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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 7일 뉴타운지구 '자전거 네트워크' 구축을 발표했다. ▲뉴타운지구 내 자전거도로 설치 의무화 ▲대중교통과 환승시스템 구축 ▲자전거보관소 설치 기준 강화 등 세부 정책을 담았다.

제목을 보는 순간 무척 반가웠다. 지금껏 자전거는 한강에서만 탈 수 있는 수단이었을 뿐, 출퇴근이나 통학용 수단이 아니었다. 차도는 자동차의 것일 뿐 자전거가 들어갈 틈이 없었다. 보행로 반을 잘라 만든 자전거도로도 곳곳이 끊어져 있어 사실상 자전거통행로로서 역할을 못했다.

'자전거 네트워크'란 말은 적어도 그런 문제에 대한 해답을 마련했다는 인상을 줬다. 하지만 아니었다. '네트워크'는 제목에만 있을 뿐 내용에는 없었다.

자전거도로 중 대부분이 보행겸용

서울시가 7일 발표한 뉴타운 자전거전용도로 계획안. 모든 길이 한강으로 이어지지만 정작 도심권에 접근하는 길이 없다.
 서울시가 7일 발표한 뉴타운 자전거전용도로 계획안. 모든 길이 한강으로 이어지지만 정작 도심권에 접근하는 길이 없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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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뉴타운지구 35곳 중 19곳(195개소, 연장 113.4㎞)이 이미 계획을 세웠고, 10곳이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6곳이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35곳 중 29곳이 계획을 세웠거나 세우고 있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빠른 곳은 2009년까지, 늦은 곳은 2012년까지 모두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하도록 계획했다.

놀랄 만한 수치였지만, 내용을 보니 살짝 실망스럽다. 우선 계획을 세운 전체 195개소 중 전용도로는 17곳(35.3㎞)에 불과하고, 나머지 178곳(78.1㎞)이 보행자겸용이다. 보행자겸용도로는 보행자와 자전거 모두에 불편한 도로로 개선이 요구됐던 방식이다.

자전거보관소 설치 기준 강화 관련 주요 내용은 세대당 보관대수를 0.2대에서 0.3대로 높인다는 것이다. 공동주택 단지내 자전거주차장 설치를 적극 권장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네트워크'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 내용도 방향이 빗나갔다. 공동주택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오면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소에 세우거나 사무실까지 타고 간다. 대중교통 정류소 보관과 관련해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요구한 대목은 도난 문제다.

'무인 보관소는 도난 보관소와 같으니 유인 보관소를 설치해달라'는 게 자전거인들의 요구였다.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전철에 태울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도 요구 사항 중 하나였다.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연계하기 위한 요구들이었다. 이런 내용이 이번 발표엔 쏙 빠져 있다.

서울시 계획안에 나온 자전거도로 위치.
 서울시 계획안에 나온 자전거도로 위치.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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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로의 위치도 문제다. 서울시 계획에 따르면 자전거도로 위치는  차도와 보도 옆이다. 이렇게 되면 보행로가 차도와 자전거도로 사이에 놓인다. 직진만 할 때면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교차로가 나오면 문제가 생긴다.

자전거는 건널목을 건너려면 보행로를 가로질러야 하기 때문에 보행경로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자전거도로는 차도와 나란히 달리는 게 좋고, 보행로는 단지와 자전거도로 사이에 놓이는 게 좋을 것이다. 오수보 '자전거21' 총장은 "자전거도로 위치 문제는 오래 전부터 숱하게 비판했던 것으로 바뀌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가장 큰 문제는 도심 접근로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모든 자전거길은  뉴타운과 한강을 연결하는 길은 내놓고 있지만, 뉴타운과 도심권을 연결하는 길은 빠져있다. 사대문 안 도심권에 가기 위해서는 결국 자동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정책을 뒷받침할 만한 통계 계획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제다. 자전거등록 사이트인 '오마이자전거'의 이원영 대표는 "자전거 정책은 쏟아지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어떤 경로로, 어느 정도 자전거를 타는지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다"며 "자료가 없으니 내용이 막연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원영 대표는 "'네트워크'라고 발표는 했지만, 속내용은 네트워트가 아니다"라고 이번 발표를 평가했다. 그는 "네트워크의 핵심은 결국 자전거 출퇴근과 통학이 아니냐"면서 "한강이 아니라 출근지에 어떻게 잘 접근하는지가 핵심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자전거전용도로, #뉴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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