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봄비가 내렸다. 봄비는 신의 축복이며 풍요의 상징이다. 봄비에 우수수 떨어진 꽃잎들이 골목길이며 산책로에 연분홍빛 눈처럼 쌓였다.
봄바람에 꽃비가 내리니 온 동네와 해운대 거리가 꽃대궐이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어 마을 버스를 타고 벚꽃 길을 달렸다. 달맞이길, 중동, 좌동 해운대 신시가지까지 한바퀴 돌았다. 우수수 날리는 꽃비는 벚나무가 내려주는 축복의 비다.
바람에 우수수 내리는 꽃비에 즐거운 여중생들과 초등학교 학생들은 함성을 질러댔다. 나도 꽃비 맞으며 환호성 질러댔다. 꽃비가 눈처럼 내려서 하얗게 쌓여 있는 꽃길을 밟는 우리 동네 사람들, 이웃 동네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 환하다. 그러나 벚꽃은 아쉬워라. 이 꽃이 떨어지면 이제 파란 잎이 돋기 시작하리라.
눈길은 조심조심스럽지만, 꽃길은 꽃길대로 조심스럽다. 김소월의 시처럼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즈려 밟고 가기 힘든, 떨어진 꽃의 생명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 꽃길에 누가 하트 모양을 그려 놓았다. 꽃길은 사랑의 길, 행복의 길이다. 꽃잎이 수놓은 아스팔트 길 위로 차들이 쌩쌩 달리며 꽃보라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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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비 내리는 보도 블록 위에 꽃 사세요, 외치는 소리, 즐거워라 |
ⓒ 송유미 | 관련사진보기 |
온 동네가 꽃대궐인데, 아기자기한 예쁜 꽃화분을 용달차 싣고 온 꽃좌판 가게 아저씨 앞에 동네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하나 둘 모여서 가격을 물어보는 표정들도 너무 밝다. 봄을 집안 가득 들여 놓고 싶은 마음에 나도 화분 몇 개 구입했다. 꽃화분 하나에 글쎄 1000원이다. 2000원 주고 두개 샀다.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너무 싸다면서, 꽃화분들을 다투어 샀다. 금세 동이 난 꽃좌판 아저씨, 싱글벙글 웃는 표정에도 꽃보라가 날린다.
벚꽃이 만개한 이 봄은 오행으로는 '목(木)'에 해당한다고 한다. 확실히 봄은 나무들의 계절이다. 아니 꽃나무들이 사람에게 베풀어주는 꽃축제다. 이규보의 시처럼 '저절로 노래가 나오기도 하고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너무 좋아서 노래가 나고 그 흥이 너무 겨우면 눈물이 나는 그런 계절이다.
그러나 좌동 동네 버스 정류장은 아침부터 왁자왁자 했다. 멀리 '현장교육 여행'을 떠나는 동네 중학생들이 벚꽃나무 가로수 아래서 떠드는 소리가 마치 봄의 교향악처럼 온 동네 울려퍼졌다. 이 봄은 정녕 해운대 온 동네를 꽃대궐로 만들었다. 내일 모레 선거일까지 이 꽃비는 계속 내린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