 "대략 중상 정도"라고 했다. 한두번 타고 곧장 방치되는 자전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볍게 타는 자전거로 재활용자전거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다.

시승용 자전거 네 대.
 시승용 자전거 네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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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자전거, #중고자전거, #재활용자전거, #자전거나눔, #성공회노숙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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