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20일부터 2008년 1월 20일까지 에콰도르를 여행하면서 느낀 점들을 음식, 한국인, 동행이란 세가지 주제로 구성하였습니다. 사진은 모두 에콰도르에서 먹었던 음식입니다.
여행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음식'이 빠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먹는 재미 또한 여행의 큰 기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 바로 "무엇을 먹을 것인가?" 이다.
"한국 음식? 현지 음식?" 해외에서 한국 음식을 먹기가 쉽지 않지만, 결코 어려운 일만도
아니다. 대부분의 나라의 수도에는 한국 동포들이 살고 있고, 한국 음식점도 있다. 아니더라도 중국인 시장 또는 식당에서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고, 한국인이 자주 가는 주 관광지에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한국 식당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문제는 조금 비싸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경우(건강문제, 향수병 등)를 제외하고는 현지음식을 권하고 싶다.
필자는 현재 2년째, 몽골, 중국, 인도, 미국, 쿠바, 남미를 자전거 여행 중이고, 현지 식당에서 주로 음식을 해결해왔다. 결론은 "현지음식 문제없다!"라는 점이며, 현지음식을 통해 현지인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현지 음식을 처음으로 만났을 때, 먼저 극복해야 할 부분은 "쳐다보기 유쾌하지 않음과 위생"의 문제이다. 에콰도르 국경을 넘어서 거리 식당에 갔는데, 주인이 갑자기 꼬챙이를 불쑥 내밀었다. 순간 3초 정도 깜짝 놀랐다. 쥐 같이 생긴 동물이 작은 두 귀를 쫑긋 세우고 핏기가 조금 서린 얼굴에다 온 몸은 불에 잔뜩 그을린 채 입안 가득 꼬챙이를 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는 정중히 거절했지만, 나중에 먹을 기회가 있어서 "그래 먹어보자!" 하는 심정으로 먹었다. 한마디로 맛있었다! 양이 적은 게 아쉬울 정도로…. 이후에는 겉모습에 신경 쓰지 않고 일단 입 안으로 넣어보기 시작했다.
길에서 파는 음식들이 위생상 좋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기억해보라!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주었던 소위 '불량식품, 거리음식'이라고 불리던 것들을! 필자도 열심히 먹어왔고, 지금 이렇게 '자전거 세계일주'도 큰 문제없이 잘 하고 있다. 앞으로도 열심히 먹을 작정이다.
사실 '음식의 맛'과 효과는 마음의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가령 어떤 음식을 "왠지 안 좋을 것 같은데……"라는 마음으로 먹으면 거의 탈이 난다. "어떤 사람은 음식이 있어도 식욕이 없고, 어떤 사람은 식욕이 있어도 음식이 없는데, 저는 두 가지 모두가 있으니,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으로 먹으면 큰 탈이 없다.
한번은 산을 올라가는데,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친구들이 엠파나다(저민 고기, 야채, 과일 등을 넣은 라틴 아메리카 파이: 흔히 굽거나 튀김)를 먹고 있다가 필자의 지친 얼굴을 바라보고는 선뜻 한입 먹다가 남은 엠파나다를 건넸다. 내용물이 자유분방하게 흘러나온 엠파나다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다 냉큼 받아 먹었다.
아이들이 기침을 많이 하던 집을 희망방문 했을 때였다. 그날 저녁은 세월의 빛깔이 자연스레 녹아있는 작은 책상 위에서 식사를 했다. 하얀색 접시에 하얀색 밥과 녹색 과일 반쪽, 나무 색 생선 한 마리, 노란 음료수 한 잔이 전부였다.
현지인들의 집을 희망방문을 할 때면 보통 소박하지만 소중한 음식이 나온다. 그 음식에는 그들의 땀과 희망이 스며들어 있고, 무엇보다 나그네를 생각하는 마음이 스며들어 있다. 지친 나그네의 허기를 채우기에는 부족할 때도 있지만,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먹기 좋고 보기 좋고 맛 좋은 음식은 눈과 몸을 즐겁게 해준다.마음과 정성이 스며들어 있는 음식은 마음과 영혼을 따뜻하게 해준다. - 규랑 > 덧붙이는 글 | - 필자는 < 희망을 찾고 나누며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
2006년 5월부터 - 2008년 12월까지 “희망을 찾아 떠나는 자전거 세계일주” 중입니다.
- 희망여행 카페: http://cafe.naver.com/kyulang
- 저서: 대한민국 청년 박정규의 “희망여행”