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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NN이 방송한 알레낙스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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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레낙스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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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 년 자전거 역사에서 숱한 자전거들이 나왔다. 얼음 위를 달리는 자전거를 비롯 샤워용 자전거, 떨어지면 크게 다칠 정도의 큰 바퀴 자전거, 높이가 3m에 가까운 5층 자전거, 네 바퀴 자전거, 시속 100㎞가 넘는 속도를 내는 로켓자전거 등이 만들어졌다.
자전거 성능을 높이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다. 그 중 여전히 쓰이고 있는 자전거가 있는가 하면,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진 자전거도 있다. 물론 새로운 자전거를 만들기 위한 실험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재미동포 임병대씨가 만든 알레낙스 자전거도 새로운 시도를 한 자전거 중 하나다. 알레낙스 자전거는 '자전거는 두 발로 번갈아 페달을 밟는다'는 고정관념(?)을 뒤엎었다. 두 발이 따로따로 또는 똑같이 움직이는 자전거를 만든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24년 전인 1984년에 나왔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한 임씨는 1967년 26세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뉴저지에 자리를 잡고 일본 자전거 수입·판매 일을 시작했다. 기존 자전거가 무릎과 발목에 무리를 준다는 점을 깨닫고 새로운 자전거 제작에 들어갔다.
자전거출퇴근족인 설만택씨를 만난 게 기회가 됐다. 설씨가 자연보행식 자전거 아이디어를 냈고 임병대씨가 받아들였다. '개선된 다기능 운동 자전거'라고 불린 이 자전거는 1986년 5월 2일 미국 뉴욕엑스포에서 '올해의 발명상'을 받았고, 이후 93년까지 스위스 19회 제네바 PAL 엑스포 대상, 독일 뉘렌베르크 IEANA 91 금메달, 대만 국제 발명품 전시회 금메달, 미국 INPEX SHOW 금메달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엔 2006년 5월 18일 들어왔다. 이 자전거를 몇 사람과 함께 2주 동안 타면서 효과를 살펴봤다.
[페달밟는 모양] 토끼 같기도 하고 개구리 같기도 하고…
"페달이 따로 논다고?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알레낙스 자전거를 소개했을 때 보인 주위 사람들 반응이다. 나 또한 그랬다. 처음 자전거를 봤을 때 페달을 밟는 시승자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웠다. 두 발을 동시에 박차면서 페달을 밟는 모습은 외계인과 같았다.
아마 이 자전거를 탈 수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쪽팔리기' 때문일 것이다.
알레낙스 자전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원웨이(One-Way) 방식으로 135도까지만 회전이 가능하다. 걷는 것처럼 페달을 밟을 수 있다. 또 하나는 식스웨이(Six-Way) 방식으로 여섯 가지 방식으로 페달을 밟을 수 있다.
시승한 자전거는 식스웨이였다. 이 방식은 오른발이나 왼발 중 한 발만 갖고도 페달을 돌릴 수 있다. 한 발을 돌리면 나머지 페달은 그대로 아래에 놓여 있다. 또한 한 발을 180도만 돌릴 수 있다. 반원만 그려도 바퀴가 돌아간다.
양발을 똑같이 180도 돌릴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도약하는 것과 비슷한 자세가 된다. 이 모습을 본 누군가는 "토끼와 같다"고 표현했다. 시승자 D는 "하나에 '정신', 둘에 '통일'"하며 군대에서 기합 받는 모습과 닮았다고 말했다. 곁에선 웃고 있는데, 타는 사람은 오만상을 다 쓴다. 특히 평소 운동량이 매우 부족한 D가 그랬다.
양발을 함께 360도 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양발을 번갈아 180도만 밟을 수도 있다. 이 때는 계단을 오를 때 무릎 모양이 된다. D는 곧바로 홈쇼핑 스튜디오로 달려가 "날씬한 몸매를 원하십니까"라고 외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허공을 달리는 기분이라고.
마지막은 일반자전거형이다. 양 발을 번갈아 360도 돌리는 방식이다.
[효과] 속도는 느리지만 복부 운동은 제대로...
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에 나섰다. 거리는 6.9㎞. 왕복은 13.8㎞다. 첫 번째 난관은 고정식 페달에 두 발을 올리는 일. 각자 페달이기 때문에 발과 페달이 붙어있어야만 한다. 한 발은 미리 붙인 상태로 출발하고 이후 다른 발을 페달에 붙여야 한다. 두 발을 모두 페달에 붙이기가 쉽진 않다.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시승자 D는 중심을 잡기가 어려운 듯했다. 그는 20여 년 전 마음 속에 고이 묻어둔 '보조 바퀴'가 그리웠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차도 건널목에 설 때 긴장이 됐다. 빨리 양쪽 고정페달에 발을 붙이고 출발하지 않으면 뒷차에 밀리기 때문이다. 신호등이 깜빡이면 그 긴박한 정도는 더해진다. 출퇴근용으로 쓰려면 미리 동네나 공원에서 고정페달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해야겠다 싶다.
토끼처럼 뛰면서 자전거를 타고 차도로 나섰다. 수많은 사람들이 썰물처럼 걸어가고 있어 다소 부끄러웠다. 하지만 익숙해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느 순간 사람들 시선을 무시하고 열심히 뛰는 토끼가 돼 있었다.
부끄러움이 사라지자 다음에 생긴 문제는 출력 문제. 속도가 일반 자전거에 비해서 많이 나지 않는다. 일반 자전거는 한쪽 페달이 내려갈 때 다른 쪽 페달은 이미 올라가 있기 때문에 바로 내려찍을 수 있지만 알레낙스 자전거는 한쪽 페달이 다 내려간 뒤에 다른 페달을 올릴 수 있다. 중간에 빈틈이 생기기 때문에 가속이 붙기 힘들다.
알레낙스측에선 그렇기 때문에 좌우균형을 이루는 데 좋은 구조라고 설명한다. 일반자전거는 한쪽 페달이 내려갈 때 한 쪽 페달이 올라가므로 내려간 발쪽으로 균형이 쏠린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전거 타기는 좌우로 조금씩 흔들리는 상태가 된다. 알레낙스자전거는 그런 쏠림현상을 없앴다.(사실 그런 흔들림이 없는 게 좋은지 2주 정도 시승만으론 확인하기 어려웠다.)
속도는 느린 편. 십 수 년 동안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D와 대결에 나섰다. D는 일반페달 방식으로 나는 두 발을 동시에 굴리는 방식으로 200m 가량 거리를 달렸다. 나의 패배. 세 차례 맞대결을 펼쳤지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자전거는 느리지만 힘은 배로 든다. 두 발로 박차듯이 페달을 밟기 때문에 배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일반 자전거에선 느낄 수 없는 체험이었다. 복근훈련이 가능함을 알 수 있었다. 허벅지에도 힘이 많이 들어갔다. 시승자 D는 "두 발로 동시에 박차는 방식으로 10여 분 정도 타니 금세 밥 먹은 게 소화가 됐다"고 효과를 말했다.
또다른 시승자 A는 "일반 자전거보다 수 배는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A는 두 발을 사용해서 페달을 밟을 때는 "윗몸일으키기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전거가 유산소운동이라고만 생각한 사람에게 무산소운동(근육운동)이 가능함을 보여준 자전거"라고 평가했다.
알레낙스는 따로 클랙슨이 필요없을 듯하다. 두 발로 내리찍을 때 나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르막길에서도 두 발로 박차다가 힘의 한계를 느끼고 계단오름 방식으로 페달 밟는 방식을 바꾸었다. 두 발로 박차는 것보다 속도는 떨어지지만 몸은 편안하다. 기어를 오르막에 맞게 낮추고 호흡을 고르면서 페달을 한 발씩 밟으니 편안하다. 등산을 한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이 때 속도에 대한 미련은 버려야 한다.
내리막길에선 두 다리를 1자로 펼 수 있다. 일반자전거에선 불가능하다. 한 쪽 페달이 내려가 있으면 반대편은 올라가있기 때문에 두 다리 모두 곧게 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두 다리를 펴려면 페달에서 다리를 떼야만 한다. 알레낙스 자전거는 페달에 두 다리를 올린 상태로 펼 수 있기 때문에 긴 내리막길에선 유리하겠다 싶다.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시승자들 또한 내리막에서 두 다리를 펴니 편하다고 말했다.
[단점] 페달 종종 빠지고 무거운 것은 고쳐야"다리의 활동반경이 제한된 환자들이나 족관절, 슬관절(무릎), 고관절(골반), 척추의 연골이 예민하거나 120도 이상 움직임의 제한을 받는 환자들은 알레낙스 자전거의 일상적 사용으로 재활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플로리다 대학 물리치료과 데니 마틴 박사알레낙스측에선 몸 일부가 불편할 경우 효과가 높아지는 자전거라고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불편한 곳이 전혀 없는 나로선 그 효과를 얻기가 힘들었다.
옛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긴 장거리 여행 중엔 몸이 짐이 될 때가 있었다. 똑같이 발을 굴린다곤 하지만 어느 한쪽에 조금 더 무게 중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오래 달리면 표가 난다.
하루에 100km 넘게 달린 어느 날 한 쪽 다리가 무척 아팠다. 당시 비교적 멀쩡한 한 쪽 발로 몇 km를 나아간 경험이 있다. 한쪽 발로만 굴리지만 페달은 두 개가 돌아가기 때문에 힘이 든다. 당시 알레낙스 자전거처럼 한 쪽 페달만 돌릴 수 있었다면 좀 더 편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또한 일반 자전거를 타다 지루해지거나 다리 일부분이 아플 때 자전거를 반원만 그리는 경우가 있다. 단조로운 길을 몇 시간 동안 달리다 보면 같은 방식으로 페달을 돌리는 게 무척 귀찮아지는 것이다. 그런 때도 알레낙스자전거가 쓸모있겠다 싶다.
자전거를 탄 이들에게 총평을 부탁했다. B와 C는 "재미있다"고 말했다. 각자 페달 방식이 일반 자전거에 비해 속도가 적게 나지만, 알레낙스는 각자 페달/일반 겸용이기 때문에 큰 흠이 되지 않는다는 평이었다.
A는 "자전거의 유연함과 속도를 즐기는 사람에겐 비추, 자전거를 통한 건강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강추"라고 말했다. A는 "비록 겸용이지만 자전거가 무거워 일반 자전거만큼 속도를 내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D는 페달이 자주 발에서 빠지는 게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제대로 당겨주려면 페달을 발에 꼭 끼워야 하는데, 종종 빠진 것. 발이 빠지지 않기 위해 발끝에 힘을 주고 항상 신경쓰는 게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갓 자전거를 시작한 초보보다는 어느 정도 자전거를 탄 사람 중에 운동효과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 또는 몸 일부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에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각자 페달 자전거/일반자전거 겸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평지/오르막/내리막/장거리/단거리 등 길 상태나 이동거리에 따라 다양하게 조절하면서 타는 게 좋을 것 같다.
눈에 띄는 단점이라면 40만~60만원 정도로 비교적 고가라는 점인데 기능성 자전거를 원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엔 가치에 대한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