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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명랑'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명랑'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면 정말로 명랑해지는 기분이 든다.

 

지난 3월 29일, 토요일 오후 5시 35분 야심차게 등장한 MBC의 새 프로그램의 제목은 <명랑히어로>이다. 사회 이슈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이는 형식의 예능프로그램으로, '명랑'한 일곱 명의 MC들이 말 그대로  '명랑하게' 수다를 떤다.

 

프로그램의 한 코너인 '한반도는 행복했나'에서는 지난 한 주간의 기사를 통해 사회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중에서 와닿았던 건 이하늘이 선택한 '대학 등록금 인상'에 관한 것이었다.

 

김구라는 천만 원의 값어치가 없다고, 수업료 값을 못하는 일부 교수를 비난하는 독설을 내뱉었다. 신정환은 기부금 제도의 투명화를 통해 어려운 친구들을 더 대학에 보내야 한다고, 대신 기부금 제도를 통해 들어온 학생들의 가슴엔 리본을 달아주자고 가볍게 농담을 했다. 또한 이하늘은 자신의 소속 회사의 동생들의 등록금을 내주며 힘들었다는 진심어린 토로를 했다.

 

2회(4월 5일 분)에서는 집값과 먹을 것을 믿고 살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얘기가 오고 갔다. 김성주는 어린 시절, 부유한 친구의 집에 다녀온 후 자신의 가족은 왜 방 두 개에 일곱 명이 살아야하는지 이해가 안 갔었다는 고백을 했다. 돈 벌려면 은행을 해야 된다는 신정환의 우스갯소리가 단지 유머만은 아닐 것이다.

 

등록금을 할부로 가능하게 한다거나, 쥐가 나온 음식에 5년간 나온 사실을 표기하는 걸 법으로 지정하자는 등 MC들은 각자의 스타일대로, 자신들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풀어 놓는다. 그들의 대책은 실현 가능한 정책이라기보다 다소 황당하고 엉뚱하지만, 때로는 차라리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연예인의 대출CF와 연예인부부의 결혼과 이혼에 관한 그들의 생각들이 솔직담백하게 펼쳐졌다. 그것은 연예인 개인의 문제이긴 하지만 일반토크쇼에서 다루는 것과 달리 그들의 진실성이 느껴져 와 닿았다.

 

심각한 사회의 이슈를 그저 웃음으로 넘겨 버리는 건 문제가 있겠지만, 일상생활에서 우리들이 이러쿵저러쿵 수다를 떠는 그 안에도 진심이 담겨 있듯이, MC들의 수다 속에서도 진지한 고민을 엿볼 수가 있었다.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코너의 네 MC 신정환, 김구라, 윤종신, 김국진은 이번 프로그램에서도 함께 나온다. 이들은 서로에게 끊임없이 태클을 걸며 거침없는 입담을 선보인다. 어디까지가 ‘개그’이고 어디까지가 '리얼'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아픈 상처를 건드리며 웃음을 유발한다. 물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임을 알지만, 어떤 순간에는 좀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버라이어티와 사회 전반에 걸친 풍자, 그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아직은 균형이 덜 잡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제 고작 2회 방송됐을 뿐이다.

 

'라디오스타'가 초반의 산만한 진행이 그들만의 스타일로 자리를 잡았듯이, '명랑히어로' 역시 회가 거듭할수록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여 더 나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마치 탁구치듯이 내뱉는 이들의 틈새에서 적응이 힘들다며 다음 주부터 빠지고 싶다고 하는 이하늘도, 이렇게 정리 없는 프로그램은 처음이라는 김성주도, 남편을 개그 소재로 이용한다는 비난에 마음에 아팠다는 홍일점 박미선도, 흐트려질 만한 프로그램의 무게 중심을 잘 잡아 주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보다 진지하게, 보다 명랑하게 발전하길 바라본다.


#명랑히어로#신정환#김구라#김성주#이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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